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900선 회복…미 기술주 랠리·환율 안정에 외국인 매수 전환
코스피가 25일 장 초반 3,900선을 회복하며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기술주 랠리와 원달러 환율 안정이 겹치며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다. 투자심리가 위험자산 선호 쪽으로 기울면서 반도체와 이차전지, 조선·에너지 등 경기민감주 전반에 매수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일 오전 9시 21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1.48포인트 1.60퍼센트 오른 3,907.54를 기록 중이다. 지수는 장 시작과 함께 전장 대비 96.30포인트 2.50퍼센트 급등한 3,942.36에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수급을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482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31억 원, 180억 원 규모로 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시장에서 3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는 1,378억 원 순매도를 기록해 선물 쪽에서는 차익 실현 성격이 두드러진다.
환율 흐름도 외국인 매수 전환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같은 시각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9원 내린 1,475.2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주간 거래 기준 종가는 1,477.1원으로 1.5원 상승하며 약 7개월 반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날 초반에는 소폭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이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환율 부담이 다소 완화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 여건이 나아졌다고 평가한다.
해외 증시에서는 간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하며 국내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특히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지수는 2.69퍼센트 뛰어오르며 강세를 주도했다. 구글의 인공지능 서비스 제미나이 3.0이 GPU 의존도를 크게 낮춘 기술로 호평을 받으면서 기술주 전반에 매수세가 쏠린 영향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6.31퍼센트 급등했고, 엔비디아와 애플도 각각 2.05퍼센트, 1.63퍼센트 상승했다. 테슬라는 6.82퍼센트 치솟는 등 미국 대형 기술주 전반에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정책·거시 변수도 투자심리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진행하고 내년 4월 중국 방문 계획을 공식화한 데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중 관계 개선 기대와 완화적 통화정책 전망이 자산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석한다.
국내 증시에서는 미국발 반도체 강세와 환율 안정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 반도체주 동반 훈풍을 이어받아 주가 반등에 나서는 구도라고 평가하면서도, 선물 시장에서의 외국인 차익 실현이 지수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반도체주 강세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3.10퍼센트 오르며 장중 한때 10만 원을 터치했고, SK하이닉스도 3.08퍼센트 상승해 53만 원대 주가를 회복했다. 미국 테슬라 주가 급등 영향으로 이차전지 관련주도 동반 상승세다. LG에너지솔루션은 1.09퍼센트, LG화학은 2.23퍼센트 오르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에너지주인 현대차 0.58퍼센트, 기아 1.08퍼센트, HD현대중공업 1.27퍼센트, 두산에너빌리티 2.07퍼센트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일부 방어주와 성장주는 조정을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42퍼센트 하락 중이며, 네이버는 1.34퍼센트 내리고 있다. 한화오션도 1.60퍼센트 떨어지는 등 그간 상승 폭이 컸던 일부 대형주에서는 차익 매물이 출회되는 흐름이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 업종이 8.66퍼센트 급등하며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도 3.72퍼센트, 보험 업종은 2.85퍼센트 오르며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반대로 오락·문화 업종은 1.77퍼센트 하락하고 있고, 섬유·의류 업종도 0.32퍼센트 내리며 약세를 연출하고 있다. 수출 및 경기민감 업종은 강세, 내수·방어 업종은 약세로 양극화되는 모양새다.
코스닥시장도 동반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93포인트 1.51퍼센트 오른 869.37을 기록 중이다. 지수는 장 초반 전장 대비 11.40포인트 1.33퍼센트 오른 867.84에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소폭 확대했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87억 원, 131억 원을 순매수하고 있고, 개인은 538억 원을 순매도하는 구조다.
종목별로는 이차전지와 바이오 관련주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이차전지 대표주 에코프로비엠은 1.30퍼센트, 에코프로는 3.32퍼센트 상승 중이다. 바이오주 가운데서는 알테오젠이 0.85퍼센트, 에이비엘바이오가 0.69퍼센트, 펩트론이 4.79퍼센트 오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파마리서치는 0.72퍼센트, 클래시스는 0.19퍼센트, 실리콘투는 0.75퍼센트, 휴젤은 0.23퍼센트 각각 하락하고 있으며, 로봇 관련주 로보티즈도 2.66퍼센트 내리며 일부 성장주는 조정을 받고 있다.
증권가는 미국 기술주 강세와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당분간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환율 재반등과 선물 시장의 차익 매물, 지정학적 변수 등이 변동성을 키울 소지가 있다고 진단한다. 시장에서는 향후 미국 통화정책 결정과 반도체 업황 지표, 환율 흐름이 국내 증시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