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자선냄비 도입…LG유플러스, 비대면 기부 확산 나선다
QR코드 기반 디지털 기부가 연말 모금 풍경을 바꾸고 있다. LG유플러스가 구세군과 손잡고 통신매장에 QR코드 자선냄비를 설치하면서, 모바일 결제 인프라를 사회공헌 채널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현금 사용이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QR 스캔만으로 이뤄지는 비대면 기부는 모금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통신사가 보유한 디지털 플랫폼을 ESG 접점으로 활용하는 모델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오프라인 모금의 디지털 전환 경쟁에 신호탄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15일 연말을 맞아 구세군과 함께 QR코드 기반 자선냄비 캠페인을 전국 직영 매장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통신업계에서 구세군과 협력해 매장 내 디지털 자선냄비를 설치한 것은 처음이다. 캠페인은 내년 3월까지 운영되며, 모금액 전액이 구세군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구세군 QR코드 자선냄비는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자선냄비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모바일 결제 화면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도 QR 결제 환경에 익숙한 이용자는 몇 번의 터치만으로 기부를 완료할 수 있다. 오프라인 현금투척 방식에서 모바일 결제 기반 비대면 모금으로 접점을 넓힌 것이 핵심이다.
특히 이번 모델은 통신사가 보유한 매장 네트워크를 디지털 모금 채널로 전환한 사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국 87곳 직영 매장에 동일한 QR코드 기반 시스템을 배치하면서, 통신서비스 가입 상담과 요금제 변경, 단말기 교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부를 제안하는 구조다. 고객 동선 안에 디지털 나눔을 심는 O4O 형태의 사회공헌 플랫폼으로도 해석된다.
기술적으로는 QR코드를 통해 모바일 결제 시스템과 연동하는 단순 구조지만, 기존 구세군 모금의 시간·공간적 제약을 완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현금이 없으면 참여하기 어렵던 기존 자선냄비와 달리, 카드와 계좌가 연결된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 기부할 수 있어, 잠재 참여자 풀을 크게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액 다빈도 기부를 유도하기에도 유리한 방식이다.
시장 환경도 디지털 자선냄비 확산에 우호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간편결제와 QR결제 확산으로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가 없어도 모금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됐고, 비대면 거래에 익숙해진 2030 세대가 주요 기부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통신사는 가입자 기반과 결제 인프라, 앱 플랫폼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기부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참여 제안과 리워드 제공 등으로 참여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잠재력도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디지털 모금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비영리단체가 QR코드를 활용해 교통시설, 상점, 공연장 등 다중이용시설에 기부 접점을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핀테크 기업들은 간편결제 앱 내 기부 메뉴를 고정 탭으로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간편송금 서비스와 포인트 기부, 통신사 멤버십 포인트 기부 등이 확산 중이며, 이번 LG유플러스의 매장형 디지털 자선냄비는 오프라인 거점과 연계한 또 다른 실험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디지털 기부 확산을 위해서는 기부 과정의 투명성과 데이터 보호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QR 기반 기부는 결제 정보와 이용자 데이터가 연동될 수 있어, 개인정보 보호법 등 관련 규제를 준수한 처리와 익명성 보장 옵션 제공이 필요하다. 기부 내역 공개, 사용처 리포트 제공 등 신뢰 제고 기능을 결제 시스템과 연동하는 방안도 향후 경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홍봉식 구세군 커뮤니케이션스 국장은 LG유플러스와 협력으로 시민 참여형 나눔을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게 됐다며, QR 모금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이 일상 속에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홍렬 LG유플러스 ESG추진실장은 통신업계 최초로 매장 내 디지털 자선냄비를 설치한 것을 계기로, 생활 속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에 지속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통신사가 가진 디지털 인프라와 고객 접점을 비대면 기부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흐름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자선냄비가 일회성 캠페인에 그칠지, 통신 기반 상시 기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산업계는 QR코드 자선냄비를 시작으로 디지털 기부가 실제 생활 속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