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반탄 대표 선출에 침묵”…정청래, 여야 관계 설정 ‘신중 모드’

국민의힘 새 대표로 장동혁 의원이 선출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관계 설정을 두고 정 대표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27일 오전, 정청래 대표는 대전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났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 선출과 관련한 질문에 "가겠습니다"라고 짧게 답하며 즉시 자리를 떴다. 이후 정 대표는 현장 최고위원회의나 소셜미디어(SNS)에서도 국민의힘 지도부 변화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정청래 대표는 그간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하며 계엄 사태와 관련해 사과나 반성이 없을 경우 야당으로서 인정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동시에, 계엄 사태 관련 의혹이 진상규명될 경우 정당 해산에 이를 사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도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야당이 건강해야 여당도 건강하고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야당이 없고 극우 세력만 득세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의 신중한 행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장동혁 대표가 극심한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진영을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받는 만큼, 향후 여야 관계의 기조를 놓고 내부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더욱 주목되는 것은, 정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교류를 최소화하는 모습과는 달리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공식적인 야당 대표가 법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다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밝힌 점이다. 여기에 더해 정청래 대표는 장동혁 의원실에 자신의 명의로 축하 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도 정 대표가 취임할 때 난을 보내왔다”며 “상응하는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차원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 기조는 변함없었다. 이날 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장동혁 대표가 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접견하겠다고 밝힌 점을 들어 “내란 수괴 접견을 예고한 장동혁 대표는 ‘도로 국민의짐’ 선언을 한 것이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문 원내대변인은 “장 대표가 ‘정권을 끌어내리겠다’는 망언을 공공연하게 쏟아냈다”며 “국민의힘은 내란의 그림자에 기대어 국정을 방해하지 말고 먼저 죄과부터 철저히 반성하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대표가 당분간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를 직접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과 함께, 여야 관계는 한동안 긴장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다. 오는 정기국회에서 양당이 주요 정책과 계엄 사태 진상규명 등을 고리로 치열한 대립을 이어갈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