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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선물 역효과”…FIU 연구, 브랜드 평판에도 경고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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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을 앞세운 연말 선물이 소비자 경험과 브랜드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겉으로는 건강과 성장을 돕는 제품처럼 보이지만, 수령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지적당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가 인공지능 기반 추천 알고리즘과 타기팅 광고를 활용해 연말 자기계발·헬스케어 상품을 집중 노출하는 흐름이 확대되는 가운데, 감정 반발에 따른 리뷰 악화와 브랜드 신뢰 하락이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연말 선물 추천 알고리즘 설계와 프로모션 시점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소비자 경험 관리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플로리다국제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소매업 저널에 선물 유형에 따른 소비자 감정과 브랜드 평가 변화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다이어트 차, 대화 능력 향상 달력 등 자기계발 목적이 뚜렷한 선물을 받은 그룹과 일반 차, 일반 상식 달력을 받은 그룹을 비교해 감정 반응과 온라인 리뷰 행동을 측정한 것이 핵심이다. 연구는 통제된 실험 설계를 활용해 제품 기능은 유사하되 메시지와 용도 인식만 달라지도록 구성했다.

연구진은 먼저 한 그룹에는 날씬해지자라는 문구가 인쇄된 체중 감량 차를, 다른 그룹에는 일반 모로칸 차를 제공하고 감정 변화를 추적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대화 능력 향상이라는 목적이 분명한 달력과, 지식 습득에 초점을 맞춘 일반 상식 달력을 비교했다. 두 실험 모두 선물 형식으로 전달됐다는 점을 유지해, 구매 주체가 수령인이 아니라 타인이라는 상황을 재현했다.

 

분석 결과 자기계발 메시지를 담은 선물을 받은 참가자들은 일반 선물을 받은 사람들에 비해 제품에 더 낮은 별점을 매기고, 부정적 리뷰를 남길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다른 소비자가 남긴 비판적 리뷰에 동조하며 비슷한 톤의 후기를 추가하는 비율도 상승했다. 디지털 커머스 환경에서 이러한 패턴은 쇼핑몰 평점 하락과 검색 노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플랫폼 기반 유통사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동일한 제품을 선물로 받는 경우와 스스로 구매하는 경우를 비교해 차이도 확인했다. 다이어트 차, 요가 매트, 자기계발 달력 등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이라도, 본인이 목표 설정 후 직접 구매했을 때는 부정적 감정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같은 제품이 타인으로부터의 선물로 주어졌을 때는 자기평가와 타인 평가가 충돌하면서 심리적 방어 반응이 강화되는 경향이 관찰됐다.

 

플로리다국제대 채프먼 교수는 자기계발 선물이 유발하는 감정의 핵심을 상처받은 감정에서 찾았다. 그는 선물은 사랑과 관용을 상징해야 하지만, 자기계발 선물은 지금의 너는 충분하지 않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령인의 조건 없는 수용 욕구가 위협받는다고 느껴지면 당사자는 직접적인 항의 대신 제품과 브랜드를 향한 낮은 평점, 부정적 리뷰로 불만을 표출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설명이다.

 

채프먼 교수는 시점과 맥락에 따라 같은 제품도 정반대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1월에 스스로 구입한 요가 매트는 새해 결심과 자기 의지를 상징하는 반면,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놓인 요가 매트는 살을 빼라는 외부의 압박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미묘한 인식 차이가 장기적으로 브랜드 선호도와 재구매 의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정밀 마케팅을 중시하는 헬스케어·피트니스 브랜드에는 전략 수정이 요구된다.

 

이번 연구는 특히 연말 쇼핑 시즌 전략을 준비하는 유통업계와 이커머스 플랫폼에 직접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다이어트 식품, 헬스장 이용권, 피트니스 앱 구독권, 자기계발 서적 등은 그동안 연말 선물 추천 리스트의 상단을 차지해 왔다. 최근에는 데이터를 활용한 추천 엔진과 타기팅 광고 알고리즘을 통해 이러한 제품이 특정 연령대와 직군을 중심으로 집중 노출되는 추세다. 그러나 이번 결과에 따르면 연말·성탄 시즌에 자기계발 제품 비중을 과도하게 높일 경우, 단기 매출 효과보다 장기 브랜드 평판 악화가 더 크게 나타날 여지도 있다.

 

연구진은 유통사와 브랜드사에 선물 시즌과 자기계발 시즌을 분리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연말에는 여가, 취미, 휴식에 초점을 맞춘 부담 없는 선물을 전면에 배치하고, 새해 결심이 몰리는 1월 이후에 다이어트, 피트니스, 자기계발 제품 판촉을 강화하는 편이 소비자 감정과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관리하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공지능 추천 시스템을 운영하는 플랫폼의 경우, 계절·캘린더 신호와 감성 데이터까지 반영한 추천 로직 설계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기계발형 헬스케어 제품이 본질적으로 건강 증진과 생산성 향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중장기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고 본다. 다만 선물 맥락에서의 사용 경험은 일반 구매와 심리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기술적 타기팅 정교화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감정·사회심리 변수에 대한 고려가 필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 결과를 계기로 연말 마케팅과 추천 알고리즘 전략이 실제 소비자 경험과 브랜드 신뢰 회복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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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국제대#자기계발선물#브랜드평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