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 챗봇부터 반도체까지”…알파벳, 4조달러 시총 눈앞에 글로벌 기술 경쟁 요동

권하영 기자
입력

25일(현지시각) 미국(USA) 증시에서 구글을 거느린 알파벳의 인공지능(AI) 사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시가총액이 4조달러 고지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오픈AI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구글이 차세대 챗봇과 AI 반도체를 앞세워 반격에 나서자, 미국(USA) 기술주 전반과 국제 금융시장의 시선이 알파벳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AI 거품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빅테크의 실제 수익 창출 능력을 가늠할 분수령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지 매체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이 이달 공개한 최신 AI 챗봇 제미나이3는 추론 능력과 코딩 성능에서 오픈AI의 챗GPT 5.1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 관심을 끌고 있다. 텍스트 생성형 AI에 더해, 구글은 이미지 생성·편집 도구 나노 바나나의 새 버전도 선보였다. 사용자가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하면 이를 원하는 형태의 모형 이미지로 바꿔주는 기능이 강화되면서,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내 사진으로 피규어 만들기’ 흐름이 형성돼 이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파벳, AI 모멘텀에 이달 15% 상승…시가총액 4조달러 눈앞
알파벳, AI 모멘텀에 이달 15% 상승…시가총액 4조달러 눈앞

AI 반도체 시장에서도 구글은 자체 설계한 텐서처리장치(TPU)를 앞세워 엔비디아와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플랫폼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TPU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업계에서는 메타가 실제 구매에 나설 경우 TPU 기술력이 입증되는 동시에 구글이 엔비디아에 맞서는 대형 공급자 지위를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구글은 이미 지난달 AI 챗봇 클로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앤스로픽과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TPU 공급 계약을 체결해 AI 인프라 공급 기반을 넓혔다.

 

TPU는 2015년 처음 공개된 구글의 자체 AI 연산용 반도체로, 그간 GPU 기반 엔비디아 진영의 급성장 속에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다. 그러나 메타와 앤스로픽 등과의 대형 계약 논의가 전해지면서, 국제 AI 인프라 시장에서 GPU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안 카드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사업 전개에 힘입어 이달 들어 알파벳 주가는 15%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약 3조9천억달러에 도달해 4조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Korea) 투자자들도 알파벳에 적극적으로 베팅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알파벳 주식을 약 5억6천만달러 규모로 순매수해, 엔비디아와 메타플랫폼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순매수 해외 종목으로 집계됐다. AI 모멘텀에 대한 글로벌 투자 열기가 한국(Korea)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까지 포괄하는 양상이다.

 

시장과 업계에서는 구글을 AI 개발·판매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춘 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한다. 과거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로 상징되는 연구 저변과 함께, 세계 1위 검색엔진 구글과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체계(OS)를 통해 축적한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가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여기에 클라우드 인프라와 반도체 설계 역량을 모두 보유해, 대규모 AI 모델의 학습부터 추론, 서비스 제공까지 필요한 인프라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지적된다.

 

범용 언어 AI 시대를 연 챗GPT의 기반 기술 트랜스포머(Transformer) 역시 원류는 구글의 연구진이다. 그럼에도 구글은 상용화 시점에서 보수적인 전략을 택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픈AI가 트랜스포머에 대규모 데이터와 연산 자원을 쏟아 챗GPT를 2022년 말 선제 출시한 반면, 구글은 범용 AI가 기존 검색 광고 비즈니스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상용화 결정을 늦췄다. 뒤늦게 내놓은 AI 챗봇 바드는 초기 성능 편차와 오류 답변 논란을 낳으며 구글의 기술 리더십에 흠집을 남겼고, 이후 구글은 제미나이 시리즈를 축으로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 업계에서는 최근 구글이 챗봇 성능 개선과 대규모 하드웨어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높이면서, 오픈AI와의 경쟁에서 다시 우위를 회복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데이터 경쟁력을 구글의 최대 자산으로 본다. 오픈AI가 챗GPT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자 데이터 외에는 상당 부분 외부에서 데이터를 조달해야 하는 반면, 구글은 검색과 동영상, 이메일, 모바일 OS 등에서 매일 방대한 양의 텍스트·이미지·영상·위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앞으로 로봇 등 물리적 영역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센서와 위치, 이동 패턴 등 현실 세계와 연관된 데이터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구글은 안드로이드폰과 각종 IT 기기 사업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자회사 웨이모를 통해 실제 주행 데이터와 도로 환경 정보까지 축적하고 있어, 데이터 다변화 측면에서 경쟁 우위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구조는 장기적으로 AI 기술을 실물 경제와 연결하는 데 유리한 토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글로벌 증시에서는 AI 거품 논란이 가장 큰 변동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서비스의 수익 모델이 아직 제한적이고 인프라 투자 비용이 과도하다는 회의론이 존재하는 가운데, AI 관련 매출 성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AI 도입과 규제 논의를 동시에 확대하는 상황에서, 관련 기술주와 주가지수는 AI 모멘텀에 연동돼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USA)의 한 자산운용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터뷰에서 구글을 “비유하자면 정말 탄탄한 근육질의 존재”이자 “위태위태한 약골이 전혀 아니다”라고 표현하며, 알파벳의 펀더멘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AI 인프라와 데이터, 클라우드, 광고 비즈니스가 결합된 구글의 구조가 경기 변동에도 비교적 견조한 수익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AI 사업에서의 구글 약진이 AI 붐의 실질적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알파벳이 4조달러 시가총액을 넘어선 뒤에도 AI 인프라와 서비스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오픈AI 및 엔비디아와의 3각 경쟁 구도가 글로벌 기술 패권과 자본 흐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향후 추이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알파벳의 AI 전략 실행력과 실제 실적 개선 여부를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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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구글#오픈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