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한마디에 랠리 꺾일 수도”…뉴욕증시, FOMC 앞두고 리스크 오프로 관망 장세
12월 9일(현지시각 기준) 미국(USA) 뉴욕증시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하루 앞두고 관망 심리가 짙은 가운데 혼조세로 출발했다. 이번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 수위에 따라 연말 랠리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는 경계감이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9일 오전 10시 38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8.72포인트(0.29%) 오른 47,878.04를 기록하며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12포인트(0.00%) 움직이며 6,846.63에서 보합권을 유지했고,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종합지수는 35.28포인트(0.15%) 내린 23,510.62로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0.35% 상승한 2,529.80을 기록 중이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09/1765291529664_481938540.jpg)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는 선물 시장 전반에서 ‘리스크 오프(위험 회피)’ 기조가 뚜렷하다고 전했다.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사실상 반영한 상태다. CME 페드워치 기준 인하 가능성은 90%에 육박하지만, 내년 1월 추가 인하 확률은 24% 아래로 떨어지며 통화 완화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파월 의장이 이번 인하를 ‘당분간 동결’ 신호와 함께 제시하는 이른바 ‘매파적 인하(Hawkish Cut)’로 포장할지에 쏠려 있다. 시장에서는 매파적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그동안 이어져 온 주가 랠리가 조기에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USA) 실물 지표는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개장 전 발표된 전미자영업연맹(NFIB) 11월 소기업 낙관지수는 99.0으로 전월(98.2)보다 소폭 개선됐다. 지난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소기업 소유주의 64%가 자사 경영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앞서 발표된 ADP 민간 고용 보고서에서 소기업 일자리가 12만 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용과 심리가 엇갈린 결과를 보였다. 시장은 잠시 후 발표될 노동부의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주목하고 있다. 예상치는 720만 건 안팎이며, 실제 구인 건수가 크게 줄면 노동 시장 냉각 우려가 부각돼 단기적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 이른바 ‘서학개미’가 집중적으로 담은 미국 주식의 주가 흐름도 엇갈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12월 5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 1위는 테슬라로, 41조 6,237억 원에 달한다. 이날 장초반 테슬라 주가는 0.41% 오른 441.37달러를 기록해 서학개미에게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보관금액 2위인 엔비디아는 0.63% 하락한 184.3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찰스 슈왑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칩 H200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할 것이라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중국(China) 베이징 당국이 자국 기업에 미국산 칩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는 소식이 겹치며 주가 상승 동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서학개미 선호 기술주 가운데서는 양자컴퓨터 업체 아이온큐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보관금액 6위(5조 9,543억 원)인 아이온큐는 1.05% 하락한 53.79달러까지 밀리며 투자자를 긴장시키고 있다. 보관금액 3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0.1% 하락, 4위 알파벳 A 클래스는 0.12% 하락으로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이 기술주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집중된 만큼, 나스닥 지수 하락과 기술주 전반의 부진은 국내 투자자의 평가액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예탁결제원 보관금액 통계가 결제일 기준이라는 점도 변수다. 통상 2~3일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12월 5일 집계에서 보관금액이 증가했다 해도 9일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 실제 평가액은 통계상 수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주 비중이 높은 서학개미일수록 이 같은 시차와 환율, 변동성을 함께 고려해 투자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시장 불안 심리를 가늠하는 변동성 지수는 오름세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전일 대비 2.88% 오른 17.14를 기록했다. 찰스 슈왑은 주식, 변동성, 국채 금리가 맞물려 “머리 셋 달린 괴물”처럼 월가를 압박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실제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상승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 특히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국채 금리 상승은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을 높여 기술주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관련 종목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환율과 국내 투자 환경의 연계성도 주목된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12월 9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원 오른 1,470.5원을 기록했다. 달러 강세는 달러 자산을 보유한 서학개미에게 환차익 측면에서 우호적일 수 있지만,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이탈하는 흐름과 맞물리면 국내 외환·채권시장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 실적 소식은 개별 종목 장세를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에 따르면 의류업체 G-III 어패럴 그룹(GIII)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개장 전부터 9%대 급등세를 기록했다. 반면 자동차 부품 소매업체 오토존(AZO)은 매출과 이익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며 2.5% 이상 하락했다. 캠벨 수프(CPB)는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애널리스트들은 거시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실적이 탄탄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는 국면이라고 진단한다.
한국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한 레버리지 ETF의 변동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강세 1.5배 ETF는 기초자산인 테슬라의 상승 덕에 0.73% 올랐지만, 반도체 3배 레버리지 상품인 SOXL(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은 2.16% 급락해 고배율 상품 특유의 리스크를 재확인시켰다. 전문가들은 고레버리지 ETF가 단기 방향성 베팅에는 유리하더라도,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손실 확대 속도가 매우 빠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12월 5일 기준 미국 증시 상위 50개 종목의 국내 보관금액 총액은 183조 5,183억 원으로 직전 집계일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나스닥 100 지수의 0.16% 하락과 반도체 관련 종목의 약세는 이러한 자산 증가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와 함께, 기술주에 대한 글로벌 투자 선호가 재조정될 경우 서학개미의 수익 구조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제 금융시장은 12월 FOMC를 연말 증시 흐름을 가를 분수령으로 바라보고 있다. 파월 의장이 인하 사이클의 속도와 폭에 대해 얼마나 완화적 어조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미국(USA)뿐 아니라 전 세계 위험자산 선호도와 자금 흐름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와 CNBC 등 미국 주요 매체도 이번 회의를 “연준의 향후 1년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로 평가하며, 시장이 파월의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정책뿐 아니라 노동시장과 기업 실적,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재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생물과 같은 환경”이라고 진단한다. 단기 흐름이 투자자 심리와 수급에 좌우되는 만큼, 과도한 레버리지와 특정 섹터 쏠림을 경계하고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둔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이번 FOMC 결과와 그 후속 발언이 향후 글로벌 자산시장과 환율, 자본 흐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