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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도 않냐”…안귀령, 계엄군 총기 연출 주장한 김현태 고소전 맞불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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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의 총기를 붙잡은 장면을 둘러싸고 안귀령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과 김현태 전 육군 제707특수임무단장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계엄군의 행동을 제지하는 안 부대변인의 모습이 상징적 장면으로 확산한 뒤, 이를 두고 연출·총기 탈취 시도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명예훼손 공방이 형사 절차로 이어진 것이다.

 

안귀령 측 법률대리인은 이달 15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에 김현태 전 특임단장을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김 전 단장이 법정에서 안 부대변인의 당시 행동을 ‘연출된 총기 탈취 시도’라고 주장한 대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안귀령, 계엄군 총기 잡은 모습 연출 주장한 김현태 고소…“부끄럽지도 않냐?” 사진: 유튜브 채널 ‘BBC News 코리아’
안귀령, 계엄군 총기 잡은 모습 연출 주장한 김현태 고소…“부끄럽지도 않냐?” 사진: 유튜브 채널 ‘BBC News 코리아’

쟁점이 된 장면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3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촬영된 라이브 영상이다. 당시 계엄군이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자, 안 부대변인은 이를 막기 위해 계엄군의 총구를 붙잡고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으로 화면에 포착됐다. 계엄군은 “떨어져. 움직이지마”라고 경고했지만, 안 부대변인은 “부끄럽지도 않냐”라고 반복해 외치며 손을 놓지 않았다. 결국 계엄군이 안 부대변인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나는 과정에서, 총구가 안 부대변이를 향하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송출돼 파장이 커졌다.

 

해당 영상 클립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BBC와 CNN 등 해외 주요 언론사도 비상계엄 사태를 다루면서 이 영상을 핵심 화면으로 활용했다. 두 방송사는 안 부대변인을 연달아 인터뷰하며, 국회 앞 대치 상황과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국제적 시각을 집중 조명했다.

 

그러나 김현태 전 단장은 이달 9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상반된 증언을 내놨다. 그는 법정에서 “연출된 모습으로 총기 탈취를 시도한 것이다”라며 “안귀령 부대변인이 갑자기 나타나 총기를 탈취하려 했다. 전문가만 알 수 있는 크리티컬한 기술로 제지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계엄군의 대응이 ‘전문적 제지 행위’였고, 안 부대변인의 행동은 기획된 연출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김 전 단장은 또 “안귀령 부대변인이 덩치가 큰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왔고, 촬영 준비를 해 직전에 화장까지 하는 모습을 봤다고 한다”면서 “연출된 모습으로 총기 탈취를 시도한 것이라 부대원들이 많이 억울해했다”라고 덧붙였다. 계엄군 대원들이 현장에서 사전에 준비된 상황에 휘말렸다는 취지로 설명한 셈이다.

 

이에 대해 안귀령 부대변인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안 부대변인은 이달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현태가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내란을 희화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윤석열의 계엄 선포 당일 저는 어떠한 계산도 없이 오직 내란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행동했다”며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밝혀온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행동이 현장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었지, 사전 연출이나 총기 탈취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안 부대변인은 김 전 단장의 진술 신뢰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김현태는 내란에 가담했음에도 국회, 헌법재판소 등에서 여러 차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진술을 번복했다. 김현태의 말을 믿을 국민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현태의 주장이 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란의 진실을 호도하고 있기에 단호하게 법적 조치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히며 법정 대응 기조를 분명히 했다.

 

또한 안 부대변인은 “김현태의 비상식적인 주장이 검증 없이 보도되거나 확산돼 내란의 진실을 둘러싸고 혼란을 조장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계엄 사태의 사실관계가 가짜 정보와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왜곡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다.

 

안귀령 부대변인은 1989년 6월 1일 광주 출생으로, 한국 낚시방송과 광주방송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고 YTN에서 앵커로 이름을 알렸다. 2022년 1월 YTN을 퇴사한 뒤 열흘 만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직속 국가인재위원회에 영입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맡았고, 이재명 대통령 대선 캠프의 대변인으로 유세 현장 사회를 맡는 등 선거 구도 한복판에 서 왔다. 현재는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으로 활동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계엄 사태의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 안 부대변인의 행동을 두고 법정 다툼이 벌어지면서, 비상계엄 선포의 적법성과 군 지휘 라인 책임 공방이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란 혐의 관련 재판과 국회 차원의 책임 규명이 계속되는 만큼, 안 부대변인이 제기한 고소 사건이 향후 증언 공방과 여야 정치 공세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경찰은 고소장을 접수한 뒤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국회와 사법부에서 계엄 사태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은 관련 진술과 증거를 둘러싸고 한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향후 재판 경과에 따라 계엄 선포와 군 개입의 책임 소재를 본격적으로 따지는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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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귀령#김현태#대통령실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