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로 1차의료 재구성 대웅제약, 실전 도입전략 제시
안저촬영 기반 인공지능 분석, 연속혈당측정기, 식습관 데이터 플랫폼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1차 의료기관의 조기 진단과 만성질환 관리 방식을 바꾸는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임상의들을 초청해 실제 기기를 체험하고 임상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현실화할지에 대한 논의가 현장 중심으로 구체화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국내 1차 의료 시장에서 디지털 헬스 실사용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경쟁의 분기점 가운데 하나로 바라보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마포구 라이즈 호텔에서 2025 D G I T 심포지엄을 열고 1차 의료기관 대상 디지털 헬스케어 활용 전략을 집중 조명했다고 12일 밝혔다. 행사에는 1차 의료기관 의료진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강연과 체험 라운지를 결합해 최신 디지털 헬스 디바이스의 트렌드와 도입 타당성을 동시에 점검하도록 설계됐다.

첫날 세션에서 정종진 김안과병원 교수는 실명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안저검진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 녹내장을 3대 실명질환으로 꼽으며 조기 진단이 실명 예방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안저검사는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접근성이 낮고, 이로 인해 고위험군 관리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대한안과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인구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도 안과 검진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진료 지침 상 진단 즉시 안저검사 시행과 이후 연 1회 안과 검진이 권고되지만, 실제 진단 후 안저검사를 받는 비율은 23.5퍼센트에 그친다. 정 교수는 안저촬영 기반 인공지능 분석기기를 1차 의료기관 단계에서 활용할 경우, 안과 전문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도 실명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해 상급병원으로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전문의가 광범위한 판독을 직접 담당해야 했으나, AI는 촬영 직후 병변 의심 소견을 자동 분류해 의료진의 판독 효율을 높이고 누락 가능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는 평가다.
이어 유병욱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식습관 데이터 플랫폼을 결합한 대사질환 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부 아래 센서를 삽입하거나 부착해 수분 간격으로 혈당 변화를 자동 기록하는 기기다. 특정 시점에만 수치를 확인하는 기존 자가 혈당 측정기와 달리, 식사와 운동, 수면 패턴에 따른 혈당의 변동 폭을 장기간 추적할 수 있어 맞춤형 생활습관 교정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환자의 식사 시간과 음식 종류, 섭취량을 앱 기반 식습관 데이터 플랫폼으로 수집하고, 이를 연속혈당 측정 데이터와 연동하면 특정 식습관이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는 구간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1차 의료기관에서도 개인별 탄수화물 섭취 패턴, 야식 습관, 간식 빈도 등에 근거한 상담이 가능해지고, 환자 스스로 변화 전후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확인해 순응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둘째 날에는 1차 의료기관 현장에서의 통합 활용 시나리오가 제안됐다. 이치훈 세실내과 원장은 1차 의료 현장에서 디지털 헬스로 구현하는 만성질환 관리를 주제로,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의원급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관리 모델을 소개했다. 진료실 내 혈압계와 연속혈당측정기, 체성분 분석기, 운동 데이터가 하나의 플랫폼에 연동될 경우, 과거에는 분절적으로 관리되던 수치들이 장기 추세와 연관 요인까지 포함한 통합 차트로 제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진료 현장에서 가장 큰 허들은 복잡한 디지털 솔루션이 아니라 시간과 인력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데이터 수집과 정리는 디지털 기기가 자동화하고, 의사는 정리된 요약 지표를 기반으로 진료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1차 의료기관 도입의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고령 환자나 다질환 환자의 경우 짧은 진료 시간 동안 모든 생활습관을 세밀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전 수집된 데이터가 실질적인 보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정현숙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심전도 분야에서 AI의 진보와 임상 활용을 소개하며 심혈관 질환 조기 발견 가능성을 짚었다. AI 기반 심전도 분석은 수십만 건 이상의 심전도 신호를 학습한 알고리즘이 부정맥, 허혈성 변화, 심실 비대 의심 소견 등을 자동 표시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기존에는 경계선 소견이나 잠복 부정맥이 경험 많은 전문의가 아니면 놓치기 쉬웠지만, AI는 미세한 패턴까지 정량 분석해 재현성 높은 경보를 제공하는 강점이 있다.
정 교수는 대규모 학습 데이터와 고도화된 신호 처리 기술 덕분에 AI 심전도의 민감도와 특이도가 기존 수기 판독과 유사하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더 우수하다는 임상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1차 의료기관에서 바로 진단 근거로 쓰기보다는, 위험 환자를 선별해 추가 정밀검사나 전문의 의뢰를 결정하는 전단계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이 규제와 책임 측면에서 현실적인 방향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웅제약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이론 강연만으로는 디지털 헬스 기기의 효과와 한계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1차 의료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체험존 구성을 확대했다. 대사건강과 일차만성질환관리 영역의 디지털 기기를 추가해 내과와 가정의학과 의료진이 실제 진료 흐름과 유사한 상황에서 기기를 사용해보도록 했다. 예를 들어 진료 접수부터 측정, 데이터 전송, 결과 확인, 환자 상담까지의 순서를 실제 진료 환경과 가깝게 구현해 도입 시 필요한 인력 동선과 교육 수준을 구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대상으로 디지털헬스 디바이스 전문가 아카데미를 운영해 실무 중심 교육을 병행했다. 진료 현장에서 디지털 기기 운용의 상당 부분을 간호 인력이 담당한다는 점을 고려해, 디바이스 설치와 캘리브레이션, 데이터 업로드 절차, 환자 교육 방법, 오류 발생 시 대처 요령 등을 단계별로 교육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이 과정을 통해 1차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진과 간호 인력 간 역할 분담 모델을 제시하고, 디지털 전환에 따른 업무 부담 증가 우려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격 모니터링과 디지털 치료제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활용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많다. 수가 체계와 규제, 개인정보 보호 규정, 기기 도입 비용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병원급 대비 1차 의료기관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이번과 같이 1차 의료 현장을 대상으로 한 체험형 심포지엄은 도입 효과를 수치와 사례 중심으로 제시해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기 회사와 의료기관 간 협업 모델을 탐색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박형철 대웅제약 ETC마케팅본부장은 예방과 진단, 치료 전 과정을 아우르는 혁신 포트폴리오를 의료진에게 공식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심포지엄의 의미를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디지털 헬스 기기와 소프트웨어, 데이터 플랫폼을 묶은 통합 솔루션을 통해 기술력과 사업 비전을 알리고, 1차 의료기관 중심의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에서 리더십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산업계는 1차 의료 현장에 이러한 모델이 실제로 확산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규제와 수가 체계가 얼마나 유연하게 뒷받침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