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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달 통신 궤도선 도전"…우주청, 재사용발사체로 K스페이스 가속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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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주 수송 기술이 달 탐사로 직접 연결되는 로드맵이 구체화되고 있다. 4차 발사 성공으로 신뢰성을 입증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기반으로 2029년 달 통신 궤도선 발사를 노리고, 2030년대에는 재사용발사체를 국가 주력 수단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민간발사장과 위성·드론·미래항공기 등 인프라와 플랫폼 투자가 더해지면서, 정부는 우주항공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이른바 K스페이스 전략의 분기점으로 2026년을 설정하는 분위기다.

 

우주항공청은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우주항공청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국정과제인 우리 기술로 K스페이스 도전을 구현하기 위해 저비용·고빈도 발사 역량과 인프라 확보, 우주항공의 주력산업화, 국제협력 및 우주 문화 확산 등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책, 산업, 수송, 위성, 탐사, 항공, 글로벌 등 7개 분야 핵심 과제를 묶어 단계별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우주와 항공이 공유하는 발사체, 소재, 제어 기술 등 공통 기반을 엮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 국가우주위원회를 국가우주항공위원회로 확대 개편한다. 위원회 기능을 통해 장기 투자, 대형 프로젝트, 민간 참여 구조를 하나의 틀에서 다루겠다는 의도다. 동시에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육성 전략을 새로 수립하고, 석·박사급 전문 인력 양성을 범부처 연계 프로그램으로 늘려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 풀을 구축한다.

 

산업 측면에서는 정부가 우주개발사업을 설계할 때부터 민간 제품·서비스를 직접 구매하는 구조를 도입해 기업 매출과 레퍼런스를 동시에 키우는 수요 견인 정책을 준비한다. 공공·국방 위성 발사 시 국내 발사를 우선 검토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누리호 등 국산 발사체 수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항공 분야에서는 민항기 국제공동개발 사업에 참여해 항공기 구조와 시스템 통합 역량을 축적하는 글로벌 밸류체인 편입을 노린다.

 

위성 정보 활용을 통한 데이터 경제 확대도 핵심 축이다. 우주항공청은 위성정보 기반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키우기 위해 위성활용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고, 인공지능 기반 위성정보 분석·활용 서비스의 상용화를 위한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 지역별로는 우주항공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발전 전략을 세워 발사, 위성조립, 부품·소재, 데이터 서비스 등 기능별 특화 인프라 구축 방향을 잡는다.

 

수송 분야에서는 재사용발사체 체제로의 전환이 본격 논의된다. 우주항공청은 2030년대 국가 주력 재사용발사체 확보를 목표로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 계획 변경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2026년부터 예비설계에 들어간다. 재사용발사체는 1단 등 핵심 구조물을 회수해 재차 사용하는 발사체로, 발사비용을 크게 낮추고 발사 빈도를 높일 수 있어 저궤도 통신망, 위성 군집 운용 등 차세대 우주 인프라에는 사실상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누리호는 단기적으로 우주 수송의 실질적인 주역 역할을 이어간다. 내년 예정된 누리호 5차 발사에서는 초소형군집위성 다섯기를 동시에 실어 다중사출 능력을 검증한다. 군집위성 다중사출 기술은 통신, 지구관측, 국방 정찰 등에서 수십·수백기의 위성을 한 번에 배치할 수 있게 해 서비스 품질과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 역량이다. 정부는 2029년 이후 공공위성을 누리호로 연속 발사하는 반복 발사 일괄계약을 추진해 누리호를 상업 발사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발판도 마련할 계획이다.

