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 못한 결제, 잇따른 피해”…KT 휴대폰 소액결제 사건 미궁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KT 이용자를 중심으로 한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가 잇따르며 수사와 고객 보호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경찰과 KT가 본격적인 원인 규명에 착수한 가운데, 피해 확산 방지와 제도적 허점 보완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하안동, 서울 금천구에서 KT 가입자 74명이 소액결제 피해를 입었으며, 총 피해 금액은 4,580만 원으로 집계됐다. 피해자는 KT 전산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통신 대리점, 휴대전화 기종, 가입자 연령 등에서 뚜렷한 공통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 경로와 범행 수법 분석에 주력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피해자 간 직접적 연관성이나 특정 해킹 정황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휴대전화로 인증 문자를 받은 적이 없는데도 결제가 이뤄졌다”며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수사관과 함께 휴대폰을 확인했으나 악성코드나 이상 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피해는 결제 취소로 금전 손실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으나,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피의자 특정에 실패해 앞선 사건을 종결 처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기 부천 소사구에서도 5일부터 7일까지 KT 고객 5명이 소액결제 피해를 신고했다. 이 가운데 4명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1명은 고양시 주민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금액은 모바일 상품권 구매 등으로 411만 원 규모다. 경찰 관계자는 “유사 신고가 타 지역에서도 접수돼 경기남부경찰청 이관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종결 처리된 영등포 사례까지 추가 검토에 들어갔다.

KT는 6일과 8일에 걸쳐 고객 안내문을 통해 “수사기관 및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 중”이라며 “상품권 판매업종 소액결제 한도 임시 축소, 비정상 결제 패턴 감지 강화, 이상 거래 개별 안내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또 24시간 전담 고객센터(080-722-0100) 운영, 이용 한도 차단 등 추가 안내를 내놓았다.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를 막으려면 KT닷컴에서 결제 내역 확인 후 ‘한도변경’ 메뉴에서 금액을 ‘차단’으로 지정할 수 있고, 앱 챗봇을 통한 한도 조정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짧은 기간에 특정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유사 피해는 관련 시스템의 취약점을 시사한다”며, 휴대폰 결제 구조의 전면적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통신사와 결제대행사 역시 이상 거래 사전 탐지 체계와 고객 경고 시스템 강화를 예고했다.

경찰과 KT 등은 범행 경로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수사의 진전 과정에 따라 추가 피해자 파악과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