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공공 SaaS 품질점검 654건 완료…TTA, 일괄점검 전환으로 확산 가속

신민재 기자
입력

공공부문에서 서비스형소프트웨어 SaaS 도입이 급격히 늘면서 품질과 안정성을 뒷받침할 제도적 점검 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제도 도입 이후 민간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공공에서 직접 활용하는 사례가 꾸준히 쌓이면서, 단순 시범 도입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업무 인프라로 자리 잡는 흐름이 나타난다. 업계에서는 공공 SaaS 품질관리 정책이 향후 공공 클라우드 전환 속도와 민간 디지털서비스 생태계 확대를 좌우할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TTA 소프트웨어시험인증연구소는 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시스템에 등록된 총 654건의 디지털서비스를 대상으로 2025년 정기 및 상시 품질점검을 완료했다고 8일 밝혔다. 해당 시스템에 등록된 민간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는 공공기관이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을 통해 활용하는 대상이 되는 만큼, 품질검증 결과가 실제 조달과 도입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  

TTA에 따르면 2020년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제도 시행 이후 공공부문 SaaS 도입 규모는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11월 말 기준 공공부문 SaaS 연간 계약 건수는 197건, 계약금액은 100억 원을 넘어섰다. 개별 기관 단위의 파일럿 수준을 넘어 다양한 업무 분야에서 SaaS 전환이 진척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TTA는 늘어나는 품질점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기업 단위 일괄점검 방식을 본격 도입했다. 과거에는 기업이 보유한 각 서비스를 개별로 신청하고 점검받는 구조였다면, 일괄점검은 한 기업이 제공하는 여러 SaaS를 묶어 한 번의 절차로 평가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준비 부담과 심사 대기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TTA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항목을 통합 심사해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특히 민간 SaaS 기업이 공공 진출을 추진할 때 초기 품질검증 장벽을 낮춰주는 만큼, 더 많은 서비스가 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시스템에 등록될 여건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현장점검 비중 확대가 눈에 띈다. TTA는 올해 품질점검 과정에서 데이터 백업과 복구, 장애 대응 체계 등 서비스 연속성 요소를 집중 검증했다. 서비스 연속성은 장애나 재해 발생 시 서비스가 얼마나 빠르게 복구되고, 데이터 손실을 어느 수준까지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공공서비스의 특성상 행정업무 중단이나 민원 서비스 마비가 사회적 혼란으로 직결될 수 있어, 단순 가용률 수치뿐 아니라 실제 운영 현장에서의 복구 절차와 조직 대응체계까지 꼼꼼히 살피는 방향으로 점검 범위를 넓힌 셈이다.  

 

공공부문 SaaS 확산은 국내 클라우드 산업과 디지털 전환 시장에 중장기적인 수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공공기관은 대규모 데이터와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어 한번 SaaS로 전환하면 장기 이용과 추가 서비스 도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간 입장에서는 품질과 보안 요구가 높은 공공 시장에서 검증을 거치면, 이후 금융과 의료 등 다른 규제 산업 영역 진출 시에도 신뢰도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해외 주요국들도 공공 SaaS 품질·보안 검증 체계를 국가 디지털전략의 핵심 요소로 다루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 정부 시스템에 도입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 연방위험관리프로그램 FedRAMP을 통해 보안과 운영 안정성을 평가하며, 영국은 G클라우드 조달 프레임워크를 통해 검증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공부문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 TTA 품질점검과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제도는 이러한 글로벌 조달·인증 체계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SaaS 기업이 해외 공공시장에 진출할 때 레퍼런스로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다만 공공 SaaS 확산 과정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주권, 서비스 중단 시 책임 소재 등 규제와 계약 구조에 대한 보완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공공기관이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채택할 경우, 데이터 저장 위치와 암호화 수준, 외주 인력 접근 통제 등 세부 보안 요구사항이 세밀하게 관리돼야 한다. 품질점검이 기술적 요소뿐 아니라 운영·관리 체계까지 포괄해 신뢰성을 높여가야 하는 이유다.  

 

이동철 TTA SW시험인증연구소 소장은 공공부문의 인공지능 전환 AX을 촉진하는 데 SaaS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디지털서비스가 공공부문에 안정적으로 도입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품질점검 체계를 지속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공공부문 SaaS 도입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행정 서비스뿐 아니라 도시 인프라 관리와 교육, 보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AI 활용도가 함께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 SaaS 품질점검과 조달제도가 이 같은 구조 변화를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민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tta#공공saas#디지털서비스이용지원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