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구축함 공동설계도 검토"…방사청, HD현대·한화오션 3가지 방식 놓고 결론 압축

차세대 해군 전력 확보를 둘러싼 갈등과 국방 산업계의 이해가 맞붙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사업 방식을 두고 방위사업청과 조선·방산 대기업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정부가 양대 조선사의 공동설계 카드까지 꺼내들며 절충점을 모색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4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심의·의결하고 사업 추진 방식을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설계 등 3가지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이달 18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이 가운데 한 가지 방식으로 최종 사업계획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KDDX 사업은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총 7조8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6척의 구축함이 건조된다. 통상 함정 건조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며, KDDX 사업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맡았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본설계가 완료된 뒤 지난해부터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이의 법적 분쟁과 과열 경쟁이 격화되면서 방위사업청이 사업 방식에 결론을 내리지 못해 사업이 2년 가까이 지연된 상태다.  

그동안 방위사업청은 기존 관례에 따라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추진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왔다. 함정 사업에서 기본설계 수행 업체와의 수의계약은 일반적인 방식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문제 삼으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관리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며 경쟁입찰 도입 또는 HD현대중공업과의 공동설계를 요구해왔다. 양사가 모두 KDDX 수주에 사활을 걸면서 갈등은 장기화했고, 방위사업청은 사업 지연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까지 받는 입장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방위사업청이 3가지 사업 방식을 동시에 테이블에 올린 것은 KDDX 사업 지연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양 대형 조선사 간 극한 대립을 완화해야 한다는 고민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공동설계 방식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상생협력안을 정부가 공식 제안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동설계 방안의 구체적 구상은 두 업체가 KDDX 상세설계를 함께 수행한 뒤, 공동설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초도함 2척을 동시에 발주해 각 사가 1척씩 건조하는 구조다. 이 방식은 설계 위험과 사업 책임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양사의 이해관계를 일정 부분 조정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반면 책임 소재와 기술 관리 체계, 일정 관리에서 새로운 쟁점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의계약 방식은 사업 일정 안정성과 기존 설계 연속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으나, 한화오션 측의 반발과 경쟁 제한 논란이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경쟁입찰 방식은 형식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거론되지만, 입찰 절차에 소요되는 추가 시간과 사업비 상승 가능성이 변수로 꼽힌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KDDX 사업 지연이 해군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부 우려도 의식하고 있다. 차기 구축함 전력화 시기가 늦어질 경우 주변국 해군력 증강과 북한의 비대칭 전력 고도화에 대응하는 데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는 절충안을 찾되, 일정과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고려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이달 18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KDDX 사업 방식을 최종 확정한 뒤 세부 일정과 절차를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원회도 향후 예산 심의와 관련 법안 논의를 통해 KDDX 사업 진척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보이며, 정치권은 대형 방산 사업을 둘러싼 산업·안보 효과를 두고 추가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