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상대권 언급은 취임 반년 뒤 시작”…조은석 내란특검, 윤석열 등 24명 재판 넘겼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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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내란·외환 사건을 두고 조은석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정면 충돌했다. 180일에 걸친 특검 수사 결과가 15일 공개를 앞두면서, 전직 대통령 기소를 둘러싼 정치적 파장도 거세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4일 기준 내란 및 외환 관련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15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특검팀은 지난 6월 18일 공식 수사 개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24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군검찰이 특검과 공조해 별도로 처리한 인원까지 합하면 기소 대상은 27명에 이른다.

특검팀은 수사 기간 동안 총 11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 중 5건이 법원에서 발부됐다. 구속영장이 절반만 인용되면서 영장 기각에 따른 무리한 수사 논란도 불거졌다.

 

조은석 특별검사는 사법연수원 19기 출신으로,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혔다. 그는 지명 이튿날인 6월 13일 언론 공지를 통해 “사초를 쓰는 자세로 세심하게 살펴 가며 오로지 수사 논리에 따라 특별검사의 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히며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특검팀은 임명 엿새 만인 6월 18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기소하고, 추가 구속영장 발부까지 요청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내란특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수사에 들어간 셈이다. 이후 수사 방향은 곧바로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했다.

 

수사 개시 약 3주 뒤인 7월 10일,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해 신병을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지 124일 만에 다시 수감된 것이다. 특검팀은 이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하며 수사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은 잇따라 기각됐다. 특히 박성재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한 달간 보강수사를 거친 재청구였지만, 법원은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다시 한 번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야권 일각과 법조계에선 수사 방향과 증거 구성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8월 이후 특검팀이 추가로 신병을 확보한 주요 인물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다. 다만 조 전 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내란이 아닌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으로, 계엄 관련 내란 혐의와는 결을 달리했다.

 

외환 혐의 수사에서도 특검팀은 북한과의 공모를 입증해야 하는 외환유치 혐의 적용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에게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전직 대통령 일반이적 기소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법조계와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등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정전협정 상태인 북한을 고의로 자극해 군사적 긴장을 높였다고 판단했다. 수사 결과 북한 무인기 투입 작전이 비밀리에 진행되면서, 북한 위협에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하는 전방부대가 충분한 대비 태세를 갖추지 못했고, 이로 인해 국가 안보가 저해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상계엄 구상 시점도 쟁점이 됐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3∼4월경 소위 ‘비상대권’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특검은 그보다 훨씬 이른 2022년 11월부터 계엄 구상이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취임 반년 만에 이미 비상계엄 카드가 내부 검토 대상에 올랐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특검 공소장에는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11월 25일 관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가진 만찬에서 “나에게는 비상대권이 있다. 싹 쓸어버리겠다”, “내가 총살당하는 한이 있어도 싹 쓸어버리겠다”라고 말했다는 진술도 담겼다. 야권은 이 발언을 계엄령 검토 정황의 핵심 단서로 보고 있고, 여권에서는 정치적 과장 발언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했다는 반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내각 구성이 지연되고, 정부 입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윤 전 대통령이 정국 돌파구로 비상계엄 카드를 검토했다고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본인과 김건희 여사의 사법 리스크도 계엄 구상 동기에 포함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수사 과정에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직접 연락해 명품가방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순직 해병 수사외압 사건 등 자신들의 사법 리스크를 언급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계엄 선포 시도와 사법 리스크 관리가 맞물려 있었는지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국회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 수사에서는 여당 전 대표와 현역 의원들의 조사 거부가 또 다른 난관으로 작용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다수 의원이 특검 출석 요구를 거부하면서, 특검팀은 공판 전 증인신문까지 청구하는 강수를 뒀다. 한 전 대표는 끝까지 조사에 응하지 않았지만, 특검은 일부 의원을 비공개로 조사한 끝에 추경호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정치권 반응은 첨예하게 갈릴 전망이다. 야권은 특검 기소를 토대로 윤 전 대통령 책임론과 여권 전반의 국정 운영 실패를 집중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여권은 “정치 보복 수사”, “무리한 영장 청구에도 절반만 인용된 수사”라며 특검 수사 공정성을 정면으로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은석 특별검사는 15일 직접 기자들 앞에 서서 180일간의 수사 결과를 설명한다. 그는 특검 지명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만큼, 이날 발표는 사실상 ‘첫 공식 브리핑’이 된다. 윤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비상계엄 선포 동기, 김건희 여사의 관여·가담 여부, 한동훈 전 대표 등 여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추가 수사 필요성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 입증 여부에 따라 정국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법원 판단이 윤 전 대통령과 주요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게 나올 경우, 차기 총선과 대선 구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치권은 향후 국회에서 계엄 관련 제도 보완과 권력 통제 장치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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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석특검#윤석열전대통령#비상계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