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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 후속조치 속도낸다…방미통위, 통신비 정책 재정비 예고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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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단말기 유통 규제가 바뀌면서 국내 통신 시장의 비용 구조와 경쟁 구도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이 지난 7월 22일자로 폐지됐지만, 단말기 구매 가격과 가계 통신비 부담이 눈에 띄게 줄지 않으면서 제도 공백과 정책 후속 조치에 대한 산업계와 이용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새로 출범을 앞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관련 시행규칙과 고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통신사 보조금 경쟁, 유통점 영업 관행, 단말기 가격 체계 전반이 다시 정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비가 통신비 인하 정책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16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단통법 폐지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의원 질의에 답하며 법령 개정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와 유통점이 지급하는 단말기 지원금을 공시하도록 하고, 유통점 추가지원금 상한을 설정해 과도한 보조금 경쟁과 차별 지원을 막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담았던 법이다.

지난 7월 22일 단통법이 사라지면서 통신사와 제조사, 유통채널이 보다 자유롭게 보조금과 판매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 정부와 국회는 당시 경쟁이 활성화되면 실질 단말기 가격 인하와 가계 통신비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통신비에는 통화료와 데이터 요금뿐 아니라 단말기 할부 비용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단말기 유통 규제 완화가 통신비 구조를 바꾸는 직접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 이후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단말기 구입 가격이 폐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고, 대형 유통망 중심으로 보조금 정책이 움직이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하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부 중소 판매점은 여전히 통신사와 제조사의 지원금 정책에 종속돼 차별적 보조금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호소해 왔다.

 

이와 관련해 김종철 후보자는 방미통위가 시장 동향과 소비자 영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국회 지적에 공감 입장을 밝혔다. 방미통위는 출범 과정에서 위원회 구성 지연으로 인해 시장 건전화와 이용자 보호를 담은 시행규칙과 고시 등 세부 후속 조치를 제때 마련하지 못했다. 통신사 보조금 공시 의무가 사라진 상황에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보 제공 기준, 불공정 영업 행위 감독 기준 등 새로운 제도 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 후보자는 단통법 폐지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해킹 등 정보 유출 사고를 포함해 전반적인 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단기간에 가격 인하나 경쟁 활성화 효과를 단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일정 기간 데이터를 축적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통신 시장에서는 향후 방미통위가 선택할 규제 방향에 따라 산업 지형이 갈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한다. 보조금과 단말기 가격을 다시 강하게 규제하면 단기적으로는 가격 안정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제조사와 통신사의 마케팅 전략이 경직되면서 5세대 이동통신과 차세대 단말기 도입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규제를 완화하되 이용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경우, 보조금 경쟁과 새로운 요금제 출시가 늘어날 여지가 생기는 대신, 정보 비대칭과 과열 경쟁에 대한 감독 체계가 관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해외 주요국은 이용자 보호를 중심에 두되, 단말기 가격 규제보다는 요금제 투명성, 계약 정보 제공, 위약금 구조 개선 등에 방점을 찍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전자통신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계약 기간과 해지 조건의 명확한 고지를 의무화했고, 미국에서도 통신사 보조금보다는 기기 할부와 요금제 결합 방식의 투명성에 정책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의 단통법 폐지 이후 제도 설계가 글로벌 흐름에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전기통신 분야에서는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단말기 유통 구조뿐 아니라 통신망과 서비스 전반에 대한 보안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방미통위가 향후 이용자 보호 정책을 마련할 때, 가격 경쟁 촉진과 함께 정보보호, 피해 구제 체계를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실제 효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신사 의료 데이터 연계, 금융 결제 서비스 등과 결합된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단말기 유통 정책을 보다 넓은 디지털 인프라 정책의 일부로 보는 시각도 확산되는 중이다.

 

업계와 소비자 단체는 방미통위 출범 이후 단통법 폐지에 따른 후속 고시와 시행규칙이 빠르게 정비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신시장은 기술 진화 속도가 빠른 만큼, 규제 공백이 길어질 경우 가격 혼선과 불공정 행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경계도 공존한다. 산업계는 이번 제도 개편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어질지, 방미통위의 첫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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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방미통위#단통법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