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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4차 새벽 발사 도전” 한화·항우연, 민간 우주발사체 전환 시험대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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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네 번째 비행을 사흘 앞두고 최종 준비 단계에 진입했다. 조립과 종합 점검을 마친 발사체는 이송용 특수 차량에 올려져 발사대로 향할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발사는 제작과 총괄 관리가 민간 기업으로 이관된 이후 첫 사례로, 한국 우주 발사체 산업의 민간 주도 전환을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누리호 4차 발사를 두고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와 민간 우주 생태계 경쟁력을 동시에 검증하는 시험대로 본다.

 

24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날 발사체 이송용 특수 차량인 트랜스포터에 올리는 상차 작업에 들어간다. 정밀 총조립을 끝낸 1·2·3단 구조물을 처음으로 이동 장비에 옮기는 절차로, 미세한 진동과 충격까지 관리해야 하는 고난도 공정이다. 상차를 마친 누리호는 25일 조립동을 떠나 제2발사대로 이동한다.

누리호 4차 발사는 누리호 고도화 사업 체계에서 제작·총괄 관리 권한이 처음으로 민간에 넘어간 발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돼 전체 제작과 통합 조립, 품질 책임을 맡았고, 항우연은 설계·기술 검증과 발사 운용 지원을 담당한다. 기존 국가 연구기관 중심 모델에서 민간 기업이 실질적인 프로그램 주도권을 확보하는 구조로 재편되는 셈이다.

 

연구진과 산업계는 지난 10월 셋째 주부터 누리호 조립 작업에 착수했다. 고체 추진을 활용하는 발사체와 달리 누리호는 다단 액체 추진 구조를 갖고 있어, 1단과 2단, 3단부 조립을 병행하면서도 추진계와 전자계 결합, 탱크 기밀, 각종 밸브·배관 계통을 다단계로 검증해야 한다. 이달 중순부터는 전체 총조립을 진행해 구조·추진·전장 계통을 통합했고, 내장 센서와 계측 장비를 통해 비행 중 하중과 진동, 온도 조건을 모사하는 시험까지 마쳤다.

 

3단부에는 위성 분리 시스템과 탑재체 전원·통신 계통이 집중된다. 지난달 주탑재 위성을 시작으로 이달 초 부탑재 위성이 잇따라 입고되면서, 3단과 탑재 위성 간 기계적·전기적 접속 작업이 이뤄졌다. 이후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에 해당하는 페어링 결합까지 완료하며, 기계적 총조립과 외피 형성 공정이 마무리됐다.

 

이번 4차 발사에서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포함해 큐브위성 12기 등 총 13기의 위성이 누리호에 실린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정밀 지상 관측을 통해 재난·환경 모니터링, 국토 관리에 활용되는 임무를 수행하며, 큐브위성들은 통신·관측·우주환경 측정 등 다양한 임무 프로파일을 시험한다. 다수의 위성을 한 번에 탑재해 서로 다른 궤도와 운용 조건으로 분리하는 다중 탑재·분리 기술은 향후 군집 위성, 통신 콘스텔레이션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항우연은 누리호의 비행 안정성 확보를 위해 9월 발사 전 최종 시험으로 불리는 가압·냉각 검증을 포함한 WDR을 수행했다. WDR은 발사체를 발사대에 기립시켜 추진제 공급 계통을 실제와 같이 연결한 뒤, 산화제인 액체 산소를 탱크에 실제로 충전해 압력·온도·누설을 확인하는 절차다. 실제 점화만 제외하고 발사 시퀀스를 그대로 구현해 발사체와 발사대 간 인터페이스, 자동 점검 알고리즘, 비상 중단 절차를 통합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별도로 통제소와 발사대, 발사체 간 신호 흐름과 비상 복구 절차를 검증하는 드라이런 리허설도 네 차례 진행했다. 드라이런에서는 카운트다운, 자동·수동 전환, 통제권 이양과 같은 운용 시나리오를 반복 훈련해,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국·관제 인력이 실제 발사 당일의 회선·절차·역할 분담을 사전에 숙달했다.

 

누리호는 25일 조립동을 나와 약 1.8킬로미터 떨어진 발사대로 향한다. 발사체 구조물과 탑재 위성의 민감도를 감안해 이동 속도는 시속 1.5킬로미터 수준으로 제한되며, 실제 이송에는 1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진동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기체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허용치를 넘는 충격이 감지될 경우 이송을 중단해 원인을 분석하는 절차도 준비돼 있다.

 

발사대 도착 후에는 유압 장치를 이용해 누리호를 수평에서 수직으로 세우는 기립 작업이 진행된다. 이후 발사대 고정 구조물과 정밀 정렬을 맞춘 뒤 체결을 완료하면, 산화제와 연료를 공급할 유체 엄빌리컬과 전력·데이터 전송을 맡는 전기·광 케이블 연결 준비에 들어간다. 발사 전까지는 자동 점검 루틴과 기밀 확인, 배관·밸브 개폐 시퀀스 검증 등이 연속적으로 이뤄진다.

 

발사 하루 전에는 기상 요소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진다. 상층 제트기류의 세기와 방향, 새벽 시간대 기온 변화, 대기 중 수분에 따른 결빙 위험 등이 중점 변수다. 특히 액체 산화제와 연료를 사용하는 누리호 특성상 탱크 외벽 결빙은 구조 하중과 공력 특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발사 시점과 충전 속도, 대기 시간을 조정해 리스크를 줄이는 시나리오가 동원될 수 있다. 또 우주 잔해물과의 충돌 가능성을 분석해 비행 궤적 상 교차 위험이 없도록 하는 궤도 조정 검토도 병행된다.

 

발사 예정 시간은 27일 새벽 1시 10분 전후로 설정돼 있다. 누리호의 새벽 발사는 이번이 처음으로, 낮 시간대보다 대기 안정성이 높다는 이점이 있지만 기온과 습도 변화에 따른 열환경 관리 난이도는 더 커질 수 있다. 최종 발사 시각은 26일 발사관리위원회가 기상 조건, 우주 물체 충돌 가능성, 시스템 점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확정한다. 요구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누리호는 네 번째 우주 비행에 도전하게 된다.

 

해외에서는 미국 스페이스X, 유럽 아리안그룹,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이미 상용 발사 시장을 두고 경쟁 중이다. 이들은 대형 발사체를 기반으로 군집 위성, 지구 관측, 우주 인터넷 프로젝트까지 상용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한국은 누리호를 통해 자력 발사 능력을 갖추는 한편, 민간 기업이 제작·발사 운영을 주도하는 구조로 전환해 글로벌 상업 발사 시장에 진입할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누리호 고도화 사업과 후속 차세대 발사체 개발, 민간발사서비스기업 육성 정책을 연계해 우주 발사체 산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다만 발사체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반복 발사, 상업 위성 탑재 실적, 보험·위험 관리 체계 구축 등 넘어야 할 문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우연 관계자는 누리호 총조립을 모두 마친 상태에서 트랜스포터 상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사전에 수차례 점검과 검증을 거친 만큼 이상 없이 발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이번 4차 발사가 민간 주도 발사체 체계의 안정성 입증과 동시에 향후 상용 발사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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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