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겨울심근경색 경보…AI·디지털헬스, 돌연사 줄일까

신유리 기자
입력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심근경색 위험이 커지면서 심혈관 모니터링용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심근경색은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과 식은땀, 호흡곤란이 전조 증상 없이 나타난 뒤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어 시간과의 싸움이 된다. 최근 병원과 IT 기업들은 심전도, 맥박, 활동량 등 개인의 생체신호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심근 허혈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응급상황 이전에 경고를 보내는 기술을 개발하며 겨울철 심혈관 안전망을 촘촘히 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심뇌혈관 질환 관리 패러다임이 병원 중심 치료에서 데이터 기반 예방·조기 개입으로 전환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혈류 공급이 차단되면 심근이 산소와 영양분을 받지 못해 손상되고, 수십 분 단위로 괴사가 진행된다. 주원인은 죽상동맥경화증으로,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세포, 섬유질 등이 쌓여 플라크가 형성되고 이 플라크가 파열되면 혈소판이 달라붙어 혈전이 만들어진다. 이 혈전이 관상동맥을 막을 때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최근 의료 데이터 분석에서는 혈액지질 수치뿐 아니라 수면 패턴, 스트레스 지표, 심박변이도 등의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함께 추적해 플라크 불안정성 위험을 정량화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심근경색증 발생 건수는 3만4969건으로, 남성이 2만5944건을 차지해 여성보다 약 2.8배 많았다.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68.2건이며, 80세 이상에서 327.5건으로 가장 높다. 연령이 높을수록 발생률이 증가하는 양상이 뚜렷해 고령층 상시 모니터링 수요가 커지는 배경이 된다. 일부 대학병원은 고위험 환자에게 스마트워치나 패치형 심전도 센서를 지급하고, 클라우드 기반 분석 플랫폼에서 부정맥과 허혈성 패턴을 탐지해 의료진에게 알림을 보내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심근경색의 대표 증상은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이다. 통증은 가슴 중앙에서 시작해 어깨와 팔, 턱으로 퍼지는 방사통을 동반하고 호흡곤란, 식은땀, 구토, 현기증이 나타날 수 있다. 협심증은 활동을 중단하면 통증이 5분 이내 가라앉지만, 심근경색은 30분 이상 지속되고 휴식으로도 호전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러한 자각 증상 이전 단계에서 심전도 패턴, 심박변이도, 피부온도, 혈중산소포화도 등의 변화를 통합 분석해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알고리즘 연구가 활발하다. 과거에는 병원에서 12유도 심전도와 혈액검사로만 진단했다면, 앞으로는 모바일 단일유도 심전도나 광학센서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해석해 응급실 도착 전 조기탐지를 시도하는 구조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겨울철에는 특히 심근경색 발생률이 높아진다. 찬 공기에 노출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혈관 수축, 혈압 상승, 맥박 증가가 일어나고, 혈액 점도가 높아져 혈전이 잘 생기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동시에 활동량 감소와 체중 증가, 과식과 과음, 수면 부족 등이 겹쳐 위험이 가중된다. 이러한 다층적 위험 요인을 반영해 일부 디지털 헬스케어 앱은 날씨 정보와 개인의 혈압, 심박, 활동량 데이터를 결합해 개별화된 겨울철 심혈관 위험 점수를 산출하는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고, 최근 수면 시간이 짧으며, 혈압 기록이 상승세일 경우 앱이 고위험 알림을 보내고 외출 자제, 약 복용 확인, 실내 운동 권고 등 맞춤형 행동 가이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심근경색 의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막힌 혈관을 얼마나 빨리 여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표준 경로는 증상 발생 후 즉시 119 신고, 병원 도착 즉시 심전도와 심근효소 혈액검사, 이후 관상동맥 중재술 또는 혈전용해제 투여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다. 여기에 최근에는 구급 대원용 모바일 심전도 전송 시스템과 AI 판독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구급차에서 촬영한 심전도 데이터를 병원으로 전송하면, 클라우드 기반 심전도 AI가 수 초 내 ST분절 상승 여부를 판독해 심근경색 가능성을 제시하고, 동시에 심장혈관센터에 사전 알림을 보내 도착 즉시 시술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구조다. 일부 해외에서는 구급 단계 AI 판독이 도입된 뒤 관상동맥 재개통까지 걸리는 시간이 수십 분 단축된 것으로 보고된다.

