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GLP-1, 체중감량도 잡았다”…릴리 3상 성공 → 비만시장 지각변동
먹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치료제가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미국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경구용 GLP-1 신약 ‘오포글리프론’이 3상 임상에서 체중 감량과 당뇨 조절, 심혈관 대사 개선 등 주요 지표를 모두 충족하며 경구 비만 치료제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업계는 릴리의 이번 발표를 ‘주사 대 경구제’ 경쟁의 본격적 분수령으로 본다.
릴리는 26일(현지 시각) 먹는 GLP-1 계열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이 다중 용량 3상 임상시험(ATTAIN-2)에서 1차, 2차 평가지표를 모두 충족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기존 주사제와 맞먹는 체중 감량 효능(최고 용량 36mg 기준 평균 10.5% 감소) 및 당화혈색소(A1C) 조절, 심혈관 대사 위험 요인 개선을 입증했다. 또, 2차 평가에서는 약 75%의 환자가 혈당 기준선(A1C 6.5% 이하)을 달성했다.

오포글리프론은 기존 GLP-1 치료제 위고비, 마운자로 등과 달리, 주사가 아닌 알약 형태의 저분자 경구 의약품으로 개발됐다. GLP-1은 포만감 유도·식욕 억제·인슐린 분비 강화 등의 작용을 해 기존 비만약의 한계를 뛰어넘어 ‘신약 블루칩’ 자리를 차지한 기전이다. 기술적으론 위장에서 흡수가 어려웠던 펩타이드 기반 GLP-1을 저분자 구조로 설계해 경구 흡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점이 기존 주사제와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복약 편의성 증대로 비만 및 당뇨 환자 치료 접근성이 크게 넓어질 전망이다.
임상 결과, 오포글리프론 투여군은 용량과 관계없이 A1C가 평균 1.3~1.8% 감소했고, 위장 관련 부작용은 흔했으나 대체로 경증~중등도 수준에 머물렀다.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비율은 최고 10.6%로 술회됐으며, 위약군과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릴리 측은 “주사 주저 환자까지 경구 치료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경쟁 구도도 빠르게 달아오르는 상황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3상에서 체중 약 15% 감소 효과를 보여줬고, 바이킹 테라퓨틱스,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등 다수 글로벌 제약사가 GLP-1 알약 후보물질 임상을 줄줄이 진행 중이다. 이들 중 일부는 GLP-1과 GIP 등 이중 작용 혹은 신기전 적용을 시도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저분자 경구 GLP-1 개발 바람이 뚜렷하다. 일동제약 신약 자회사 유노비아는 경구형 GLP-1 후보(ID110521156) 1상에서 혈당·체중 감소와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위장 부작용을 확인했다. 디앤디파마텍도 ‘오랄링크’ 플랫폼 기반 GLP-1 경구제 ‘DD02S’ 북미 임상 1·2상에 진입했다. 업계는 경구용의 경우 기존 펩타이드 주사제 대비 제조 효율성과 대량생산 경쟁력이 크게 높은 점에 주목한다.
의약품 허가·상용화까지는 약효·안전성 검증과 대규모 비열등성 임상 통과가 핵심 진입장벽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 등은 GLP-1 계열 약물의 대중적 확산에 따라 장·단기 안전성 데이터 확보와 처방 가이드라인 정립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 중이다.
전문가들은 “먹는 GLP-1이 시장에 안착한다면 비만 치료 시장의 접근성과 규모, 경쟁 구도가 한층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내 K바이오도 저분자·경구화 기술 차별화가 필수 조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