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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취향까지 그린다”…네이버, 블로그 데이터 분석 고도화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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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가 초대형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올해에만 분당 600건씩, 연간 3억3000만여건의 글이 쌓이면서 텍스트와 이미지, 취향 정보를 모두 포괄하는 국내 최대급 사용자 생성 콘텐츠 데이터베이스가 형성됐다. 네이버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개인화 추천과 취향 분석 리포트를 정교화하며, 검색 중심 서비스에서 ‘취향 네트워크’ 플랫폼으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블로그의 축적 데이터가 향후 광고 타기팅, 콘텐츠 추천 엔진, 생성형 AI 학습 등 전방위 디지털 서비스 경쟁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는 22일 연간 블로그 이용 행태를 정리한 2025 블로그 리포트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네이버 블로그에는 분당 600건의 게시물이 발행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고, 연간 글 발행 수는 3억3000만여건에 이르렀다. 월간 기준 순방문자 수는 4500만명을 넘어섰고, 1년 동안 블로그에서 새로 맺어진 이웃 관계는 1억4000건으로 집계됐다. 일 평균 40만건의 신규 이웃 연결이 발생한 셈이다. 네이버는 이 같은 대규모 관계 및 활동 데이터를 AI 기반 추천 고도화에 활용하고 있다.

핵심 기술 축 가운데 하나는 글감 기반 탐색 구조다. 네이버는 지난 7월 영화, 책, 음악 등 특정 주제 메타데이터가 첨부된 블로그 글을 연속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글감 피드를 도입했다. 글감은 사용자가 콘텐츠 작성 시 선택하는 주제 태그에 가까운 개념으로, 텍스트 본문보다 구조화하기 쉬운 데이터 포인트라는 평가다. 이어 9월에는 이웃 관계, 관심사, 과거 활동 이력 등을 결합해 AI가 개별 사용자에게 맞는 게시물을 추천하는 새 블로그 홈을 선보였다. 추천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자주 읽는 주제, 공감 버튼 클릭 패턴, 이웃 간 상호작용 빈도 등을 다차원 피처로 학습하는 방식으로 고도화된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구조 측면에서 글감 데이터의 비중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감이 첨부된 게시글 수는 전년 대비 77% 증가한 약 7000만개로 집계됐다. 글감은 비정형 텍스트를 정형화된 카테고리로 매핑하는 역할을 하며, 추천 모델과 검색 랭킹 알고리즘의 입력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글감 중 가장 인기 있는 카테고리는 음악, 책, 영화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팬덤 기반 취향 공유와 리뷰 소비가 블로그 생태계 트래픽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MZ세대를 전면에 내세운 참여형 캠페인도 데이터 확보와 커뮤니티 활성화의 도구가 되고 있다. 네이버는 다양한 글감을 활용해 자신의 취향을 기록하도록 유도하는 왓츠인마이블로그 챌린지를 진행해 왔다. 참여자 중 80퍼센트가 10대에서 30대 이용자로 나타나,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스스로의 취향을 분석해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MZ세대의 특성이 서비스 기획과 데이터 구조 모두에 반영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세대 특성이 장기적으로 취향 그래프, 사회적 관계망 분석, 감성 분석 등 고도화된 AI 모델 학습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본다.

 

이번 블로그 리포트는 AI 분석 결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네이버는 플랫폼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5 블로그 인기 주제, 연령대별 인기 주제, 월별 이슈 키워드를 도출해 공개했다. 이는 개별 콘텐츠 단위를 넘어, 시기별 관심사 흐름과 세대별 선호 차이를 계량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시도다. 동시에 블로거 검색탭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블로거, 재밌어요 공감을 가장 많이 받은 블로거, 추천탭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블로거 등 연간 활동 지표를 기반으로 한 올해의 블로거도 제시했다. 플랫폼 관점에서는 영향력 있는 창작자 군을 선별해 지원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다.

 

개인별 맞춤 분석 리포트는 데이터 활용의 소비자 측 인터페이스에 해당한다. 네이버는 지난 1년간 이용자의 블로그 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자신이 많이 작성하고 탐색한 주제, 자주 첨부한 글감, 스스로 사랑한 글과 다른 이용자에게 호응을 얻은 글, 글 작성 스타일, 많이 사용하는 단어와 기능, 블로그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계절과 시간대 등을 시각화해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연말에 제공하는 청취 리포트처럼, 이용자가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재발견하도록 만드는 데이터 리터러시 도구이자 재방문 유도 장치로 평가된다.

 

이 같은 데이터 기반 개인화는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의 기본 전략과 맞닿아 있다. 해외에서는 동영상 중심의 플랫폼이 시청 이력과 상호작용 데이터를 활용해 짧은 영상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했고, 대형 SNS는 친구 관계와 관심사를 결합한 소셜 그래프 추천을 통해 체류 시간을 극대화해 왔다. 네이버 블로그는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의 장문의 기록을 기반으로 취향, 감정, 경험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풍부하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향후 생성형 AI가 장문의 후기, 리뷰, 에세이형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고품질 학습 데이터 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데이터 활용과 함께 커뮤니티 결속을 위한 보상 체계도 강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31일까지를 일정으로 연말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용자가 이벤트 페이지에서 내 취향 리포트 확인하기 기능을 통해 개인 리포트를 열람하고 이를 기반으로 블로그 글을 발행하면 참여가 완료된다. 회사는 참여자 전원에게 OGQ 스티커를 제공하고, 추첨을 통해 네이버페이 포인트, 인생네컷 촬영권, 블로그 굿즈 등을 지급한다. 동시에 전국 인생네컷 지점에 블로그 전용 프레임을 마련해 온오프라인 연계 경험도 확대했다. 이런 보상형 이벤트는 데이터 수집량을 늘리는 동시에, 블로그를 일상 기록 플랫폼에서 브랜드화된 놀이 공간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사용자의 활동 데이터가 정교하게 수집되고 분석될수록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투명성 논의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취향 리포트와 개인화 추천은 이용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광고 타기팅 고도화나 콘텐츠 노출 편향 논란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향후 국내외에서 AI 추천 시스템에 대한 설명 의무, 이용자 선택권 강화 요구가 커질 경우, 네이버 역시 데이터 최소 수집 원칙, 가명 처리, 옵트아웃 기능 강화 등 기술적·제도적 조치를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보연 네이버 블로그 리더는 3억3000만건 규모의 기록이 축적된 배경으로 오랜 기간 이어진 블로그 서비스의 대세감을 언급하며, 블로그를 나만의 색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공간이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는 커뮤니티로 계속 키워가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블로그가 축적한 방대한 이용자 기록과 취향 데이터가 향후 AI 추천, 광고, 콘텐츠 제작 도구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로 확장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 데이터 기반 개인화 전략이 시장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안착할지, 그리고 사용자 신뢰를 유지한 채 성장 궤도를 그릴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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