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교 금품 의혹 전담팀 가동"…경찰, 23명 투입해 윤영호 접견 속도전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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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금품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경찰과 통일교 핵심 인사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통일교 세계본부 전직 간부의 진술을 토대로 여야 정치권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연말 정국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청은 12월 11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전담할 23명 규모의 특별전담수사팀을 중대범죄수사과 내에 설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팀장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인 박창환 총경이 맡았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있던 박 총경은 이날 경찰청으로 복귀해 전담팀 지휘에 나섰다.

전담팀에는 박 총경을 포함해 중대범죄수사과 소속 수사관 대부분인 23명이 배치됐다. 경찰은 대형 부패 사건 수사 인력을 사실상 총동원해 속도감 있는 수사 체계를 갖춘 셈이다. 

 

전담팀 수사관들은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를 찾아 수감 중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접견했다. 경찰은 민중기 내란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이첩받은 수사 기록과 윤 전 본부장의 특검 진술, 법정 증언 내용을 대조하며 의혹 제기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민중기 특검이 넘긴 통일교 금품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이 특검 조사 과정에서 국민의힘 인사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데서 출발했다. 윤 전 본부장은 특히 2018년부터 2020년 무렵 특정 전직 국회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은 이러한 제공이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통일교 교단 현안 해결을 위한 청탁성 지원이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검으로부터 이첩된 자료 검토와 병행해 일부 의혹 당사자들과의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소환 대상과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들은 전담팀 출범 첫날부터 구치소 접견을 진행하는 등 신속한 초동 수사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법적 시효 문제도 수사 속도를 재촉하는 변수로 거론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이에 따라 2018년에 금품을 받은 행위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경우, 올해 말까지 기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효 만료로 인해 처벌이 어렵게 된다. 경찰이 사실관계 확인과 법률 적용 검토를 서두르는 배경이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관련 행위를 뇌물 수수 혐의로 볼 경우 공소시효가 최대 15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 경우 2018년 금품 제공 의혹은 2033년까지 공소 제기가 가능해진다. 전담팀도 이러한 법적 쟁점을 놓고 다각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달 해당 의혹에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하면서 금품을 주고받은 인물들에게 뇌물 혐의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방어와 반박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났다. 의혹 당사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연코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는 같은 날 장관직 사의를 표명하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전 전 장관은 구체적인 금품 수수 정황이나 통일교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수사 범위와 수위에 따라 여야 정치권 전체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통일교 자금이 실제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흘러갔다면, 인허가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종교단체와 정치권 간 유착 의혹이 다시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윤리특별위원회 회부나 국정조사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찰은 우선 특검 수사 기록과 법정 진술, 추가 확보 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뒤 관련자 진술 확보와 계좌 추적, 통신 기록 분석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에 착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날 경찰청 전담팀이 정식 출범하면서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은 검찰과 특검을 거쳐 경찰 수사 단계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 정치권은 향후 소환 조사 대상과 수사 결과를 놓고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공소시효와 수사 공백 우려를 고려해 관련 수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국회는 필요할 경우 추가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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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중대범죄수사과#윤영호#전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