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따라 맛의 길을 걷다”…광주 서구와 광산구의 미식 산책
요즘 광주에서는 흐린 하늘 아래 미식 로드를 따라 걷는 이들이 늘었다. 옛날 같으면 볕 좋을 날을 골라 나갔겠지만, 지금은 흐린 날씨마저 산책의 일부가 됐다. 적당히 선선한 오후, 낮아진 기온과 잔잔한 바람이 도심에 고요함을 더하고, 서구와 광산구 곳곳의 맛집과 베이커리, 그리고 핫플레이스가 특별한 일상으로 초대한다.
광주 서구 치평동의 나나방콕 광주상무본점에서는 태국의 깊은 맛이 한 그릇 쌀국수와 함께 전해진다. 이곳은 태국 정부가 인증한 Thai SELECT 매장으로, 똠얌꿍과 팟타이 같은 전통 메뉴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두꺼운 고깃국물에 이국적 향신료가 조심스럽게 얹혀지고, 익숙하지 않던 현지 맛이 부드럽게 하루의 공백을 채운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워 SNS 인증샷으로 남기는 방문자가 많다.

서구 광천동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광주신세계점은 또 다른 의미의 미식과 쇼핑의 교차점이다. 넓게 펼쳐진 매장에는 계절별로 바뀌는 상품들이 가득하고, 잠시 머물기 좋을 만큼 편안한 휴게 공간도 마련돼 있다. 가까운 이와의 데이트, 혹은 혼자만의 데이오프 모두에 어울린다.
광산구 월계동 올데이우동 광주첨단점에서는 매일 아침 직접 뽑아내는 자가제면 우동 한 그릇에 온기가 담긴다. 붓가케우동, 모시조개우동, 까르보나라우동 등 각기 다른 스타일을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이 잦다. 테이블 너머로 면을 뽑는 소리가 들리면, 누군가는 “이런 소박함이 여행 같았다”고 표현했다.
근처 화궁방마라탕 첨단본점에서는 얼얼하고 얼큰한 마라탕에 취향껏 음식을 담으며 각자만의 미식 세계를 즐긴다.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꿔바로우까지 곁들이면 숨어 있던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도 든다.
광산구 송정동 쑥스초코파이는 한국의 쑥으로 빚어낸 현대식 디저트다. 5무(無) 제조 원칙에 신선한 생크림, 한정 수량만을 고집한다. 포장지에서 꽃처럼 얼굴을 내민 쑥 초코파이를 맛본 누구나 “광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건강함”이라며 기념품으로 챙기곤 했다. 광주만의 오랜 감성과 현대적 미각이 오롯이 공존하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감지된다. 따뜻한 맛집, 전통이 녹아든 문화 공간, 신선한 로컬 디저트가 일상의 한 장면이 됐다. 시민들과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이 동네를 산책하면서, 나만의 느긋한 미식 여행을 완성한다”며 SNS에 인증을 남긴다.
트렌드 전문가들은 “지역에서 일상을 누리는 감각이 점점 더 소중해지고 있다. 가까운 곳, 잘 아는 거리에서 발견하는 맛집은 기분전환을 넘어 오늘의 행복이 된다”고 느꼈다. 광주만의 담백한 미식 산책이 ‘로컬의 맛’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한편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이런 날엔 따뜻한 쌀국수 한 그릇,” “광주 오면 필수로 들를 베이커리” 등 본인만의 맛 지도를 공유하는 이들이 느려진 걸음으로 곳곳을 채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도심을 흐르는 느슨한 미식의 흐름, 오늘은 그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