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에 더 빛나는 순천”…습지와 옛 마을에서 마주한 일상 속 여유
요즘 순천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남도에서 잠시 머무는 도시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머물고 싶은 곳’의 일상이 되고 있다.
8일 흐린 오후, 초가을 서늘한 바람이 부는 순천의 공기는 은은한 습기와 나른한 구름으로 가득하다. 여행자들은 순천만습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칠면초 군락의 장관을 만난다. 어느새 휴대폰에는 S자 물길을 따라 흐르는 풍경이 저장되고, SNS에는 ‘오늘 순천의 하늘’ 인증샷이 올라온다. “흐린 날씨 덕분에 갈대밭이 더 운치 있다”는 현장 방문객의 소감도 들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코로나 이후 국내 여행 트렌드가 도심·휴양지에서 ‘로컬 감성’으로 이동하면서, 순천만습지 방문객 역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선정돼, 생태 여행의 메카가 됐다. 특히 용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물길과 갯벌의 선은 직접 봐야 감탄이 절로 나온다는 반응이 많다.
순천의 또 다른 매력은 문화와 역사의 조화다. 조선 시대 성곽도시인 낙안읍성에는 실제 주민들이 아직도 전통 초가집에 머물고 있다. “고즈넉한 돌담길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마치 시간에 잠시 멈춘 듯하다”고 여행자들은 표현한다. 가족 단위 관광객은 물론, 휴식과 사색을 찾는 1인 여행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코스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순천 여행의 본질은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잔잔한 공존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자연생태와 오래된 마을이 지역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기에, 빠르게 소모되는 일상에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다는 점이 순천만의 힘이라는 것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구름이 낀 날이 더 아름다운 곳”, “비 내리는 습지에서 듣던 바람 소리가 잊히지 않는다”와 같은 감상들이 공유된다. 익명의 독자는 “어린 시절 할머니 댁 마당을 닮아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남기기도 했다.
순천에서는 작은 우산이나 바람막이 하나 챙겨 산책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때로 이 같은 느린 여정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여유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