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프랑스군 희생 잊지 않는다"…주한 프랑스 국방무관, 원주 전투전적비 참배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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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국 예우와 안보 협력을 둘러싼 기억의 정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강원도 원주에서 프랑스군 희생을 기리는 참배 행사가 열리며, 한국과 프랑스 간 군사 협력의 상징성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육군 제36보병사단은 26일 강원도 원주시 강릉원주대학교 내 원주지구 전투 프랑스군 전투전적비에서 참배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참배에는 라파엘 브롱도 주한 프랑스 국방무관 대령을 비롯해 양정모 36사단 독수리부대 여단장, 김문기 원주부시장, 지역 보훈단체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강릉원주대학교 캠퍼스 일대 지형과 원주지구 전투 전사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전투전적비에 헌화하고 묵념하며 프랑스군 전사자들의 넋을 기렸다. 행사는 한국전쟁 당시 프랑스군의 희생을 공유하면서 양국 간 군사 우의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육군 제36보병사단에 따르면 참배 행사는 2023년 사단이 작전지역 내 강릉원주대학교와 백덕산 인근에 등재되지 않은 프랑스군 전투전적비 2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이후 상급부대와의 협업과 육군본부 심의를 거쳐 전투전적비가 정식 전적기념물로 등재됐고, 사단은 이를 알리는 한편 프랑스 참전용사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정례 행사를 작년부터 이어가고 있다.

 

원주지구 전투는 1951년 1월 9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됐다. 당시 프랑스 대대는 원주 일대에서 북한군의 공세를 저지하는 임무를 맡았고, 탄약이 바닥난 상황에서도 백병전으로 북한군을 막아내며 전선을 지켜냈다. 군은 이 전투가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는 데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치열한 교전 끝에 프랑스 대대는 한국전쟁 참전 이후 처음으로 15명의 전사자를 냈다. 이를 추모하기 위해 2009년 11월 격전지였던 강릉원주대학교 캠퍼스 내에 원주지구 전투 전투전적비가 건립됐다. 36사단은 전투전적비 정식 등재와 참배 행사를 계기로 참전국 예우와 한프랑스 군사 협력의 상징성을 더욱 키운다는 방침이다.

 

라파엘 브롱도 주한 프랑스 국방무관은 참배 후 "전투전적비를 참배하며 선배 전우들의 고귀한 희생과 넋을 기릴 수 있어 의미 있었다"며 "세계 평화를 위해 양국의 군사 우의를 더욱 강화하고,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프랑스 간 안보 협력이 역사적 연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헌철 36사단장은 "전투전적비는 프랑스군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전우애로 맺어진 양국 우정의 굳건한 상징"이라며 "전적기념비 관리 등 참전국 예우와 교류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군은 전투전적비를 활용한 안보 교육과 청소년 대상 역사 체험 프로그램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군 안팎에서는 한국전쟁 참전국과의 유대 강화가 한미동맹 중심의 기존 안보 협력 틀을 보완하는 외연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유럽 주요국과의 방산 협력, 연합훈련, 정보 교류 등이 활발해지는 흐름 속에서 6·25전쟁 참전 기록을 재조명하는 행보가 외교·국방 채널 강화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육군 제36보병사단은 지역 지자체, 보훈단체, 주한 외교·군사 인사들과 연계한 참배 행사와 안보 기념사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와 군은 프랑스 등 참전국과의 교류 협력을 확대하면서, 향후 교육·문화·안보 분야에서 다층적 협력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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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제36보병사단#프랑스국방무관#원주지구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