정치

“원산에서 다시 뛰는 남북 유소년” 남북체육교류협회, 내년 축구대회 추진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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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체육 교류를 둘러싼 긴장과 기대가 다시 맞붙었다. 내년 북한 원산에서 남북한이 함께 뛰는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 구상이 공개되면서, 경색된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되고 있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수 민간·정치 관계자가 참석한 정책 토론회에서 내년 북한 원산 유소년 축구대회 추진 계획을 밝혔다. 토론회 제목은 다시 심는 평화 우리는 원산으로 간다로, 남북 간 스포츠 교류를 통한 평화 모색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김 이사장은 발제문에서 2018년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아리스포츠컵 대회 이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북한 4·25 체육단과 협의해 차기 대회를 원산에서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내년 대회 추진 배경을 전했다. 아리스포츠컵은 남북체육교류협회가 한국과 북한을 포함한 여러 나라 팀이 참가하는 15세 이하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로 꾸준히 치러온 대회다.

 

아리스포츠컵은 2014년 경기 연천군에서 첫발을 뗀 뒤 2015년 평양, 2017년 중국 쿤밍, 2018년 춘천에서 이어졌다. 협회는 2019년 원산 개최를 추진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계획이 중단됐다. 이후 남북 대화 채널 전반이 막히면서 대회 재개 논의도 사실상 멈춰선 상태였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올해 다시 북측과의 접촉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7월 중국 광서성에서 북한 4·25 체육단과 비공개 실무협의를 가졌다며 앞으로 북측과 원산 대회 개최를 위한 실무 협의를 다각도로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 시점과 규모, 참가국 구성 등 구체적인 일정은 후속 협의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김 이사장은 또 2026년 원산 대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2026년 원산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멈춰버린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고, 스포츠를 통한 평화 증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중단된 남북 대화 국면에서 체육 교류를 돌파구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도 남북 민간 체육 교류 재가동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 보낸 서면 축사에서 아리스포츠컵은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평화교류 사업이라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에도 꾸준히 개최돼 교류의 창구로 기능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정 장관은 이어 적대와 대결로 단절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들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민간의 자율성을 중심으로 남북교류협력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의 직접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 채널을 뒷받침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남북 체육 교류는 과거 남북관계 경색기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 온 소통 창구였다. 그러나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 군사적 긴장 고조 등으로 교류 채널이 전반적으로 닫힌 가운데, 내년 원산 대회 추진 계획이 북측과의 실질 협의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정치권과 외교·안보 당국은 대회 재개가 성사될 경우 대화 재개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동시에, 한미 공조와 유엔 대북제재 체제와의 조율 문제 등 새로운 과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법령과 제재 체계를 검토하면서 민간 교류 범위 안에서 지원 방식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정책 토론회에서는 유소년 교류를 매개로 한 남북 접촉의 필요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참석자들은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일수록 정치·군사 대화와 별개로 체육과 문화 등 비정치 분야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치권과 정부는 앞으로 대북 제재와 안보 상황, 국제사회 기류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민간 교류 사업 지원 수위를 조정해나갈 전망이다. 국회는 관련 예산과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가며 체육을 포함한 남북 교류 사업을 둘러싼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도 계속할 계획이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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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체육교류협회#김경성#아리스포츠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