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지원센터, 데이터 플랫폼 전환 간호 이탈 줄인다
간호인력지원센터가 단기 재취업 창구에서 벗어나 간호사의 전 생애주기 데이터를 축적·분석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신규 간호사의 번아웃과 경력 간호사의 이직, 시니어 간호사의 커리어 정체를 데이터 기반으로 조기에 포착해 지원하는 구조로 재설계해, 의료현장의 인력 공백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간호법 시행 이후 간호 인력 관리 패러다임이 단순 공급 확대에서 장기 근속과 경력 설계로 옮겨가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간호인력지원센터는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2025 간호인력 지원센터 전환기 신규 사업 기획 워크숍을 열고, 간호법 시행에 맞춰 센터 기능을 전면 재구조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워크숍에는 임상 전문가와 인력 정책 담당자 등이 참여해 간호 인력 관리의 구조적 한계를 짚고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현재까지 센터의 핵심 역할은 현장을 떠난 유휴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단기 교육과 재취업 연계에 집중돼 있었다. 재취업 알선과 단발성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인력을 다시 병원과 지역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이직과 조기 퇴사를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 재공급 중심 접근만으로는 인력난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누적돼 왔다.
워크숍에 참석한 현장 전문가들은 잦은 이직과 조기 이탈이 구조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개별 병원이나 개인의 적응 문제로 축소된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신규 간호사는 입사 1년 이내 번아웃과 조직 적응 실패로 현장을 떠나고, 경력 간호사는 중간관리자 역할 과부하와 불균형한 업무 분담으로 이탈이 누적된다고 분석했다. 시니어 간호사는 숙련된 역량을 쌓았음에도 적절한 역할 전환 경로가 부족해 커리어 정체를 겪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간호사의 경력을 교육 단계부터 퇴직 이후까지 하나의 연속된 데이터 흐름으로 인식하고, 각 단계별 위험 지점을 사전에 관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비·신규 단계에서는 임상 진입 불안을 낮추는 표준화 교육과 멘토링, 적응 평가 체계를 설계하고, 실제 이직률과 스트레스 지표를 센터에 통합 수집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경력 단계에 대해서는 전문분야 역량 강화 교육과 더불어, 중간관리자로 전환되는 시점의 업무 재설계를 지원하는 모델이 제안됐다. 예를 들어 중환자실, 수술실, 암센터 등 고난도 영역 경험을 가진 간호사가 교육, 연구, 디지털 헬스케어 운영 등으로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경력 전환 경로를 데이터 기반으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는 IT 기반 인력 매칭 시스템과 연계될 경우, 의료기관의 세분화된 인력 수요와 간호사의 커리어 희망을 동시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시니어 간호사에 대해서는 병원 내 교육 전담, 감염관리, 질 관리, 지역사회 방문 건강관리 등으로 역할을 다변화하는 모델이 논의됐다. 숙련 간호사의 역량을 지역 보건소, 방문간호,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과 연결하기 위해, 센터가 지역 기반 수요 데이터를 수집하고 매칭하는 허브가 되는 방안도 거론됐다. 디지털 플랫폼 상에서 경력, 자격, 근무 선호도를 표준화된 데이터로 관리할 경우 이러한 역할 재배치가 한층 체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구조를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로 제시된 것이 이직등록제도다. 간호사가 근무 기관을 옮기거나 현장을 떠날 때 이직 사유, 근무 환경, 업무 유형 등의 정보를 정형 데이터로 축적해, 경력 단계별 이탈 패턴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축적된 데이터는 맞춤형 재교육과 경력 설계 지원에 활용될 뿐 아니라, 특정 병상 규모나 진료과, 근무 형태에 따른 이직 위험 지표를 정책 설계에 반영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이직등록제가 간호법에 근거한 인력 관리 체계와 연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향후에는 간호사 면허 관리 시스템과 센터의 경력 데이터베이스가 연동돼, 유전체 정보처럼 개인의 경력 이력을 장기적으로 분석하는 정밀 인력 관리 체계가 구축될 여지도 있다. 다만 이 경우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범위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글로벌 의료 인력 관리 흐름과 비교하면, 국내 간호인력지원센터의 전환 구상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HR 테크 접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간호 인력 배치를 최적화하기 위해 병원 정보 시스템, 전자의무기록, 스케줄링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근무 강도와 이직 위험을 예측하는 솔루션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센터가 이직등록제와 경력 데이터 플랫폼을 정교화할 경우, 이러한 예측 모델을 공공 차원에서 지원하는 기반이 될 가능성도 있다.
센터는 워크숍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토대로 2026년 이후를 겨냥한 중장기 사업 모델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간호법 시행을 계기로 간호 정책의 무게중심이 인력 양성에서 장기 근속과 경력 질 관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조직 차원에서 명확히 한 셈이다. 구체적인 디지털 시스템 구축 일정, 데이터 표준, 의료기관 참여 방식 등은 향후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센터 관계자는 센터가 앞으로는 단순 취업 지원 기관이 아니라 간호사가 건강하게 일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플랫폼으로 역할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의 경험과 목소리를 정량 데이터로 축적해 정책 과제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의료계와 정책 당국, IT 산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 이 플랫폼을 현실화할지에 따라, 간호 인력난 완화와 디지털 기반 인력 관리 체계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이번 전환이 실제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