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상장 후 170만 원대 공방…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에 수급 재편 가속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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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분할 후 재상장 구간에 들어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170만 원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수급 재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분할 충격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겹치며 조정 압력이 나타나지만, 순수 CDMO 체제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중장기 성장성이 향후 주가 방향을 가를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할 초기에 특유의 변동성이 불가피한 만큼, 공장 증설과 대형 수주 가시성에 주목한 선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해석한다.

 

24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장중 기준 1,788,000원으로 전일 대비 0.50% 하락 중이다. 장 초반 1,797,000원에 출발해 1,841,000원까지 고점을 높였지만, 인적분할 재상장 첫날(24일) 저점이었던 1,650,000원 인근 매물 부담이 재차 확인되며 상단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거래량은 약 35만 주, 거래대금은 6,000억 원대 수준으로, 최근 한 달 평균 거래량(약 4만 주)을 크게 웃도는 수급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최근 한 달(10월 말~11월 2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177만 원대에서 176만 원대까지 약 1% 내외의 완만한 조정을 받았다. 6개월로 범위를 넓히면 5월 말 150만 원 안팎에서 현재 176만 원대로 약 18% 상승해 중기 우상향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분할 전부터 이어진 상승 흐름이 단기 조정 국면에 들어선 수준으로 보면서도, 재상장 저점인 165만 원대 지지 여부를 단기 관전 포인트로 보고 있다.

 

기술적 흐름도 단기 조정, 중기 상승 구조에 가깝다. 5일 이동평균선은 약 179만 원, 20일선은 180만 원 안팎, 60일선은 163만 원대에 자리해 있다. 현재가는 5·20일선 아래에서 등락하고 있지만 60일선과는 여전히 상당한 괴리를 유지하고 있어, 분할 이벤트 이후 단기 매물 소화 과정으로 해석된다. 10월 말과 재상장 직전·직후 구간에서 20만 주를 크게 웃도는 거래가 집중된 점도 이벤트성 수급 유입을 방증한다.

 

수급 측면에서는 인적분할 전후로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 재포지셔닝에 나선 양상이다. 외국인 지분율은 4.72%로 셀트리온(21.61%), SK바이오팜(12.18%) 등 동종 업종 주요 종목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최근 1개월 동안 외국인과 기관은 재상장 구간을 전후해 관망과 매매를 반복하고 있으며, 개인 투자자는 단기 이벤트에 대응하는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기관이 차익 실현 또는 비중 축소에 나설 때 약세가 심화되고, 대형 수주·정책 모멘텀 기대가 부각되는 시점에는 기관 매수세 유입과 함께 단기 반등이 강화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동일 업종 내 상대 평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실적 규모와 수익성 면에서 절대 강자다. 3분기 기준 분기 매출액은 1조6,602억 원으로 셀트리온(1조290억 원)의 1.6배 수준이며, 영업이익 7,288억 원으로 업계 내 독보적 이익 규모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약 82조 원대 후반으로 코스피 4위이자 바이오 업종 최대형주로, 셀트리온과 함께 K바이오를 대표하는 투톱으로 평가된다. 다만 현재 PER는 79배대, PBR는 6배대 중반으로 동종 업종 평균을 상회해, 고성장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구간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실적 전망을 보면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그림이 제시된다. 연간 매출은 2022년 3조 원 초반에서 2024년 4조5,000억 원, 2025년 5조8,000억 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800억 원대에서 2조 원대 초반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영업이익률은 2024년 29% 수준에서 2025년 36%대 후반까지 개선이 제시되고, ROE는 2024년 10%대 초반에서 2025년 14%대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현재 주가 기준 PBR 6배대 중반은 여전히 성장 프리미엄이 강하게 반영된 수준으로 평가된다.

 

