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흐름 본격화”…국내 휘발유 5주 연속 상승에도 단기 조정 전망
현지시각 기준 11월 넷째 주, 한국 전국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이 5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논의 진전과 산유국 동향으로 하락 흐름을 보이면서, 국내 유가가 단기 조정을 거칠 수 있다는 전망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완화 조짐과 산유국 생산 전략이 맞물리며 국제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재차 부각되는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통계에 따르면 11월 23일부터 27일까지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L당 15.3원 오른 1천745.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 전국 평균 판매 가격도 L당 23.9원 상승한 1천660.4원으로 나타나, 휘발유에 이어 동반 오름세를 이어갔다. 현지시각 기준 11월 넷째 주 중순까지 가격 흐름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소비자 체감 기름값 부담이 눈에 띄게 커진 셈이다.

지역별로 휘발유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이었다. 서울 주유소 휘발유 주간 평균은 전주 대비 L당 13.4원 오른 1천812.4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가장 낮은 지역은 대구로, 지난주보다 L당 15.3원 상승했지만 평균 1천721.8원에 형성돼 전국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상표별로는 SK에너지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L당 1천751.8원으로 가장 높았고, 알뜰주유소 평균은 L당 1천720.7원으로 주요 상표 가운데 가장 낮았다. 국내 유통망과 상표 경쟁 구조에 따라 소비자 부담 수준에 차이가 계속 나타나는 구도다.
이 같은 국내 가격 흐름과 달리, 국제유가는 최근 몇 주 사이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11월 넷째 주 국제유가 하락 배경에는 러시아(Russia)와 우크라이나(Ukraine) 간 종전 논의가 일정 부분 진전을 보이며, 대러시아 제재와 관련된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지정학 리스크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원유·석유제품 가격에 하방 압력이 가해진 것이다. 다만 산유국 협의체 OPEC+가 현행 원유 생산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져, 유가 하락 폭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산유국이 급격한 유가 하락을 차단하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수입 원유 기준 역할을 하는 중동 두바이유 가격은 전주보다 배럴당 1.0달러 내린 63.2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0.9달러 하락한 77.3달러를 나타냈고, 국제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하락 폭이 더 커 배럴당 8.7달러 떨어진 87.4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경유 가격의 상대적으로 큰 하락은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과 물류·산업용 연료 수요 조정 기대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기조와 각국 재고 수준, 정유사 가동률 등이 맞물리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 내 품목별 가격 조정 양상도 엇갈리고 있다.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 변동은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판매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수입·정제·유통 과정을 거치는 동안 계약 가격과 환율, 세금 구조, 유통 마진 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차 구조를 고려하면,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 흐름은 12월 초 이후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에 점진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 흐름을 보여 다음 주부터 휘발유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고, 경유 가격 또한 상승 폭이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제 시장의 변동성이 국내 소비자 가격에 뒤늦게 반영되는 패턴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셈이다.
해외 주요 에너지 분석 기관과 언론도 최근 유가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일부 글로벌 리서치 업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공급 차질 우려가 추가로 완화될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중동(Middle East) 정세 불안과 산유국 감산 공조가 하방 리스크를 제약할 변수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같은 기구는 세계 경기 둔화 속도에 따라 내년 석유 수요 증가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보고를 내놓으며, 에너지 시장이 수요·공급 양측에서 동시에 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유럽(Europe)과 북미(North America) 주요 언론 역시 러시아산 원유 제재 체계 유지 여부와 중국(China) 경기 회복 정도를 향후 유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꼽는다.
국내에서는 원유 결제 시 적용되는 환율과 유류세, 각종 부과금 등도 기름값 형성에 영향을 주는 만큼, 국제유가 하락이 곧바로 소비자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유통 마진이 조정되지 않을 경우, 국제 시세 하락분이 일부 상쇄될 수 있어서다. 반대로 국제유가가 일정 수준에서 안정될 경우, 환율 안정과 맞물려 국내 유가의 완만한 하향 안정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경과와 OPEC+의 생산 정책, 글로벌 경기 흐름, 각국의 전략비축유 운용 전략 등이 향후 유가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라고 보고 있다. 동시에 각국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가속할수록 석유 수요 정점 논의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기름값에 점진적 하방 압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지정학 리스크와 산유국 정책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제사회는 에너지 시장 불안정이 세계 경제와 물가, 교통·물류 비용에 어떤 추가 파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