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건희 계좌 관리인 추궁”…도이치 주가조작 주포, 특검 첫 조사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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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둘러싼 특검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핵심 인물인 주가조작 주포와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드러난 가운데, 특검팀이 양측의 연결고리를 정조준하면서 정치권도 격랑에 휩싸였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5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 주포로 지목된 이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구속 후 첫 조사를 진행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1시 30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들어섰다.

이씨는 지난달 17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장을 이탈해 잠적했다가, 34일 뒤인 20일 충청북도 충주시 국도변 휴게소 인근에서 검거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이유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체포 이후 신병을 확보하고도 이씨가 전날 건강상 이유를 들어 출석을 미루면서 이날에서야 첫 대면 조사를 벌였다.

 

특검팀은 이씨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1차 주가조작을 주도한 구체적 방식과 자금 흐름, 차명 계좌 운용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증권사 계좌를 어떻게 관리하게 됐는지, 투자 판단 과정에서 사전 공모나 공시 정보 악용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사건을 처음 수사했던 검찰은 이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수사권을 넘겨받은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씨가 다수 차명 계좌를 활용해 시세 조종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정식 입건해 수사를 이어왔다.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 시기인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0년 10월 20일 사이 주식 매매를 주도한 인물로, 김건희 여사의 증권 계좌를 실질적으로 관리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민중기 특검팀은 또 이씨가 구속기소 상태인 역술인 전성배씨, 이른바 건진법사와 김건희 여사를 연결한 당사자로 지목되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 방향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계좌 관리 과정과 주변 인물들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수사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2년 10월경 이씨는 김 여사에게 "난 진심으로 네가 걱정돼서 할 말 못 할 말 못 하는데 내 이름을 다 노출하면 다 뭐가 돼. 김00이가 내 이름 알고 있어. 도이치는 손 떼기로 했어"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언급된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2차 작전 시기 주포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건희 여사는 이에 "내가 더 비밀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 오히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 대목을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된 인물 구조와 작전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은 김 여사가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핵심 실행 라인과 긴밀한 소통 관계에 있었다는 의혹 제기로 이어진다.

 

2013년 3월에도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졌다. 당시 이씨는 2차 주포 김씨가 별도의 주가 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 수사가 번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김 여사는 "그랬구나, 너도 조심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러한 대화가 단속 상황과 수사 리스크에 대해 공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대화의 맥락과 시점, 관련 계좌 거래 내역을 대조하고 있다.

 

민중기 특검팀은 전날인 24일 2차 주가조작 주포로 지목된 김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씨와 김 여사 사이 대화에서 김씨 이름이 등장한 경위, 1차와 2차 작전 세력이 어떤 방식으로 얽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작전 시기 거래 패턴과 실질 투자자 구조, 자금 출처 등이 향후 수사 범위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특검 수사 속도와 방향을 두고 공방이 거세다. 야권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계좌 관리 정황을 거론하며 대통령실 책임론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추가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여권은 사법절차를 지켜봐야 한다며 특검 수사가 정치 쟁점화되는 흐름에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론 역시 팽팽하게 갈린 가운데, 향후 법원 판단과 특검 수사 결과가 정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씨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추가 소환 여부와 공범 입건 필요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 결과와 향후 기소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둘러싼 책임 공방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사법 당국은 관련 재판과 특검 수사 추이를 토대로 향후 추가 수사와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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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민중기특검#도이치모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