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수 경찰관, 마약상 연인에 기밀 유출”…영구 퇴출로 본 경찰 신뢰 위기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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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웨스트요크셔 경찰에서 연수 중이던 마리암 일리야스(20)가 마약상으로 수사받던 남자친구에게 경찰 기밀 정보를 넘긴 사실이 드러나 경찰 직무에서 평생 배제됐다. 연수 단계의 일선 인력이 연인 관계를 이유로 수사 기밀을 유출한 사례로, 경찰 조직의 기강과 신뢰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일리야스는 경찰 내부 컴퓨터 시스템에 접속해 기밀 데이터를 조회한 뒤, 해당 정보를 수사 대상이던 남자친구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그녀는 올해 3월부터 5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남성에 대한 정보를 검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경찰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남성이 6월에 체포되면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압수한 휴대전화 등에서 상당한 현금 사진과 마약 관련 대화, 기밀 정보 전달 정황이 담긴 메시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당 자료를 토대로 내부 감찰과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징계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단순 기밀 접근뿐 아니라 ‘관계 미신고’였다. 일리야스는 작년 경찰에 채용될 당시 해당 남성과의 교제를 조직에 알리지 않았다. 경찰은 범죄 연루 우려가 있는 인물과의 관계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어, 이를 어긴 점이 중대한 규정 위반으로 다뤄졌다.

 

일리야스는 올해 1월 조사에서 “그가 범죄자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심의위원회는 수개월간 이어진 메시지 기록과 금전·마약 관련 대화를 근거로 “지속적이고 명백한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단순 실수보다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행위에 가깝다고 결론지었다.

 

징계 심의가 열리기 직전 일리야스는 스스로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심의위원회는 사직 여부와 무관하게 중징계 사안이라고 봤다. 위원회는 “사직하지 않았더라도 해고가 불가피한 사안이었다”고 명시하며, 그녀를 향후 경찰 직무에서 영구 제외하는 조치를 결정했다.

 

웨스트요크셔 경찰의 전 부청장 캐서린 행킨슨은 “그녀의 행동은 반복적이며 지속적이고, 분명히 의도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은 경찰관의 정직성과 성실성을 당연히 기대한다. 전 연수 경찰관의 행위는 동료와 조직, 그리고 국민에 대한 심각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심의위원회는 일리야스가 기밀 접근과 범죄 연루 가능성이 있는 연인 관계 미신고 등 주요 혐의를 인정한 점을 종합해 ‘중대한 위법 행위(gross misconduct)’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그녀는 향후 영국 내 경찰 조직에 재임용될 수 없는 제재를 받게 됐다.

 

한편, 일리야스는 공식 심문에 앞서 영국 대중지 더 선(The Sun)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단지 학생 경찰관이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너무 빠르게 진행됐다”며 일부 책임을 둘러대는 태도를 보였다. 초임·연수 단계의 경찰 인력에 대한 윤리 교육과 이해 충돌 관리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권한을 가진 경찰관이 연인·가족 관계를 매개로 기밀을 유출하는 사례가 반복될 경우, 수사 공정성과 정보 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웨스트요크셔 경찰은 향후 내부 교육과 감찰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영국 사회에서는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 당국은 이번 사안이 조직 전반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되는지 여부를 두고 후속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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