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쌍방울 임대료·허위급여 1억원 수수"…검찰, 안부수 구속영장에 횡령 혐의 적시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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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을 뒤흔든 쌍방울 대북 송금 수사와 맞물려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을 둘러싼 수사 공방이 다시 격돌했다. 핵심 쟁점인 진술·증언 번복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은 정작 구속영장에 구체적인 번복 내용은 담지 않은 채 회삿돈 유용 혐의를 앞세웠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는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박 모 전 이사, 안부수 회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쌍방울 측 자금 1억원 상당이 안 회장 측에 불법 전달됐다는 취지로 적시했다.

서울고검 TF는 영장에서 방용철 전 부회장 등이 안 회장의 사무실 임대료 7천280만원을 대신 납부했다고 밝혔다. 또 안 회장의 딸이 쌍방울 계열사에 실제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취업한 것처럼 꾸민 뒤, 허위 급여 명목으로 2천705만원을 지급했다고 적었다.

 

아울러 안 회장의 변호사비 500만원 상당을 쌍방울 측이 대신 부담한 정황도 각주 형식으로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들 금전 거래가 모두 쌍방울 회삿돈을 유용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방용철 전 부회장에게 업무상 횡령 혐의를, 안부수 회장에게는 횡령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회사 자금이 개인 임대료와 가족 급여, 변호사비 등으로 지출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판단이다.

 

별도로 박 모 전 이사에 대해선 수사 과정에서의 행위를 문제 삼았다. 검찰은 박 전 이사가 지난 5월 17일 수원고검 조사실에 소주를 반입하면서 방호 직원을 속여 물인 것처럼 들여보냈다고 보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영장에 포함했다.

 

또 같은 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에게 제공된 연어와 술값이 쌍방울 법인카드로 결제돼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도 추가했다. 수사팀은 접견 과정에서의 접대와 지출 구조 전반이 사익을 위한 행위였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러나 안부수 회장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으로 꼽혀온 진술·증언 번복 관련 구체적 내용은 영장 청구서에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다만 "진술·증언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취지만 적어 넣었다.

 

영장에는 어떤 진술을 어떤 방향으로 바꾸려 했는지, 실제로 진술이 변경됐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술은 빠졌다. 범죄 사실의 중대성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안 회장의 진술과 증언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떠나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범죄를 저질러 사법 질서를 저해했다"고만 적었다.

 

결국 안 회장 진술의 신빙성과 사실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 채,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주려 했다는 점만 강조한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진술 회유·번복 의혹이 쟁점인 사건에서 정작 그 본류에 대한 구체 소명이 빠진 구속영장 구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안부수 회장은 2022년 11월 대북 송금 사건 관련 혐의로 처음 구속됐다. 이후 2023년 1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대북 송금 관련) 경기도와의 연관성은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약 3개월 뒤 같은 사건 재판에 다시 출석해 쌍방울과 경기도 사이 연관성을 언급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 당시 검찰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전달한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안 회장은 "북측에서 이 지사 방북 비용으로 500만달러를 요구했다가 200만달러인지 300만달러로 낮췄다는 얘기를 북측 인사에게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 발언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추진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직접 연결하는 취지로 해석되며 정치권과 사법부를 향한 파장을 키웠다. 동시에 안 회장의 진술 신뢰도와 번복 경위에 대한 논란도 커졌다.

 

검찰은 안 회장과 쌍방울 측 인사들의 신병을 확보한 뒤 경제적 이득 제공이 진술·증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대가였는지 여부를 본격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전 제공 시기와 진술 변경 시점, 양측 교류 내역 등을 교차 검증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삿돈 유용과 배임 등 혐의를 전면에 내세워 주요 피의자의 구속을 먼저 시도한 뒤, 이후 진술 번복 의혹을 추가로 파고드는 방식이 사실상 별건 수사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적 쟁점이 큰 사안인 만큼, 수사 범위와 동기에도 더욱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서울고검은 안 회장 등 관련자 신문과 자료 분석을 이어가며 대북 송금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술·증언 개입 정황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쌍방울 사건 전반에 대한 공방이 다시 거세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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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수#쌍방울#서울고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