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배추 검은 점 생리 장해”…농식품정보누리, 김장 안전성 강조

신민재 기자
입력

배추 잎과 줄기에 보이는 검은 점이 김장철마다 소비자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부는 곰팡이 오염이나 농약 피해로 오해하지만, 전문가들은 상당수가 생리적 원인에서 비롯된 비감염성 장해라고 설명한다. 농식품 분야 정보 플랫폼 농식품정보누리는 배추의 깨씨무늬 증상이 독성 물질이나 병원균과 무관한 생리 장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육안으로 구분 가능한 부패 징후만 주의하면 김장용 배추를 안전하게 소비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보 제공이 농산물 폐기 감소와 식품 안전 인식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정보누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흔히 보는 배추의 검은 점은 깨씨무늬 증상으로 불리는 생리 장해에 속한다. 생리 장해는 병원체 감염이 아니라 작물의 생리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품질 이상으로, 감염성 질환과 달리 독성이나 전염성이 없다. 배추 재배 과정에서 비료 성분 중 질소 공급이 과하거나 부족할 때 잎과 줄기 일부 세포에 부담이 쌓이면서, 현미경적 수준의 손상이 검은 반점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다.

질소 공급 과다와 부족은 서로 다른 부위에 비슷한 점 형태로 나타난다. 질소가 과하게 공급되면 어린 잎이 흡수한 질소를 충분히 대사하지 못해 줄기 안쪽에 작은 점 형태로 축적된 변색 조직이 생긴다. 반대로 질소가 부족한 경우에는 겉잎에서 속잎으로 영양분이 빠르게 이동하는 과정에서 겉잎 줄기에 검은 점이 드문드문 발생한다. 두 경우 모두 조직 색만 달라질 뿐, 독성 물질이 생성되거나 외부 병원균이 증식하는 과정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깨씨무늬 증상은 배추의 맛과 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직 내 일부 세포 색이 진해진 수준이어서, 조리 후 식감과 김치 발효 과정에도 큰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변색 부위는 상대적으로 조직이 약해 저장성이 떨어질 여지는 있다. 유통 과정에서 수분과 온도 스트레스가 더해질 경우, 깨씨무늬 부위를 시작점으로 조직 연화가 빨라질 수 있어 장기 보관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김장용 배추를 고를 때는 깨씨무늬 여부보다 저장성과 결구 상태를 우선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배추의 포기가 단단하게 결구돼 있고 겉잎이 치밀하며, 잎줄기가 과도하게 연하지 않은 것이 장기 보관과 김장 숙성에 유리하다. 깨씨무늬가 일부 보이더라도 배추 전체가 단단하고 냄새에 이상이 없다면, 세척 후 일반 배추와 동일하게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곰팡이나 부패가 진행된 배추는 육안과 후각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표면에 초록, 파랑, 검은색 곰팡이 포자가 솜털처럼 번지거나, 잎과 줄기에서 점액질이 나오고 심한 신냄새가 날 경우 이미 조직 분해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이 단계에서는 미생물이 생산한 독성 대사산물과 2차 오염이 동반될 수 있어, 일부 부위만 도려내고 사용하는 방식은 안전하지 않다. 농식품정보누리는 이런 경우 배추 전체를 즉시 폐기할 것을 권고한다.

 

식품 안전 측면에서 보면 깨씨무늬 같은 생리 장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불필요한 폐기를 줄이는 데도 의미가 있다. 비감염성 장해를 곰팡이 오염과 혼동해 대량 폐기하는 사례가 줄면, 농가와 유통업체의 손실을 줄이고 식량 자원 낭비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장처럼 대량 구매가 이뤄지는 시기에는 소비자 교육 여부에 따라 실제 폐기량 차이가 커질 수 있다.

 

국내 농식품 당국과 관련 기관은 앞으로도 생리 장해와 감염성 병해를 구분하는 소비자 안내를 강화할 방침이다. 농산물 외관의 작은 이상을 모두 위험 신호로 볼 것인지, 과학적 근거에 따라 판별할 것인지가 식품 안전 정책의 실효성을 가르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올해 김장철을 계기로 배추를 비롯한 채소류 전반에서 과학 정보 기반 소비 문화가 확산할지 주목하고 있다.

신민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농식품정보누리#배추깨씨무늬#생리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