 

급성 심근경색 치료의 핵심은 관상동맥 혈류를 회복하는 것이다. 가장 널리 시행되는 관상동맥 중재술은 대퇴부 또는 손목 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넣어 좁아진 부위를 풍선으로 확장하고, 그 자리에 스텐트를 삽입해 혈류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중재술 장비와 스텐트 기술도 IT·이미징 융합이 진행되고 있다. 고해상도 영상장비와 3차원 재구성 소프트웨어로 혈관 내를 정밀하게 시각화하고, 혈류역학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어떤 부위에 어떤 규격의 스텐트를 넣을지 사전에 계산하는 시스템이 보급되는 추세다. 한편 주요 혈관이 여러 개 막혔거나 협착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관상동맥우회술이 필요하며, 이때도 수술 전 CT 영상과 3차원 프린팅, 수술용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최적의 우회 경로를 설계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시술 이후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관리가 필수다. 대표적으로 항혈소판제와 콜레스테롤 강하제가 장기간 투여되며, 혈압과 혈당, 체중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최근에는 약 복용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모바일 알림, 스마트 약통, 약 복용 패턴 분석 AI를 결합한 디지털 치료 보조 솔루션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앱이 복용 시간을 놓칠 경우 알림을 반복해 보내고, 일정 기간 복용이 불규칙하면 의료진에게 요약 리포트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런 디지털 개입이 심근경색 이후 재입원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어 상용화 확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소비자용 웨어러블 기기도 심혈관 관리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는 부정맥과 심방세동 탐지에 먼저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심근 허혈 패턴을 구분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동시에 혈압 추정, 혈중산소포화도, 피부온도, 수면의 질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합해 장기적인 심혈관 위험을 예측하는 머신러닝 모델 개발도 활발하다. 다만 소비자용 기기는 의료기기 인허가 수준의 정확도를 확보해야 하고, 잘못된 경고로 인한 불안과 과잉진료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알고리즘 검증과 사용 지침 수립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심혈관 디지털 헬스케어 경쟁이 본격화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패치형 심전도 모니터, 원격 심장재활 프로그램, 심부전 환자용 이식형 센서 등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이 보험 급여를 받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응급실 방문 전 모바일 앱으로 흉통 분류를 지원하고, 병원과 연동된 플랫폼에서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심근경색 의심군을 우선 triage하는 서비스도 시험 운영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수백만 명 규모의 심혈관 코호트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국가 단위 예방 전략 수립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글로벌 흐름에 맞춰 심전도 분석 알고리즘,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 심혈관 디지털 치료제 등 분야에서 기술 검증과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다만 심혈관 관련 디지털 헬스 서비스가 본격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규제와 제도 정비가 동반돼야 한다. 심전도 분석 AI나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건강보험 수가가 마련돼야 의료기관과 기업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동시에 심전도, 위치정보, 생활습관 데이터가 장기간 수집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 기준을 엄격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한 가명정보 제도나 데이터 결합 기관 활용이 확대되면 심혈관 예측 모델의 성능을 끌어올릴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나래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흡연이 혈관을 손상시켜 혈전을 쉽게 만들 수 있어 반드시 금연해야 하고,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추운 새벽이나 한파 속 무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환자는 정기검진과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더해 AI 기반 조기 경고 시스템과 원격 모니터링을 고위험군 관리에 접목하면 겨울철 돌연사 위험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실제 활용도를 높이려면 환자 교육과 의료진 수용성, 보험 제도까지 함께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계는 이런 기술들이 일상 의료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그리고 예방 중심 심혈관 관리 체계 전환을 이끌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심근경색#의료ai#디지털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