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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AI 전시안내 서비스…MICE 디지털 전환 신호탄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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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전시 안내 기술이 대형 박람회 현장의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서울카페쇼에서 처음 도입한 AI 전용 가이드 서비스는 관람객 동선 추천과 실시간 밀집도 분석, 다국어 통역까지 통합 지원하며 MICE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증이 스마트 전시장 구축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관광공사 사장직무대행 서영충은 19일 개막한 제24회 서울카페쇼와 월드커피리더스포럼 현장에서 인공지능 기반 전시 안내 서비스 카페쇼 AI 가이드를 선보였다고 20일 밝혔다. 서울카페쇼는 75개국에서 약 13만 명이 찾는 대형 커피·F&B 전시회로, 관광공사는 이 현장을 AI 실증 무대로 삼아 전시 특화 디지털 서비스를 실제 관람 환경에 투입했다.  

카페쇼 AI 가이드는 전시박람회 전용 AI 어시스턴트로 설계됐다. 단순한 행사 정보 검색을 넘어 관람객의 관심사와 방문 목적을 입력받아 맞춤형 관람 동선을 제안하는 스마트 도슨트 기능을 제공한다. 관람객은 복잡한 전시장 지도 대신 AI가 제시하는 추천 경로를 따라 이동함으로써 원하는 부스를 효율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  

 

이번 서비스에는 AI 기반 밀집도 분석 기술이 핵심적으로 적용됐다. 전시장 내 인원 분포와 인기 부스의 혼잡도를 실시간 분석해 동선을 안내하고, 입구별 관람객 수와 흐름을 데이터로 파악해 병목을 줄이도록 설계했다. 게이트마다 입장 대기 시간을 자동 산출해 키오스크 화면에 표기함으로써 관람객이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입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존 인력 중심 현장 운영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흐름 관리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글로벌 바이어와 로스터, 바리스타, 식음 전문가가 대거 찾는 행사 특성을 고려해 AI 다국어 통역 기능도 도입했다. 카페쇼 AI 가이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37개 언어 간 실시간 통역을 지원해 참가 기업과 해외 바이어가 통역사 없이 즉석 상담과 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월드커피리더스포럼 강연은 42개 언어로 실시간 번역돼 청중은 각자의 스마트폰 화면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언어 장벽이 높았던 대면 네트워킹 환경을 디지털 번역 기술로 완화한 셈이다.  

 

서울카페쇼를 위해 별도로 개발된 AI 디지털 휴먼도 첫선을 보였다. 디지털 휴먼은 사람과 유사한 얼굴과 표정을 구현한 가상 안내자로, 음성·텍스트 기반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관람객 질문에 즉시 응답한다. 프로그램 일정, 세미나 장소, 참가 브랜드 정보 등 수시로 변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종이 브로슈어와 안내 인력을 병행해야 했던 기존 운영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을 겨냥했다. 관람객은 복잡한 행사장 한가운데에서도 음성으로 질문을 던지고 필요한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어 정보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관광공사는 전시 운영의 지속 가능성 강화를 위해 스마트 ESG 서비스도 함께 선보였다. 참가 기업은 부스별 전력 사용량과 폐기물 배출량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된 탄소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고, 관람객 역시 모바일 화면에서 자신의 전시장 내 이동과 소비 행태에 따른 탄소 발자국을 확인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기업과 관람객 모두가 친환경 전시 문화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의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MICE 산업에서는 이러한 AI 기반 서비스가 글로벌 전시 환경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 일부 대형 전시장에서도 기본적인 앱 안내와 간단한 챗봇 서비스는 도입됐지만, 동선 최적화와 다국어 통역, ESG 측정까지 통합한 사례는 드문 편이다. 관람객 경험 최적화와 함께 주최 측의 운영 효율, 참가 기업의 마케팅 효과를 동시에 높이는 종합형 플랫폼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범위를 둘러싼 제도적 과제가 남아 있다. 관람객 이동 경로와 이용 패턴, 언어 데이터가 AI 학습 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관련 법령과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데이터 처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향후 서비스 고도화 과정에서 위치 정보와 음성 데이터 활용 방식, 익명화 수준 등이 규제 기관과의 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관광공사 양경수 관광산업본부장 직무대리는 이번 서비스가 관광공사가 추진해 온 AI 실증 기술의 집약 결과라고 설명하며 카페쇼 관람 경험 최적화를 목표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양 본부장 직무대리는 전시박람회 최초 시도라는 점을 강조하며 MICE 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카페쇼 AI 가이드가 향후 다른 국제 전시와 컨벤션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을지, 그리고 실제 운영 효율과 수익성 개선 효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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