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 도발로 계엄 명분 만들려 했다”…여인형 메모, 윤석열·김용현 이적 혐의 결정적 증거로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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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의 명분 마련을 위한 군사적 긴장 조성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메모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2025년 11월 10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사령관을 형법상 외환죄 중 이적 혐의로 기소하면서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를 핵심 증거로 제시했다. 정치권의 정국 격랑 속에서 특검팀은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계엄 명분을 확보하려는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은 2024년 10월 18일 작성된 메모에서 "불안정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찾아 공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불안정 상황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최종 상태는 저강도 드론분쟁의 일상화"라고 표현하면서, 평양과 북한 핵시설 2곳, 삼지연 우상화 본거지, 원산 외국인 관광지, 김정은 휴양소 등을 ‘북한이 반드시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타깃’으로 특정했다.

메모에는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만한 지역들에 대한 반복적 도발을 통해 안보 위기 조성을 시도했고,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내세우려는 전략이 포함돼 있다. 특검팀은 “북한의 체면 손상이 반복될 경우, 도발 대응으로 위기가 격화될 소지”라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2024년 10월 18일, 국정원이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사실을 언론에 알린 날 여 전 사령관 메모에 '북한의 러시아에 전투 병력 파견 공개', '글로벌 안보상황의 위험성을 국민들이 체감'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이어 10월 23일에는 '핵실험', 'ICBM' 등 북한의 전략무력 시위에 대해 "군사적 명분화" 가능성을, "핵실험 >>> 군사적 조치? 안보정국?" 등과 같은 문구로 검토한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날 작성된 다른 메모엔 '충돌 전후 군사회담 선 제의 고려', '대외적 명분과 적 기만 효과' 등 계엄 선포 전후의 대외 메시지와 기만전 전략 검토도 기록됐다.

 

목적과 목표에 대한 평가 역시 '미니멈, 안보위기', '맥시멈, 노아의 홍수'라고 구체적 위험 단계로 분류됐다. 10월 27일에는 비상계엄 상황에서 정치인 체포조 편성과 체포 절차, 포고령 위반자 우선 검거 및 휴대전화·사무실·자택 확인, 행정망 활용 방안 등이 메모에 상세히 정리됐다.

 

특검이 확보한 2024년 11월 5일자 메모에는 지상작전사령관, 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방첩사령관 등 4인의 실명이 등장하며, "공통된 의견", "적 행동이 먼저임", "전시 또는 경찰력 불가 상황 와야 함" 등의 문구를 통해 계엄 실행 여건과 내부 공감대 형성 과정을 보여줬다. 한편, 당시 계엄사령관 내정 인사에 대한 평가와 반대 인사 배제 기록도 함께 담겼다.

 

군 인사 개입 정황도 기록됐다. '중령급 이하 대다수 교체 됐음', '체제수호 사명 자각 이제 시작', '복무여건 획기적 개선, 우군화 해야' 등의 구절이 확인되며, 특검팀은 계엄 준비를 위한 군 조직 개편 시도를 포착했다. 추가로 '회합은 ㅌㅅㅂ으로 한정'하며 계엄 반대 인사를 실질적으로 배제했음을 암시했다.

 

11월 9일 작성된 메모에 적힌 '이재명·조국·한동훈·정청래·김민석·우원식·이학영·박찬대·김민웅·양경수·최재영·김어준·양정천·조해주' 등은 당시 방첩사가 체포를 목표로 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적 영향이 큰 인물들을 중심으로 신속한 검거가 논의된 정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수사 결과를 두고 격렬한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은 "헌정질서 파괴를 기도한 중대한 범죄"라며 강력 반발했으며, 여권 일각에서는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가 이용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들은 "군 수뇌부와 정부가 함께 위기 제작 및 관리 전략을 논의한 흔적이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내란특검 수사는 향후 기소된 인물들의 재판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국이 계엄 기도와 북핵위기 등 안보 이슈로 다시 출렁이면서, 국회와 정치권의 대치도 한층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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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형#내란특검#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