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비트코인 8만5천달러선 회복”…연준 완화 신호에 위험자산 낙폭 축소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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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산시장이 하루 전 공포 장세에서 벗어나 서서히 균형점을 되찾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뉴욕증시는 반등했고, 급락했던 비트코인도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투자자들이 통화정책 전환 기대와 유동성 회수 현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21일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8% 오른 46,245.41포인트, S&P500 지수는 0.98% 상승한 6,602.99포인트, 나스닥 지수는 0.88% 오른 22,273.08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전날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AI 투자 지속 가능성 논란과 비트코인 급락이 겹치며 2%대 하락을 기록했던 지수들이 하루 만에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는 같은 날 11% 넘게 떨어지며 과도한 공포 심리가 진정되는 흐름을 보여줬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 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 연합뉴스

투자심리를 되돌린 직접적인 계기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이었다. 그는 연설에서 정책 기조를 중립 수준에 더 가깝게 조정할 여지가 있다며 향후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추가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 발언 이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가능성은 전날 40% 수준에서 70%를 웃도는 수준으로 급등했다. 채권시장의 금리 기대가 곧바로 되돌아섰고, 그 여파가 성장주와 디지털 자산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코인 시장의 움직임은 한층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루 전 비트코인은 국제시장에서 80,659달러까지 밀리며 10%가 넘는 급락을 기록했다. 레버리지 포지션이 잇따라 청산되는 과정에서 마진콜 물량이 대거 출회됐고, 국내외 주요 거래소에서는 입금량 급증 경보까지 켜졌다. 그러나 윌리엄스 총재의 완화적 발언이 전해진 뒤 21일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85,075달러까지 올라서며 낙폭을 상당 부분 되돌렸다. 8만달러 초반에서 8만5,000달러대로의 반등은 여전히 조정 구간이지만, 변동성 방향이 정책 신호 하나에 따라 급변할 수 있음을 다시 확인시켰다.

 

최근 비트코인의 급락 배경에는 구조적 유동성 불안도 자리 잡고 있다. 톰 리는 지난 10월 10일 하루 동안 약 190억달러 규모의 파생상품 강제 청산으로 시장조성자 자본이 훼손된 이후, 비트코인이 12만달러대에서 8만달러 초반까지 30% 넘게 밀린 과정을 유동성 충격의 여진으로 해석한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에서 수억달러 규모 순유출이 이어지면서 시장조성자가 매수 호가를 넓히고 보유 물량을 줄였고, 이로 인해 거래소 간 유동성이 빠르게 마르는 악순환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연준 금리 인하 기대 약화로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며 가격 조정 압력이 더해졌다.

 

국내 자료를 보면 11월 들어 비트코인이 12만달러대 최고가에서 약 20% 떨어지는 동안 미국 증시는 연준 풋 기대와 정치 이벤트를 둘러싼 관망 심리를 반영하며 되살아나는 장면도 연출됐다. 21일 뉴욕에서 다우·S&P500·나스닥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1% 안팎 상승 마감한 가운데, 변동성 지수 급락은 위험자산 전반이 최소한 바닥 탐색에 나설 여유를 되찾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주식과 달리 코인 자산은 레버리지 청산과 ETF 자금 흐름에 더 민감하게 흔들리면서 회복세가 더딘 흐름이다.

 

시장 내부에서는 여전히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코인마켓캡과 국내 거래소 집계를 종합하면 최근 50일 동안 비트코인은 원화 기준으로 1억7,800만원 고점에서 1억2,800만원대 저점까지 내려왔다. 이더리움, 리플 XRP, 도지코인, 파이코인 등 주요 알트코인도 동반 약세를 이어갔다. 특히 미국 비트코인 ETF에서 하루 8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순유출이 발생한 뒤로 기관 자금의 러브콜이 둔화된다는 분석이 외신과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반복 제기됐다. 글로벌 규제 집행 강화, 디파이 해킹, 프라이버시 코인 제재 논란 등 구조적 리스크 요인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장기 전망을 제시하는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달러 유동성을 핵심 변수로 지목한다. 비트멕스 공동 창업자 아서 헤이즈는 최근 분석 글에서 미국 달러 유동성 축소를 비트코인 급락의 직접적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향후 미국 증시에서 더 큰 폭의 조정이 나타날 경우 연준이 양적완화에 준하는 유동성 공급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 시점이 비트코인 상승장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비트코인 목표 가격으로 최대 20만달러를 제시했고, 비트코인 가격을 중앙은행 유동성 정책의 함수로 보는 톰 리의 시각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투자자 동향도 미묘한 온도 차를 보여준다. 11월 22일 오전 기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주요 거래소의 24시간 코인 거래대금은 전일 대비 93% 넘게 급증했다. 거래 상위권은 비트코인과 리플 XRP, 이더리움, 도지코인이 차지했다. 시장에서는 거래대금 폭증을 새로운 장기 매수세 유입보다는 급락 구간에서 손절과 레버리지 포지션 정리, 단기 저가 매수 시도가 한꺼번에 몰린 결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코인힐스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비트코인 거래에서 미국 달러 비중이 70%를 상회했고 원화는 약 13%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 투자자의 단기 매매가 글로벌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의미다.

 

결국 뉴욕증시 반등과 비트코인 낙폭 축소는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진다. 시장은 통화정책 전환 기대와 유동성 회수 기조 사이 어디쯤에 서 있는가.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의 완화적 발언이 위험자산에 숨 고를 틈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ETF 자금 유출과 레버리지 청산 여진, 규제 리스크 등은 여전히 상존한다. 토큰 가격 차트에 드러나는 급락과 반등의 곡선 뒤편에는 중앙은행의 다음 행보와 투자자 인내심이 서로를 견제하며 맞물려 돌아가는 거시 시나리오가 자리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향후 시장의 시선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와 미국 비트코인 ETF 자금 흐름, 뉴욕증시의 위험선호 회복 속도로 옮겨질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이어지더라도 금리 인하와 달러 유동성 재확대가 현실화되는 시점에 비트코인이 다시 한 번 위험자산의 방향성을 선도할지, 아니면 구조적 피로감 속에서 디지털 금 서사를 조정해야 할지 분기점이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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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연방준비제도#뉴욕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