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거품이지만 팔지는 말라”…레이달리오, 통화긴축 부재 속 증시 조정 경고
현지시각 기준 20일, 미국(USA)에서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한 레이 달리오가 방송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증시가 거품 구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한 시장 과열을 인정하면서도, 당장 이를 붕괴시킬 촉매인 강한 통화긴축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중장기 수익률 둔화를 경고했다.
달리오는 미국(USA) 경제전문채널 CNBC 인터뷰에서 “분명히 시장에 거품은 있다”고 말하며 최근 AI 관련 기술주 상승을 포함한 글로벌 자산 가격 급등을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사용하는 거품 측정 지표를 언급하며 “이 지표가 1929년 대공황 직전과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직전에는 100%를 가리켰지만, 현재는 약 80%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품은 지속이 불가능한 일련의 상황을 의미한다”며 “거품이 터지기 전에 가격이 급등하는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달리오는 다만 거품 인식만으로 성급한 자산 매도에 나서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거품이 있다고 해서 (위험자산을) 팔지는 말라”고 조언하면서도 “그러나 거품 영역에 있을 때 향후 10년간 기대 수익률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품 구간 진입이 단기 붕괴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률 하락을 각오해야 하는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미국(USA) 증시를 중심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을 지적해 왔다. JP모건체이스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22배 수준일 때 향후 10년간 연평균 기대 수익률이 -2∼2% 범위에 머무는 경향을 보여 왔다고 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S&P 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은 22.4배에 이르고 있어 역사적으로 높은 영역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수치는 AI 관련 대형 성장주 강세가 지수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린 결과로 해석된다.
달리오는 거품 존재 자체보다 거품을 붕괴시키는 정책과 제도 요인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품을 터트리는 것은 일반적으로 (긴축) 통화정책인데, 우리는 지금 이런 정책 상황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현 시점에서는 중앙은행이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이나 유동성 회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는 거품 영역에 있지만, 아직 이를 터트릴 요인은 없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발언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물가 안정과 경기 둔화 사이에서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과거 IT 버블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급격한 긴축은 당분간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과 맞닿아 있다.
그는 통화정책 외에도 유동성 축소를 촉발하는 구조적 요인이 거품 붕괴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달리오는 “현금에 대한 필요가 항상 거품을 터트린다”며 “연방정부나 주(州) 정부 차원에서 부유세가 부과되는 경우 등이 거품을 터트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재정 악화나 새로운 조세 도입, 규제 강화가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현금 확보에 나서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레버리지 청산과 강제 매도가 확대되면서 자산 가격 조정을 부를 수 있다는 취지다.
월가 내부에서는 달리오의 평가를 과거 위기 예측 이력과 연결해 주목하는 분위기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는 1975년 설립 이후 세계 최대 규모 헤지펀드로 성장했으며, 2007년 과도한 부채에 기반한 위기 가능성을 조기에 경고한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시장 혼란 속에서 펀드 자산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달리오는 ‘헤지펀드 대부’이자 ‘월가의 구루’로 불려 왔다. 그는 현재 브리지워터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난 상태지만, 거시경제와 시장 전망에 대한 발언은 여전히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은 이미 고평가 논란과 함께 금리·정책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미국(USA)과 유럽(Europe) 주요국 중앙은행의 향후 금리 경로, 고령화와 재정 악화에 따른 조세 정책 변화, 기술주에 대한 규제 강화 여부 등이 모두 잠재적 유동성 축소 요인으로 거론된다. 뉴욕과 런던, 홍콩 등 주요 금융 허브에서는 AI와 기술 성장주 중심 랠리가 어느 시점에서 조정을 맞을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리오의 분석이 과열 국면 속에서도 전면적인 현금화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장기 수익률 기대치 조정을 강조한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다만 통화정책과 조세, 규제 환경 변화가 겹칠 경우 특정 시점에서 급격한 밸류에이션 재조정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글로벌 투자자들이 레버리지와 유동성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제사회는 통화 긴축과 정책 변화가 실제로 어떤 속도와 강도로 전개될지, 그리고 달리오가 경고한 거품 국면이 어떤 형태의 조정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