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부 권익위 감사 전반 위법·부당"…감사원 TF, 유병호 체제 정면 문제제기
감사원의 내부 개혁을 맡은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가 윤석열 정부 시기 진행된 국민권익위원회 감사가 전 과정에서 위법·부당했다고 결론 내리면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책임 공방이 다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감사권 남용 논란의 핵심이었던 권익위 감사가 감사원 자체 조사에서 정면으로 문제 제기된 셈이다.
감사원은 20일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 중간 점검 결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2023년 6월 권익위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직자 복무관리실태 등 점검 감사에 대해 “유병호 전 사무총장 시절 실시된 권익위원회 감사는 감사 착수부터 감사 처리, 감사 시행 과정 전반에 걸쳐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감사는 전현희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의 상습지각 의혹 등 근무 태도 제보를 근거로 진행됐다.

TF 조사에 따르면 감사원은 통상 절차와 달리 제보 내용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수집 기간을 거치지 않고 실지 감사 착수 결정을 먼저 한 뒤 감사 대상과 내용을 뒤늦게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지침상 선행 감사보고서가 과장 결재를 거쳐 국장에게 접수되기 전에는 차기 감사의 실지 감사 착수가 제한되는데도, 앞선 감사보고서가 처리 중인 상태에서 권익위 실지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쟁점이었던 조은석 당시 주심위원 패싱 의혹과 관련해선 전자결재 시스템 조작 정황도 나왔다. TF는 “통상 전자문서가 결재 상신되면 주심위원이 열람 버튼을 눌러 열람 결재를 완료하는 구조인데, 권익위 감사보고서 공개 당시 사무처가 주심위원을 결재라인에서 삭제해 사무총장을 최종결재자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후 보고서가 대외에 알려진 뒤에야 다시 주심위원을 결재라인에 추가해, 조 전 위원이 결재 전후 약 20분 동안 감사보고서를 열람할 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무처는 업무처리 순서를 맞춘다는 명목으로 전자감사관리시스템에서 사무총장의 최종 재결재 시간도 임의로 수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TF는 이러한 행위가 감사위원 심의·의결 절차를 사실상 우회하는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감사보고서 문안 수정 과정에서도 절차 위반이 적발됐다. TF는 감사위원들이 보고서 문안을 고치는 중이어서 감사원장이 시행 보류를 지시했는데, 사무처가 이를 어기고 이미 보고서를 시행했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무처가 문안에 전현희 당시 위원장에 대해 ‘적절한 처신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표현 등 비난성 문구를 당초 의결 내용에 없던 문장으로 임의 추가한 사실도 확인됐다.
수사 요청 과정 역시 문제로 지목됐다. TF에 따르면 감사원은 2022년 10월 전현희 당시 위원장, 2023년 9월 조은석 전 위원에 대해 수사 요청을 하며 절차상 하자를 남겼다. 전 당시 위원장이 출석 의사를 밝혔음에도 문답조사 없이 수사를 요청했고, 조 전 위원에 대한 수사요청서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유병호 전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 대상 감사에서 핵심 역할을 하며 여권 일각에서 윤석열 감사원의 실세로 불려왔다. 그는 최근 운영 쇄신 TF에 대해 “구성 근거, 절차, 활동 내용 전부 위법”이라고 반발해 왔으며, 감사원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유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시 핵심 인사들은 TF 감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운영 쇄신 TF는 이 같은 점검 결과를 지난 1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송부했다. TF는 “공수처가 10월 23일 감사원에 TF 자료에 대한 수사자료 협조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며 “정확하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협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수사기관에 공을 넘기면서도 내부 책임소재 규명과 제도 개선 작업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TF 활동 기간도 늘어났다. 당초 이달 11일까지였던 활동 시한은 일부 핵심 관련자의 조사 비협조를 이유로 12월 5일까지 연장됐다. TF는 12월 초순 최종 활동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감사원은 마무리된 사안에 대해선 순차적으로 내용을 추가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전현희 전 위원장을 둘러싼 권익위 감사가 야권 인사를 겨냥한 표적 감사였다는 비판이 다시 힘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여권 일각과 보수 진영에선 운영 쇄신 TF 활동과 공수처 이첩이 전 정권 관련 감사 무력화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반발도 제기될 수 있다. 다만 감사원은 외부 시각을 의식해 지난 19일 시민단체, 언론, 법조인, 학계 인사가 참여한 자문회의를 열고 TF 조사 결과가 제 식구 감싸기로 흐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운영 쇄신 TF가 최종 결과를 내놓고 공수처 수사가 본격화되면,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진 주요 감사의 정당성과 향후 감사원 개혁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감사원의 책임 규명과 제도 보완 방안을 두고 향후 국회에서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