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청 대결 다음 전장”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 당권 구도 흔들리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둘러싼 갈등이 최고위원 보궐선거로 번지고 있다. 정청래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1인1표제가 조직표 반발로 좌초한 데 이어, 보궐선거가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를 축으로 한 이른바 명청 대결의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전현희·김병주·한준호 전 최고위원의 공석을 채우기 위해 치러진다. 임기가 내년 8월까지로 짧지만,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과 당권 구도가 재검증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정청래 대표를 비판해 온 인사들이 출마를 준비하면서 지도 체제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미 명청 구도가 부상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가까운 친명계 인사와 정청래 대표 측 인사가 맞붙을 경우 당 지도부 내 권력 균형이 재조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당시 영입한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은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 위원장은 7일 통화에서 "마음을 거의 굳혔고, 출마 선언 일정을 계획 중"이라며 "이재명 정부와 엇박자를 내지 않고 뒷받침할 수 있는 역할을 당원들이 제일 원하지 않을까 한다. 단일대오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친명계 원내외 모임인 혁신회의 공동 상임대표로 활동해 왔다.
유 위원장은 지난 10월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를 당한 바 있다. 정청래 대표는 당내 컷오프 제도 폐지를 공약했지만, 유 위원장이 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되자 혁신회의는 성명을 통해 정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친명계와 정 대표 사이 긴장이 노출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원내에서도 친명계 강득구 의원과 이건태 의원이 최고위원 선거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두 의원이 실제 출마할 경우, 이재명 대통령과 정책적·정치적 보조를 맞추는 후보군으로 분류되며 친명계 결집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청래 대표 측 움직임도 감지된다. 정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꼽히는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조직사무부총장, 임오경 당 대표 직속 민원정책실장, 이성윤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문정복 의원은 최근 최고위원 후보를 물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 전해지며 당내 관심을 모았다.
당 일각에서는 보궐선거가 내년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전초전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 앞서 정청래 대표가 강하게 추진했던 1인1표제 개정에 대해 일부 당원들은 집회까지 열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정 대표가 당원 주권 강화를 명분으로 내년 전당대회에서 대표 연임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고, 결국 1인1표제는 중앙위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정청래 대표가 조직표에 밀렸다는 해석이 당내에 퍼졌다. 정 대표는 권리당원 사이에서는 강한 지지를 받지만, 중앙위원 등 조직 표심에선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번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권리당원 투표 50퍼센트와 중앙위원 투표 50퍼센트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다시 한 번 같은 구도가 재현될지 주목된다.
보궐선거의 법적 임기만 놓고 보면 경쟁이 과열될 이유는 크지 않다. 그러나 최근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일부에서 정청래 대표가 자기 정치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선거의 정치적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명청 대립 구도 속에서 누가 최고위원에 입성하느냐에 따라, 정 대표 체제의 장악력과 이재명 대통령의 여권 내 영향력이 입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1인1표제가 좌초된 직후 치러진다는 시점에 주목한다. 당헌·당규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아직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선거인 만큼, 결과가 향후 전당대회 룰 논의와 지도부 재편 구도에 직접적인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명청 대결이 최고위원 선거에서 첫 분기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9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권리당원 선거인단 기준 확정 등 보궐선거 관련 기본 사항을 논의한다. 구체적인 경선 일정과 절차, 선거운동 규정 등 세부 내용은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확정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