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바마 선거자금 불법 기부”…미 래퍼 프라스 미셸, 14년형 선고에 정치 스캔들 여진

박다해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20일, 미국(USA)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래퍼 프라스 미셸에 대한 중형 선고가 내려졌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2012년 재선 선거운동과 연계된 불법 외국 자금 제공 혐의가 인정되면서 미국 정치자금 시스템과 국제 금융 스캔들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 판결은 미국 내 선거자금 투명성과 외국 자본의 정치 개입을 둘러싼 경계가 얼마나 엄격해졌는지 보여준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20일, 워싱턴D.C. 연방법원의 콜린 콜라-코텔리 판사는 프라스 미셸에게 징역 14년형을 선고했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12년 재선 캠프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해외 자금을 불법 기부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미 연방 배심원단은 앞서 2023년, 공모와 외국 정부 미등록 대리인 활동 등 10개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린 바 있다. 검찰은 그가 “돈 때문에 나라를 배신했고, 자신의 계획을 위해 반성 없이 끝없이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하며 중형을 요구해 왔다.

프라스 미셸 / 영화 '비트 보이스'
프라스 미셸 / 영화 '비트 보이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말레이시아 국영 투자 펀드 1MDB 스캔들이 자리한다. 1MDB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말레이시아 금융인 조 로우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선 캠프에 자금을 전달하기 위해 프라스 미셸을 통로로 활용한 것으로 미 수사 당국은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프라스 미셸은 조 로우로부터 1억 2천만 달러(약 1천770억 원) 이상을 수령했고, 이 자금 가운데 일부가 선거운동 기부로 연결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사법당국은 이 구조가 1MDB에서 유출된 자금이 미국 정치에 흘러 들어간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해 왔다.

 

미 법무부는 프라스 미셸이 단순 기부 대행을 넘어, 조 로우가 직면한 미국 법무부 수사를 끝내기 위해 워싱턴 내 로비를 시도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그가 조 로우에 대한 수사를 종식시키려 했고, 관련 증인을 매수했으며, 재판 과정에서도 위증을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공모와 은폐 시도는 미국 내에서 외국 정부 또는 외국인 이해를 대변하는 인물이 반드시 등록해야 하는 법적 의무, 이른바 외국 대리인 등록법 위반 문제와 직결된다.

 

이에 대해 프라스 미셸 측은 선고 직후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징역 14년이 “범죄 사실과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또 조 로우가 미셸에게 자금을 건넨 목적과 관련해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조 로우는 그저 오바마 대통령과 사진을 찍고 싶어했을 뿐”이라고 항변해 왔다. 이는 자금 제공의 정치적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조 로우는 현재 도주 중이며, 자신에게 제기된 1MDB 관련 혐의와 미국 선거자금 사건에 대해 줄곧 무죄를 주장해 왔다. 말레이시아(Malaysia) 안팎에서 1MDB를 둘러싼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미국을 포함한 여러 사법당국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1MDB 스캔들은 국제 금융·정치 비리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금융 허브를 자처하는 국가들은 자국 시스템이 유사한 자금 세탁 경로로 활용될 위험을 점검하고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 언론은 이번 판결을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주요 매체들은 헐리우드와 음악계 유명인이 연루된 고위급 정치자금 스캔들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미국 정치에 대한 외국 자본의 영향력 차단을 강조하는 최근의 법 집행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보도한다. 한편 일부 평론가들은 대중문화계 인물이 1MDB와 같은 초대형 국제 비리에 결부된 상황 자체가 미국 문화산업과 정치권 간의 취약한 연결고리를 드러낸다고 분석한다.

 

프라스 미셸은 3인조 힙합 그룹 푸지스(The Fugees)의 멤버로, 그래미상을 두 차례 수상한 세계적 아티스트다. 대중음악계의 상징적 인물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문화계 인사들의 정치 후원과 로비 활동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MDB 스캔들 수사 결과와 연동해 미국 대내외 정치자금 규제와 외국 대리인 등록 의무를 둘러싼 법·제도 개편 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판결과 항소 절차가 외국 자금의 국내 정치 개입을 어떻게 억제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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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스미셸#버락오바마#조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