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SC 유럽허가…알테오젠 ALT B4, 글로벌 SC 전환 신호탄
항암 면역치료제 투약 방식이 정맥주사 중심에서 피하주사로 옮겨가는 흐름이 가속하는 모습이다. 국내 바이오 플랫폼 기업이 보유한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이 글로벌 빅파마의 블록버스터 항암제에 적용돼 미국에 이어 유럽 허가까지 확보하면서, 항암제 투약 시간 단축과 병원 현장 효율화에 미치는 파급력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승인 결과를 피하주사 제형 전환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하며, 후속 글로벌 기술이전과 SC 제형 시장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미국 파트너사 MSD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부터 키트루다 SC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20일 밝혔다. 키트루다 SC에 적용된 베라히알루로니다제 알파 ALT B4는 알테오젠이 개발·제조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효소로, 기존 정맥주사 제형 의약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성분이다. 이번 EC 승인은 유럽에서 승인된 키트루다의 모든 성인 33개 적응증에서 키트루다 SC 사용을 허용한 것으로, 기술 상용화 범위가 한 번에 광범위하게 열린 셈이다.

기술 관점에서 ALT B4는 피하조직에 존재하는 히알루론산을 일시적으로 분해해 약물이 조직 사이를 더 잘 퍼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히알루론산은 세포 사이를 채우는 점성이 높은 물질로, 고용량 단백질 의약품을 피하로 투여할 때 주입 속도와 투여 가능 용량에 제한을 주는 요인이다. 인간 유래 서열을 기반으로 설계된 ALT B4는 이러한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면역원성 위험을 줄인 것이 특징으로 평가된다. 알테오젠 측은 이 기술을 통해 같은 용량의 항체의약품을 훨씬 짧은 시간 안에 피하로 투여할 수 있어, 기존 정맥주사 대비 투약 편의성과 병원 회전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해 왔다.
키트루다 SC 상용화는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대목으로 거론된다. 정맥주사 제형 키트루다는 투약 준비와 주입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전용 주사실과 인력이 필요하다. 반면 SC 제형은 투약 시간이 대폭 단축되고 투여 과정이 단순해져, 외래 진료에서의 처리 속도를 높이고 항암치료 대기 시간을 줄일 여지가 있다. 환자 입장에서도 주사 바늘 유지 시간과 병원 체류 시간이 줄어들어, 치료 과정의 심리적·신체적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도 피하주사 제형 전환은 주요 트렌드로 부상해 있다. 이미 다수의 항체 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SC 제형으로 개발되거나 허가를 받아, 정맥주사 대비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를 겨루는 구도가 형성됐다. 특히 이번 키트루다 SC 유럽 허가는 면역관문억제제 중에서도 매출 규모가 큰 제품에서 피하주사 전략이 본격 전개된 사례로, 경쟁사의 유사 전략 촉발 가능성을 키운다. 업계에서는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키트루다 SC 사용이 확대될 경우, 유사 기전 항암제뿐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 다른 단백질 의약품에서도 SC 전환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알테오젠은 MSD와 2020년 6월 ALT B4 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사용권을 부여했다. 이후 2023년 2월 MSD의 펨브롤리주맙에 대한 독점적 라이선스를 위한 계약 일부 변경을 통해 키트루다 SC 관련 추가 마일스톤과 로열티 수취 구조를 마련했다. 미국 승인에 이어 유럽에서도 키트루다 SC 허가가 이뤄지면서, ALT B4 기반 매출 기여 시점이 본격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규제 측면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품목허가는 유럽 내 각 회원국에서 키트루다 SC가 일괄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의미한다. 향후 국가별 급여·가격 결정 과정에 따라 실제 시장 확산 속도와 규모가 좌우될 전망이다. 항암제 분야에서 피하제형에 대한 의료진 수용성은 이미 상당 부분 형성돼 있어, 병원별 인프라와 환자 수요를 반영한 사용 패턴이 비교적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이사는 키트루다 SC 유럽 승인에 대해 ALT B4가 적용된 제품이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상업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키트루다 SC가 주요 의약품 시장에서 널리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피하주사 제형 확대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산업계는 향후 실사용 데이터와 매출 추이를 통해 ALT B4 기술의 상업적 검증이 본격 이뤄질지를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