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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많은 부안의 가을”…고즈넉한 사찰과 청명한 바다가 일상 속 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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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많은 부안의 가을”…고즈넉한 사찰과 청명한 바다가 일상 속 쉼터로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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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안에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려는 여행자들이 많아졌다. 붉은 단풍과 바다의 조화는 잠시 일상을 벗어나 한적함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전엔 강렬한 관광지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 부안은 느리게 걷고 머무는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부안에서 꼭 들러야 할 곳, 내소사는 백제 시대부터 천년 넘게 역사를 품고 있다. 전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따라 걷다 보면, 풀 내음과 흙길 소리가 발끝을 간지럽힌다. 조용한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며, 대웅보전 앞에서 깊은 숨을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맘때 내소사 주변 산세에 드리운 단풍은 또 다른 계절의 시작을 속삭이는 듯하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내소사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내소사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부안군 내 관광 주요 시설 방문객 수가 서서히 늘고 있는데, 특히 가족 단위 여행객과 30~40대들이 사찰 산책과 체험 공간을 많이 찾는 분위기다. 부안청자박물관에도 아이 손을 이끈 부모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이곳은 직접 청자를 빚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다. 전시관 한쪽에선 청자의 푸른 빛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엄마 아빠의 이야기가 겹친다.

 

여행 전문가들은 부안의 매력을 ‘일상 속 쉼표를 찍는 시간’에 비유한다. “사찰에선 여러 감각이 맑아지고, 해안 산책로는 바람이 모든 걱정을 털어내는 기분을 준다”고 느꼈다. 수성당과 적벽강, 그리고 해 질 녘 붉게 물든 바다 역시,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는 공간으로 자리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내소사 산책길에서 마음이 고요해졌다”, “바다 풍경 찍어서 배경화면으로 바꿨다” 등 부안에서 받은 위로와 여유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쏟아진다. 그런가 하면, “청자 체험하며 아이와 추억을 쌓았다”는 후기도 눈에 띈다.

 

부안의 가을은 단순히 자연만 즐기는 시간이 아니다. 여러 세대를 이어온 문화유산과 바람, 그리고 일상에 머문 작은 쉼이 공존하는 곳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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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내소사#청자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