 

국내 발사 기반 확충을 위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고도화하고, 2027년 개방을 목표로 상업발사를 지원하는 민간발사장 구축에 속도를 낸다. 발사장 다변화는 기상, 스케줄 병목, 해외 의존도 같은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민간 발사서비스 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평가다. 더 나아가 우주 궤도 간 이동, 위성 재급유, 궤도상 수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궤도수송선을 기업 주도로 개발해 새로운 우주 수송 산업을 발굴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위성 분야에서는 안보와 재난 대응 등 공공임무 중심의 첨단위성 개발·발사가 이어진다. 우주항공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민·관·군 협의체에 참여해 국내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 타당성을 검토하고, 공공 수요 분석과 민간 비즈니스 모델을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차세대중형위성2호와 5호는 각각 지구관측과 농·산림 감시에 투입되고, 다목적실용위성6호는 50센티미터급 영상레이더로 기상 조건과 낮밤에 상관없이 관측이 가능하다. 초소형군집위성 2~6호는 지구관측용 군집 플랫폼으로서 성능을 시험하게 되며, 10센티미터급 초고해상도 광학위성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위성 해상도 영역까지 도전한다.

 

우주 탐사에서는 한국의 독자 기술과 국제 협력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국내 개발 우주 방사선 측정 위성 K RadCube는 아르테미스 2호에 실려 발사되고, 우주 환경 측정기 LUSEM은 미국 민간 달 착륙선을 통해 운용 범위를 넓힌다. 국제거대전파망원경 SKA 건설 과정에서는 국내 산업체 참여를 확대해 대형 과학 인프라 프로젝트 경험을 축적한다. 동시에 한국 주도 L4 태양권 탐사와 달 착륙선 개발에 대한 국제협력 방안을 설계해 향후 본격적인 행성간 탐사 참여 기반을 다진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으로 확보한 신뢰성을 바탕으로, 정부는 누리호를 직접 달 탐사 임무에 투입하는 새 사업도 기획 중이다. 목표는 2029년 누리호와 궤도수송선을 묶어 달 통신 궤도선을 쏘아 올리는 것이다. 달 통신 궤도선은 달 궤도와 지구를 잇는 중계 허브로, 향후 한국형 달 착륙선과 로버 등 정밀 탐사 자산이 투입될 경우 필수 인프라로 작동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 주도의 우주제조 플랫폼 개발과 실증, 탐사 기술을 활용한 창업·사업화 지원을 강화해 우주탐사 신산업 생태계를 키운다는 구상이다.

 

항공 분야에서는 드론, 미래항공기, 항공엔진, 소재·부품·장비를 4대 축으로 삼아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드론은 국산화 전략을 수립하고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드론 기술을 확보해 자율비행, 군집운용, 임무 최적화와 같은 고급 기능을 겨냥한다. 재난 대응 등 공공 임무 수행에 적합한 성층권 드론의 장기 체공 비행과 탑재체 개발도 함께 추진해 기존 위성·항공 플랫폼과 다른 고정점 관측 시장을 겨냥한다.

 

미래항공기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기 가스터빈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 개발에도 착수한다. 전기 모터와 가스터빈을 조합해 연료 효율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단거리·도심항공 모빌리티부터 중형 여객기까지 응용 확장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항공 엔진 분야에서는 독자 모델 개발과 소재·부품 자립, 개발·시험 인프라 구축을 하나의 패키지로 추진해 고부가가치 엔진 시장 진입을 노린다. 로봇 기반 자동화 공정과 친환경 경량 소재부품 기술을 통해 항공 소재·부품·장비 전반의 경쟁력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글로벌 전략으로는 우주 선도국과의 파트너십 확대가 중심이다. 한미 간 아르테미스 협력 아이템 발굴을 위한 워킹그룹을 운영해 공동 탐사 탑재체, 우주 인프라, 규제·표준 협력 등을 구체화한다. 기존 협력국과는 공동 프로젝트를 추가로 발굴하고, 캐나다 등 신규 파트너와는 양해각서를 체결해 네트워크를 넓혀간다. 2026년에는 미국과 아랍에미리트 등 기업 협력 수요가 높은 국가로 민관사절단을 파견해 국내 기업의 우주·항공 분야 해외 진출 창구를 늘릴 예정이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민간 제작 주도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을 계기로 2026년 우주항공청 예산 1조원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섰다고 평가하면서, 누리호 5차 발사와 재사용발사체 개발 착수, 미래항공기 개발 선도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을 확보하고 우주항공 5대 강국 도약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누리호 기반 달 통신 궤도선과 재사용발사체, 민간발사장 등 대형 프로젝트가 실제 시장과 민간 비즈니스로 이어질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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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누리호#재사용발사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