재무건전성은 안정적이다. 부채비율은 2022년 84%대에서 최근 50%대 초반까지 낮아졌고, 당좌비율은 60~80%대 범위에서 우상향하고 있다. 유보율은 6,000%를 상회해 대규모 공장 증설과 연구개발 투자를 병행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을 확보한 상태다. 네이버증권 기준 컨센서스는 투자의견 매수(4.00점), 목표주가 1,440,526원이 제시돼 있으나, 현재 주가는 이 목표가를 약 24% 상회한다. 시장 컨센서스를 감안하면 이미 재평가가 일정 부분 선행된 만큼, 추가 랠리를 위해서는 공장 증설 가시화, 대형 수주 계약, 정책 수혜 현실화 등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 변동의 직접적인 촉매는 인적분할에 따른 변경상장·재상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투자·자회사 관리 및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리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했고, 존속법인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만 집중하는 구조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전월 말부터 거래가 정지됐다가 11월 24일 재상장하면서 개장 직후 4~6%대 하락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분할 초기 수급 불안 패턴이 연출됐다. 같은 날 재상장한 삼성에피스홀딩스가 20%대 급락한 점도 그룹 바이오 섹터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기업 구조 관점에서는 이번 분할이 순수 CDMO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호재라는 인식이 우세하다. CDMO와 바이오시밀러라는 상이한 사업이 한 회사에 섞여 있을 때 존재하던 잠재적 이해상충과 사업 특성 차이에 따른 디스카운트를 제거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개발 수탁에,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신약·플랫폼 개발에 각각 특화하는 구도로 재편됐다. CDMO 고객 입장에서는 경쟁 바이오시밀러를 보유한 회사에 생산을 맡기는 부담이 줄어들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빅파마 수주 확대와 고객 신뢰 강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적 성장 스토리도 중장기 방어벽으로 거론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분기 기준 분기 매출 1조6,602억 원, 영업이익 7,288억 원을 기록하며 K바이오 대표 1조 클럽에 안착했다. 1~4공장 가동률 상승과 5·6공장 램프업, 향후 8공장 착공까지 이어지는 캐파 확대 로드맵이 이미 제시돼 있어, 증권가에서는 2026년 이후 매출 5조 원대 중반, 영업이익 2조 원대 중반까지 성장 여력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분할로 바이오시밀러 실적이 제외되면서 CDMO 이익 개선세가 더 선명해진 점도 순수 CDMO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글로벌 정책 환경도 우호적이다. 미국 의회에서 중국계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생물보안법 논의가 진전되면서,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대신 한국 등 우방국 CDMO로 생산과 재고를 분산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향 수출은 1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며, 북미 고객 비중 확대가 성장을 견인하는 축으로 부각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생물보안법이 본격 시행될 경우 중국 기반 CDMO가 일부 프로젝트에서 배제되고 한국·유럽 CDMO의 수주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ESG와 글로벌 파트너십 측면에서는 공급망 리스크 관리 역량이 부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속가능시장 이니셔티브(SMI) 내 헬스 시스템 태스크포스에서 공급망 분야 의장을 맡아 아스트라제네카, GSK, 노보노디스크, 로슈, 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 7곳과 함께 공급사들을 상대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ESG와 지속가능 공급망을 중시하는 빅파마의 전략 파트너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행보로, 장기적으로는 대형 수주 및 장기 계약 체결 과정에서 신뢰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기술 유출과 노사 이슈는 잠재 리스크로 남아 있다. 전직 직원의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결론 나며 법적 불확실성은 일부 완화됐지만, 핵심 공정과 데이터 보안에 대한 시장 경계는 지속되고 있다. 최근 회사 임원이 노조 사무실에 무단으로 들어가 업무용 컴퓨터를 반출하려 했다는 노조 측 고소가 제기되는 등 노무·지배구조 이슈도 불거졌다. 단기적으로는 ESG 평가와 일부 기관투자가의 보수적 스탠스에 반영될 수 있어, 향후 내부 통제 강화와 거버넌스 개선 수준에 따라 주가 디스카운트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테마 측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대표주이자 K바이오 대형주, 글로벌 바이오 생산 캐파 확대, 미국 생물보안·탈중국 공급망 재편 수혜주로 묶인다. 인적분할로 분리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통한 바이오시밀러·신약·플랫폼 성장 스토리까지 더해지며, 그룹 차원에서는 CDMO와 신약개발 양 날개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테마의 무게 중심은 인적분할·재상장과 미국 정책 모멘텀에 쏠려 있고, 향후 대형 수주와 공장 증설 공시가 나올 경우 CDMO 테마 강세 구간 진입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동일 업종 비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장 큰 강점은 높은 영업이익률과 이익 성장률이다. 3분기 영업이익률이 40%에 근접하고, 영업이익 증가율이 50%를 웃도는 수준으로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 반면 약점으로는 높은 밸류에이션과 낮은 외국인 비중이 꼽힌다. PER는 동종 업종 평균을 상회하고, 외국인 지분율은 주요 경쟁사 대비 낮아 글로벌 자금 비중이 크지 않다. 업계에서는 실적 성장과 수주 모멘텀의 연속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밸류에이션 조정과 외국인 수급 변동이 주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망과 전략 측면에서 단기(1개월)는 분할 재상장 충격을 흡수하는 조정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170만 원 초반이 붕괴될 경우 재상장 저점인 165만 원대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언급된다. 이 구간에서 수급이 불안정할 경우 조정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대로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175만~180만 원대에서 거래량이 점차 줄며 매물 소화가 진행될 경우 184만 원대 전고점 재차 테스트와 190만 원대 박스권 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단기 투자자의 경우 170만 원대 중후반 지지 여부와 외국인·기관 수급 전환, 대형 뉴스 플로우(수주·정책)를 확인하며 분할 매수 또는 조정 시 대응 전략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제시된다.

 

중기(6개월)로는 6개월 우상향 추세와 CDMO 단일 사업 구조 확립, 미국·유럽 정책 환경 변화가 동시에 맞물리는 시기로 평가된다. 공장 증설 속도, 대형 장기 수주 공시, 생물보안법 후속 규정과 글로벌 제약사 전략 변화가 실적 가시성과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핵심 변수다. 금리와 환율 변화가 일부 마진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고정 장기 계약 비중이 높은 CDMO 특성상 설비 가동률과 수주 파이프라인이 더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중장기 투자자는 단기 밸류 부담에도 불구하고 실적 성장과 정책 수혜, 글로벌 수주 확대 가능성을 감안해 조정 구간 분할 매수 전략과 이벤트 발생 시 비중 조정 전략을 병행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투자자 유의사항으로는 첫째, 인적분할 및 재상장 초기 특유의 수급 변동성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둘째, 글로벌 정책·규제 환경과 대형 고객사 전략 변화에 따라 수주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셋째, 기술 유출·노사 갈등 등 비재무 리스크가 ESG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현재 주가가 시장 컨센서스 목표가를 상회하는 만큼, 새로운 펀더멘털 모멘텀 없이 기대가 과도하게 쌓일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실적·수주 흐름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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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에피스홀딩스#cd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