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로 승부수 띄우는 LG유플러스…상품·사업 분리로 본업도 재정비
인공지능전환 AX를 앞세운 통신사의 체질 개선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LG유플러스가 2025년 조직개편 카드를 꺼냈다. AX 사업 성과를 가시화하는 동시에 통신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상품 조직과 사업 조직을 분리하고, 개발·네트워크·내부 업무 전반을 AI 중심 구조로 재설계하는 것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을 AX를 축으로 한 통신사의 비즈니스 운영 모델 전환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1일 내년 1분기부터 적용될 조직개편 방향을 공개했다. 핵심은 사업 영역별로 ‘무엇을 팔지’를 설계하는 상품 조직과 ‘어떻게 팔고 키울지’를 책임지는 사업 조직을 나누고, 상품을 축으로 마케팅·영업·운영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크로스 펑셔널 협업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AX 사업의 상용 성과를 늘리고 통신 본업의 수익 구조도 안정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AX를 핵심 성장축으로 두고 있는 A 분야는 대표적인 실험무대가 된다. LG유플러스는 A 사업을 포트폴리오 전략을 담당하는 사업 조직과 차별화된 상품 기획·출시를 전담하는 상품 조직으로 나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하나의 조직이 고객 세그먼트 정의부터 상품 스펙 설계, 판매 채널 운영까지 모두 떠안았다면 앞으로는 상품 조직이 데이터 기반으로 상품 구조와 요금, AX 기능을 설계하고 사업 조직은 제휴, 영업 전략, 수익 관리에 집중하는 식으로 기능이 분리된다. 회사는 이런 분업이 고도화될수록 A 라인업을 세밀하게 조정해 ARPU와 이탈률 등 핵심 지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X 사업을 뒷받침하는 개발 조직도 수직화에서 벗어나 전담 체제로 재편된다. 최고기술책임자 CTO 산하 개발조직이 사업부와 핵심 목표를 공유하는 구조로 묶이면서, 서비스 개발 우선순위와 일정이 매출·가입자 목표와 직접 연동되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는 이 구조를 통해 AX 서비스 기획부터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A와 B2B, 홈 등 여러 영역에서 공통으로 쓰이는 AI 모듈과 플랫폼을 재사용해 개발 효율도 높인다는 구상이다.
통신 본업인 모바일과 홈, B2B 사업도 AX를 전제로 한 상품 중심 체질 개선이 병행된다. 모바일의 경우 디지털 사업과 상품 조직을 분리해, 한쪽은 온라인 채널·앱 기반 고객 경험과 데이터 분석을 맡고 다른 한쪽은 요금제·구독·AX 기능이 결합된 상품 구조 설계를 전담하게 된다. 홈 부문에서는 가정용 인터넷과 IPTV 중심 포트폴리오를 사업과 상품으로 나눠, 예를 들어 상품 조직이 AI 추천·개인화 기능을 담은 IPTV UX를 설계하면 사업 조직이 콘텐츠 제휴와 광고 수익 모델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눈다.
기업간거래 B2B 영역에서는 클라우드 보안 등 주요 신사업을 겨냥해 별도의 상품 기획 기능을 강화했다. B2B 고객은 서비스 수준 협약, 보안 규제 대응, 멀티클라우드 연동 등 요구 사항이 복잡한 만큼, 네트워크와 보안, 클라우드 인프라를 동시에 이해하는 상품 기획 역량이 성패를 가른다는 판단이다. 회사는 여기서 AX 분석과 보안 관제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의 근간인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 운영도 AI 기반으로 재편된다. 네트워크 부문 산하에 신설되는 NW AX그룹은 네트워크 트래픽 예측, 장애 조기 탐지, 자동 복구 등 네트워크 운영 전반을 AX로 전환하는 역할을 맡는다. 해외에서는 이미 주요 통신사가 셀 최적화와 자율 네트워크 개념을 적용해 인건비와 장애 시간을 줄이고 있는 만큼, LG유플러스도 유사한 수준의 운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부 운영 구조도 ‘대팀제’를 도입해 슬림화한다. 역할이 중복되는 부서를 통합하고 의사결정 단계를 줄여 조직 민첩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유사 기능을 묶어 규모를 키우되, 프로젝트별로 유연하게 팀을 쪼개고 합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식에 가깝다. AX 기반 데이터 분석과 자동화 도구가 전사 공통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경우, 대팀제가 프로젝트 간 인력 재배치를 빠르게 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사내 업무 전반에는 AI 워크 에이전트가 도입된다. 반복적인 데이터 정리, 리포트 초안 작성, 고객 응대 로그 분석 등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구성원이 고객 경험 설계나 신규 비즈니스 구상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통신 산업 전반에서 AI 도입이 콜센터와 네트워크 운영을 넘어 기획·인사지원 영역으로 확장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 같은 조직 재편은 글로벌 통신사들이 추진해온 ‘AI 네이티브 사업자’ 전환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통신 요금 규제, 망 이용대가, 기업용 데이터 규제 등 외부 환경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AX 사업은 고객 데이터 활용 범위와 AI 의사결정 투명성 이슈가 뒤따르기 때문에, 관련 법제와의 정합성이 향후 성장 속도를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원희 LG유플러스 인사담당 상무는 내년 조직개편을 두고 AX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 창출과 통신 본업의 견조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상품 중심 조직과 AX 기반 네트워크 운영, AI 워크 에이전트를 결합한 이번 개편이 실제 수익성과 고객 경험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