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항명이 계엄 해제에 기여”…조지호, 첫 변론서 국회 측과 정면 충돌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탄핵심판에서 조지호 경찰청장과 국회가 뜨겁게 맞붙었다. 조 청장 측은 계엄 당일 세 차례 상부 지시에 항명하며 계엄 해제에 기여했다고 항변했지만, 국회는 계엄 해제는 시민과 의회가 이뤄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9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조지호 청장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서 조 청장 측 대리인은 “계엄 당시 피청구인의 행적은 3차례 항명과 사직 의사 표명으로 요약된다”며 “조 청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계엄 해제 의결에 기여하고 민주주의 수호에 힘썼다는 점을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청장 측은 계엄 직전 삼청동 안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계획을 듣고 곧바로 현장 조치를 하지 않은 점, 국군방첩사령관의 정치인 체포조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은 점,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거부한 행위를 각각 1∼3차 항명으로 꼽았다. 이에 더해 “비법률가인 피청구인이 3시간의 급박한 계엄 상황에서 ‘명백히 위헌’임을 판단하지 못했다”며 “헌재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위헌성 판단에 3개월이 걸렸던 점을 참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회 측 대리인은 “계엄 해제 결의는 국회의원과 시민, 보좌관이 국회를 넘어 월담을 하면서까지 이뤄낸 것”이라며 “조 청장이 소극적으로 용인한 결과처럼 주장하는 데 분노를 느낀다”고 맞섰다. 이어 조 청장의 당시 국회 봉쇄, 선거관리위원회 외곽 경계, 전국노동자대회 집회 방해 등 구체적 사례를 거론하며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오히려 위헌적 계엄에 복종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첫 정식 변론에는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과 조지호 청장이 모두 출석해 직접 발언했다. 추미애 위원장은 조 청장 측이 위헌성 판단이 쉽지 않았다고 한 데 대해 “경력이 도대체 몇 년이냐. 최고의 현장 판단 전문가라는 위치마저 부정한다면, 치열하게 저항한 부하 직원들보다 못한 셈”이라며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정정미 헌법재판관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왜 우발사태가 발생했느냐”며 조지호 청장에 질의하자, 조 청장은 “이해관계 다른 시민이 모이면 충돌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 선관위 경계 배치 논란과 관련해 “방첩사에서 선관위에 경찰이 배치된다는 사실을 듣고, 돌발사태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추미애 위원장은 계엄 당시 국회 경비 요청 내역과 시민 보호 지시가 있었는지 추가 해명을 요구했다. 한편 조 청장 측은 계엄 관련 각 부처 회의에서 위헌 결론이 내려졌는지 확인을 요청했으나, 헌재는 사실조회 신청을 기각했다.
조 청장 측은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6명의 증인을 심리할 것을 예고했고, 증인 채택 여부는 향후 결정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30일 오후 3시 2차 변론기일을 속행한다.
정치권은 이번 재판의 향방이 앞으로의 경찰 조직 책임론과 함께 국가 비상사태 시 준법 통치 논쟁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