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크리에이터 매출 5조5503억 돌파…광고·커머스가 성장 이끈다
디지털 플랫폼 기반 크리에이터 경제가 국내 온라인 영상 산업의 주류로 올라서고 있다. 1인 크리에이터와 소규모 제작사가 만드는 콘텐츠가 광고·커머스와 결합하면서, 전통 방송을 대체하는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익 구조가 다변화되면서 산업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사업체 대부분이 5인 미만 영세 구조에 머무르며 양극화와 노동 안정성 문제가 향후 과제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전파진흥협회가 28일 발표한 2025년 디지털 크리에이터 미디어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디지털크리에이터미디어 산업 매출은 5조550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4.4퍼센트 늘어난 수치다. 조사 대상에는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유통·수익화하는 크리에이터, 영상제작사, 마케팅 에이전시, 커머스 연계 사업자 등이 포함됐다.

산업 규모를 구성하는 사업체 수는 1만1089개, 종사자 수는 4만3717명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상에서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기획·촬영·편집 같은 제작지원과 브랜드 협찬을 연계하는 MCN, 광고대행사, 커머스 운영사 등이 광범위하게 얽힌 생태계가 형성된 셈이다.
분야별 사업체 수 변화를 보면 산업 구조 재편이 더 분명해진다. 광고·마케팅·커머스 분야 사업체는 6346개로 전년 대비 197.7퍼센트 급증했다. 단순 조회수 수익에 의존하던 크리에이터 경제가 브랜드 광고, 라이브커머스, 굿즈 판매, 성과형 마케팅 등으로 중심축을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영상제작 및 제작지원 사업체는 4154개로 58.5퍼센트 감소했고, 크리에이터 마케팅 에이전시로 분류되는 MCN 등은 491개로 60.1퍼센트 줄었다. 온라인 비디오 공유 플랫폼 사업체도 98개로 31.5퍼센트 축소됐다. 플랫폼과 대형 에이전시 중심 구조에서, 개별 크리에이터와 브랜드가 직접 연결되는 직거래형 구조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는 양상이다.
매출 구조를 보면 영상제작 및 제작지원 분야가 2조2084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형 제작사와 스튜디오, 전문 편집·후반 작업사 등이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광고·마케팅·커머스 분야 매출은 1조9889억원으로 뒤를 이었지만, 전년 대비 12.6퍼센트 성장하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온라인 비디오 공유 플랫폼 매출은 8051억원, 크리에이터 마케팅 에이전시는 5479억원으로 나타났다. 플랫폼과 MCN의 성장 속도는 둔화되는 반면, 광고·커머스 연계 부문이 산업 수익성을 견인하고 있는 구조다.
사업자당 평균 매출은 5억원으로 전년보다 27.2퍼센트 늘어났다. 다만 5억원 미만 사업체가 전체의 71.7퍼센트인 7879개에 달해, 상위 일부 사업체와 대다수 소규모 사업체 간 매출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의 알고리즘 구조상 상위 크리에이터에게 트래픽과 광고가 집중되는 경향과도 맞물려, 중소 제작사와 신생 크리에이터가 수익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을 반영한다.
종사자 수는 4만3717명으로 1년 새 3.2퍼센트 증가했다. 그러나 종사자 5인 미만 사업체 비중이 85.7퍼센트인 9504개에 달해 산업 전반이 여전히 영세 사업체 중심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조직 규모가 작을수록 정규직 비율이 낮고 프리랜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고용 안정성·사회 안전망 측면에서 정책 보완 요구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이하 청년 종사자가 2만3000명으로 전체의 52.3퍼센트를 차지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IT가 결합된 크리에이터 산업이 청년층 일자리의 중요한 축이 돼가고 있지만, 동시에 불안정 노동의 밀집 구역이 될 위험도 존재하는 셈이다.
콘텐츠 생산 측면을 보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체는 전체의 41.9퍼센트인 4651개로 조사됐다. 이들 사업체는 연평균 76.4편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으로 나타나, 주당 1편 이상을 꾸준히 생산하는 고빈도 제작 패턴이 일반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콘텐츠 유형으로는 정보 전달형이 39.5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제품·서비스를 소개하고 평가하는 리뷰형이 32.5퍼센트로 뒤를 이었다. 단순 엔터테인먼트 중심에서 벗어나, 교육·생활 정보·소비 의사결정 지원 등 실용 콘텐츠 비중이 커지면서 광고·커머스와의 결합 여지도 확대되는 구조다.
콘텐츠 유통 채널은 특정 플랫폼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유튜브가 65.9퍼센트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인스타그램이 12.9퍼센트, 네이버클립이 7.9퍼센트로 뒤를 이었다. 글로벌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알고리즘 정책 변경이나 수수료 구조 조정 같은 외부 변수에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는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국내 플랫폼 입장에서는 숏폼·라이브커머스 등 틈새 시장 공략과 크리에이터 수익 배분 구조 개선이 경쟁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평균 제작비용은 연간 938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세부 항목을 보면 작품 제작비가 4610만원으로 가장 크고, 기획 비용이 1580만원, 출연료가 1270만원, 마케팅·홍보비가 1200만원이었다. 단순 촬영 장비나 편집 인력 비용뿐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의 전문 인력 투입과 유료 광고 집행 등 마케팅 비용 비중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는 크리에이터 산업이 전통 방송 못지않게 기획·브랜딩·유통 전략이 결합된 종합 콘텐츠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 구도를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국내 디지털 크리에이터 생태계는 유튜브와 같은 해외 플랫폼을 무대로 성장하면서도, 광고대행사·커머스 플랫폼·국내 IT 기업이 결합한 복합 산업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광고 시장 재편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지만, 국내는 모바일 환경과 실시간 소통 문화가 강해 라이브커머스와 숏폼 중심 수익 모델이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플랫폼 종속과 영세 사업체 문제는 해외와 공통된 구조적 과제로 남아 있다.
정책 측면에서 디지털 크리에이터 산업은 아직 전통 방송·OTT에 비해 제도적 틀이 정교하게 갖춰지지 않은 분야로 평가된다. 저작권 보호, 광고 표시 의무, 협찬 투명성, 청소년 보호, 플랫폼 수수료 규율 같은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향후 방송통신·공정거래·노동·세제 정책이 교차하는 규범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 편집·합성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크리에이터 산업이 AI 기술 적용의 전면 무대가 되는 만큼, 저작권과 초상권, 딥페이크 규제 논의도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플랫폼 중심의 유통 구조에 더해, 자체 커뮤니티와 멤버십, 독립 커머스 채널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추세다. 데이터 분석 기반으로 이용자 선호를 정밀 파악해 콘텐츠 기획에 반영하는 등, IT 기술 역량을 내재화한 크리에이터와 제작사가 경쟁력을 갖추는 국면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동시에, 안정적인 저작권 수익 배분과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산업 외형 성장과 현장 종사자의 삶의 질 사이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도성 방송미디어진흥국장은 광고·마케팅·커머스 등과 융합된 새로운 형태로 산업이 확장되면서 질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디지털 크리에이터와 관련 사업체의 고부가가치 창출과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정책 지원과 규제 정비 속도가 실제 현장의 변화와 어떻게 맞물릴지, 그리고 크리에이터 경제가 안정적인 디지털 일자리 생태계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