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ETF 결정 또 연기”…미국 SEC, 시장 복잡성에 신중 행보
현지시각 11일, 미국(USA)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블랙록(BlackRock)과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이 제출한 이더리움(Ethereum), 솔라나(Solana), 리플 XRP(엑스알피) 등 주요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심사 결정을 추가로 연기했다. 시장 복잡성과 투자자 보호 문제를 내세운 SEC의 이번 조치는 세계 금융 및 디지털 자산 업계에 파장과 불확실성을 안기고 있다. 당국의 행보는 최근 전통 금융사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 러시와 맞물려, 규제 명확화 여부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SEC는 프랭클린 템플턴의 이더리움 스테이킹 ETF 검토 기한을 2025년 11월 13일까지, 솔라나 및 XRP ETF는 11월 14일까지로 각각 연장한다고 밝혔으며, 블랙록의 아이셰어즈(iShares) 이더리움 트러스트 역시 10월 30일을 새로운 심사 마감일로 지정했다. SEC는 증권거래법 19(b)조에 따라 총 최대 240일까지 결정 기한을 늘릴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해, 장기적이고 신중한 분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스테이킹 구조를 포함한 ETF 상품은 자산 보관, 보상 구조의 안정성, 규제 장치 미비 등 복잡한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기 조치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다. SEC는 올 여름 도지코인(Dogecoin), 헤데라(Hedera) 등 신규 ETF 상장 추진안에 대해 잇따라 연기를 결정해 왔다. 현재 심사 중인 암호화폐 기반 ETF만 92개에 달하며, SEC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 확보를 공식적으로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블랙록, 프랭클린 템플턴, 위즈덤트리(WisdomTree), 그레이스케일(Grayscale), 21셰어스(21Shares) 등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규제 시장 내에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각국 증권 시장과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는 SEC가 당장 규제 프레임워크가 구축되기 전까지 암호화폐 ETF 시장 진입을 막으려 한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최근 블룸버그 애널리스트 에릭 발쿠나스(Eric Balchunas)와 제임스 세이파트(James Seyffart)는 “XRP ETF의 경우, 연내 승인 확률이 95%에 달한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번 연기가 과거 비트코인·이더리움 ETF 승인 시 나타난 패턴과 비슷하다는 맥락에서다.
한편 SEC는 이번 ‘연기’가 단순한 시간 끌기가 아닌 중장기 기준 마련의 일환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SEC 의장 폴 애킨스(Paul Atkins)는 최근 파리에서 열린 OECD 글로벌 금융시장 라운드테이블에서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를 공식화하며, “디지털 자산 시대에 맞는 통합 규칙과 표준화된 ETF 심사 방안을 본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금융당국의 신중한 행보는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CNN 등 주요 외신도 블랙록 등 전통 자산운용사와 SEC 간 규제 조율이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를 바꿀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SEC의 결정은 투자자 불안을 확대시키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규제 명확화와 제도 정비가 암호화폐 ETF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향후 SEC의 심사 일정과 규제 방향성이 투자 심리와 시장 변동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