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수 진영 국한 안 했다"…통일교 관계자, 민주당 인연 시도 법정 증언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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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통일교의 접점이 법정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통일교 한학자 총재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 앞에서 관계자들이 잇따라 증언에 나서면서, 국민의힘을 향한 쪼개기 후원 의혹과 더불어민주당과의 인연 시도 정황이 동시에 부각되는 양상이다.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학자 총재의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는 통일교 지역 관계자 10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통일교는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조직을 운영해 왔고, 이들 관계자는 2022년 대선을 전후해 국민의힘 지역 시도당에 후원금을 전달한 전달책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돼 왔다.  

이날 다수 증인은 특검팀 공소사실 취지에 따라 국민의힘에 후원금을 전달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한 지역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접촉 시도도 있었다고 진술해 정치권 전반과의 연결 고리를 시사했다.  

 

서울 남부 지역에서 활동했다고 밝힌 강모씨는 특검 측으로부터 활동 내용을 묻는 질문을 받고 "다양한 정치인들 그리고 산하 관련된 분들 그 외 외부 조직하고 인연 맺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불어민주당에 있는 의원들과 계층에 계신 분들과도 만남을 했고 인연 맺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일부 진술을 거부한 배경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을 거 같다는 개인적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윤석열 후보와 보수 진영에만 국한돼 지원했다는 건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걸 계속 강압적으로 조사하는 와중에 그걸 밝힐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통일교의 정치활동이 특정 진영에 치우쳤다는 인식을 부정하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특검팀은 재판 전략의 초점을 국민의힘을 향한 후원금 전달 구조 입증에 맞췄다. 특검 측은 증인들을 상대로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 섭외비라고 특정됐는지", "명단에 민주당 관계자는 포함되지 않았는지" 등을 잇달아 물으며 후원금이 어느 정당을 향했는지 명확히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통일교에서 자금 지원 업무를 총괄했다는 조모씨는 각 지구에 자금이 내려간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5개 지구에 2억1천만원을 송금한 이유를 묻자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국민의힘 섭외비 명목으로 나가라고 지시받았다"고 증언했다. 정당이 특정됐는지에 대한 특검팀 질문에는 "국민의힘으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지역별 책임자들의 진술도 대체로 이 같은 구조를 뒷받침했다. 경남 지역에서 활동한 박모씨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지시에 의해 도당에 후원금 전달 지시하라고 해서 순종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황모씨 역시 윤 전 세계본부장의 지시를 받고 후원금을 전달했다고 진술해, 상층부 지시에 따른 조직적 지원 정황을 강조했다.  

 

한학자 총재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과 공모해 2022년 3∼4월 교단 자금을 활용, 국민의힘에 2억1천만원을 쪼개기 후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치자금법은 후원금 상한을 피하기 위한 명의 분산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검팀은 각 지구장이 개인의 자발적 기부인 것처럼 가장해 후원금을 쪼개는 방식으로 국민의힘 측에 총 1억4천400만원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도 배분 및 사용처를 추적하며 조직적인 정치자금 운용 여부를 따지는 중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통일교 측 관계자들의 증언이 양갈래로 갈리면서 법정 공방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특검 수사는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지만, 통일교 측이 더불어민주당과의 접촉 시도를 강조함에 따라 정치권 전반으로 논란이 확산될 여지도 남았다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 내용을 토대로 추가 쟁점을 정리한 뒤,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에 대한 심리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치권은 통일교 연루 의혹이 어느 선까지 확인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수사와 재판 경과에 따라 향후 국회에서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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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자총재#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