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 위를 걷는다”…사천의 가을, 느긋한 쉼표를 더하다
바람이 선선해지는 계절,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한 템포 느리게 걷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먼 남도의 소박한 여행지로 여겨졌던 경남 사천이, 이제는 일상에 쉼표를 찍고 싶은 이들의 가을 여행지가 되고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여행의 취향이 담겨 있다.
요즘은 SNS에 남일대해수욕장에서 해질녘을 담은 사진이 자주 보인다. 부드러운 백사장과 잔잔한 파도가 어우러진 이 해변은, 여유로운 산책과 바다를 마주한 소박한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주차부터 동선까지 깔끔하게 정돈된 접근성 덕분에,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찾고 있다.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용현면의 사천 무지개빛 해안도로가 펼쳐진다. 바다와 맞닿은 길에는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풍경이 이어져 있다. 여행자들은 차를 멈추고 도로 곁에 서서, 쪽빛 바다와 다채로이 어우러진 색감을 배경 삼아 추억을 만든다. 붐비지 않은 이 해안 길은, 가을바람과 함께 산책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호젓한 휴식 공간으로 통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경남 지역 소도시 여행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가족, 연인 단위의 체류형 여행이 소규모 해변, 감성 카페 등 ‘취향의 공간’으로 옮겨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천 여행의 결을 더하는 공간도 있다. 서포면의 비토섬신우리조트 글램핑N카라반에서는 바다와 산을 모두 품은 자연 속에서 아늑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깔끔하게 정비된 글램핑 시설, 널찍한 더블 침대, 오션뷰 카라반에 이르기까지, 모던함과 편안함을 모두 갖췄다.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은 “익숙한 호텔보다 자연 속 쉴 곳이 더 필요해졌다”고 고백했다. 바비큐와 갯벌 체험도 여유로운 시간을 완성한다.
축동면의 다이닝 카페 마들렌도 SNS 인증 명소로 주목 받고 있다. 프랑스식 스테이크와 이탈리아 피자, 파스타 등 다양한 식사 메뉴에, 유럽풍 감성이 깃든 인테리어가 더해져 여행의 낯설고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 커피 한 잔과 베이글을 앞에 두고,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난 휴식이 시작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조용한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고 왔다”, “가까워서 몰랐던 남해의 멋을 새삼 느끼게 됐다” 등, 이제 사천은 특별한 계절에만 찾는 곳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 여행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관계가 담긴 쉼’이라 부른다. 여행 칼럼니스트 박현정 씨는 “요즘 여행은 관광지만을 체크하는 게 아니라, 취향과 여유를 찾는 시간에 가까워졌다”고 표현했다. 그러다 보니 남일대해수욕장, 무지개빛 해안도로, 비토섬 글램핑 같은 장소가 세대와 라이프스타일을 막론하고 폭넓게 선택받는 이유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일상의 중간중간, 마음이 쉴 수 있는 사천의 풍경처럼 올해 가을의 여행도 나만의 색깔로 물들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