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양자 비상사태 시 블록체인 롤백도 검토”…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보안 구상에 ‘탈중앙화 논쟁’ 전망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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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일, 이더리움(Ethereum) 공동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양자 컴퓨터 시대를 대비한 긴급 하드포크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그는 양자 연산이 기존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대규모 자금 탈취 사태 발생 시 블록체인 롤백과 계정 동결까지 포함한 비상 계획을 제시했다. 이번 구상은 전 세계 디지털 자산 시장과 암호화폐 보안 패러다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암호화폐 지갑의 개인키는 타원곡선 암호화 기술에 기반해 있어 기존 컴퓨터로는 사실상 해독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을 가동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가 등장할 경우, 개인키가 수 시간 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테린은 예측 플랫폼 메타큘러스(Metaculus)의 데이터를 인용하며 2030년 이전에 현행 암호 체계를 뚫을 수 있는 양자 컴퓨터가 등장할 확률을 약 20%로 제시했고, 2040년 전후에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비탈릭 부테린, 양자 컴퓨터 위협 대비 이더리움 긴급 하드포크 구상 공개
비탈릭 부테린, 양자 컴퓨터 위협 대비 이더리움 긴급 하드포크 구상 공개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부테린은 ‘양자 비상사태 시 하드포크’라는 구체적 대응 방안을 내놓았다. 양자 공격에 의한 자금 탈취 정황이 확인되면, 우선 블록체인을 공격 발생 이전의 안전한 시점으로 되돌리는 롤백을 실시한 뒤, 외부 소유 계정(EOA)을 동결해 추가 피해를 막는 방식을 상정했다. 이후 자산을 양자 내성 암호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컨트랙트 지갑으로 옮겨 보안 수준을 높이는 단계적 절차도 언급했다.

 

부테린은 위기가 닥치기 이전에 사용자가 스스로 방어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계정 추상화(account abstraction)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컨트랙트 지갑으로 미리 이주해, 필요 시 양자 내성 서명 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권고했다. 갑작스러운 양자 컴퓨터의 발전이 현실화될 경우, 네트워크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인 자금 유출과 시스템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선제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구상은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별도로 이더리움 거버넌스 구조에 새로운 논쟁을 불러올 전망이다. 긴급 하드포크와 계정 동결, 대규모 롤백은 암호화폐 생태계가 내세워 온 탈중앙화와 불변성 원칙과 충돌할 여지가 크다. 어떤 시점을 ‘안전한 블록’으로 볼지, 어느 범위까지 계정을 동결하고 자산을 강제로 이전할지 등에 대해 네트워크 참여자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상당한 혼선이 예상된다.

 

외신 보도가 양자 컴퓨터 등장을 잠재적 위협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일부 보도는 양자 위협을 단기적인 시장 악재로 연결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중장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양자 내성 암호 표준화 작업과 실제 하드웨어 발전 속도 간의 격차가 여전한 만큼, 과도한 공포보다 단계적인 대비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이더리움 가격 흐름과 관련해 외신은 최근 조정을 ETF 자금 유출에 주로 연계했다. 11월 한 달 동안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 14억 2000만 달러 이상이 빠져나가며 시장 심리가 위축됐다. 현재 이더리움 가격은 2829달러 선에서 지지를 시도하고 있으며, 상대강도지수(RSI)가 40 부근에서 반등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3000달러 저항 구간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가격 변동 요인을 ETF 수급에만 한정하는 해석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글로벌 금리 기조, 달러 강세 여부, 위험 자산 선호도와 같은 거시경제 변수와 암호화폐 규제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ETF에서의 자금 유출을 단일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동성 축소 국면에서는 기술 호재나 리스크 관리 발표가 단기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로는 이더리움 생태계가 양자 내성 지갑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는지, 그리고 주요 가격 지지선이 방어되는지가 꼽힌다. 부테린의 제안대로 계정 추상화 기반 스마트 컨트랙트 지갑 도입이 가속화될 경우, 양자 위협에 대한 기술적 내성이 강화되는 동시에 이더리움 네트워크 구조 자체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이더리움이 단기 수급 불안을 넘어 3500달러 인근 목표가를 향한 반등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라는 잠재 변수와 디지털 자산 시장의 구조적 변동성이 맞물린 가운데, 부테린의 이번 구상이 이더리움 보안 전략과 거버넌스 원칙에 어떤 재편을 가져올지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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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릭부테린#이더리움#양자컴퓨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