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이 월마트로 이동”…미국 유통 공룡, 소비침체 속 실적 선방과 전망 상향
현지시각 기준 20일, 미국(USA)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소비심리 악화 국면에서도 순이익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최근 관세 인상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미국 소비가 위축되는 가운데, 월마트가 오히려 연간 실적 전망을 추가 상향 조정하면서 미국 내 소비 구조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마트에 따르면 3분기 당기 순이익은 61억 달러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월마트는 2025 회계연도 연간 매출이 전년보다 4.8∼5.1%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3개월 전 실적 발표에서 연간 매출 증가율 전망을 3.75∼4.75%로 상향한 데 이어, 다시 목표치를 끌어올린 것이다. 현지 시간으로 20일 공개된 실적은 시장이 예상했던 둔화 시나리오와는 다른 흐름을 보여줬다.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미국 전역에 구축된 촘촘한 유통망과 식료품·생활필수품에서 고가 전자제품에 이르는 폭넓은 품목 구성, 그리고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물가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월마트가 ‘가성비’를 원하는 다양한 계층의 선택지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월마트가 모든 소득 계층에서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며 “특히 고소득층에서의 확대가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월마트를 이용하지 않던 고소득 소비자들이 가격 경쟁력과 상품 구성을 이유로 월마트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고소득층이 할인형 대형마트로 유입되는 현상은 미국 내 물가 압박과 경기 불안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반면 레이니 CFO는 저소득층의 소비 흐름에 대해서는 신중한 톤을 유지했다. 그는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의 경우 지출이 다소 완만해진 것을 보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내 저소득층이 필수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히면서, 향후 매출 구성과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월마트의 매출 추이는 미국 소비 동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돼 왔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서 대형 슈퍼센터, 창고형 매장, 온라인 플랫폼을 결합한 옴니채널 전략을 펼치고 있어, 소비자 수요 변화가 실적에 비교적 빠르게 반영된다. 때문에 이번 호실적은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약화되는 가운데서도, 소득과 계층에 따라 소비 행태가 갈라지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월마트의 선전은 다른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의 부진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앞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홈디포와 타깃 등은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실적 전망을 제시했다. 주택 경기 둔화와 고금리 부담으로 홈디포의 주요 고객인 주택 수리·리모델링 수요가 약해진 가운데, 타깃은 소비 위축과 재고 부담을 이유로 향후 매출 전망을 낮춰 잡았다. 월마트만이 매출 가이던스를 상향한 상황은, 경기 둔화 국면에서 필수품과 저가 상품에 강점을 가진 업체가 상대적인 이익을 누리는 전형적 방어 소비 패턴을 반영한다.
소비심리의 전반적 약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미국 미시간대가 집계하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11월 들어 2022년 6월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장기화하는 경기 불확실성과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 부각, 높은 금리 수준과 가계 부채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소비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미국 언론은 소비자들이 필수 지출 외 영역을 줄이며, 할인점과 대형마트 중심으로 지출을 재편하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월마트의 호실적은 미국 내 소비 지형 변화와 유통 업계의 양극화를 상징하는 사례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월마트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고소득층까지 흡수하는 동안,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실질 구매력이 얼마나 더 약화될지가 향후 미국 내 소비 경로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국제사회는 이번 발표의 실질적 이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