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전력수요 대응나선정부…AI에너지TF로 인프라재편
인공지능 전환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국가 인프라 전략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정부가 전담 태스크포스 구성을 통해 대응 체계 정비에 나선다. 초거대 AI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기존 산업 전력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어, AI 경쟁력과 에너지 전환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책 전면에 올라온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AI 인프라 확충과 전력 시스템 개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분기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1일 인공지능 대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 간담회를 열고 AI 에너지 태스크포스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간담회에는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과 이호현 기후부 2차관이 참석해 양 부처 간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양측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계기를 통해 엔비디아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 26만 장을 확보한 이후 민관 AI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전력 수급 차원에서 어떻게 관리할지에 초점을 맞췄다.

논의의 바탕에는 AI 데이터센터가 가지는 특유의 전력 부하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초거대 언어모델 학습에 활용되는 GPU 서버는 높은 전력 밀도와 지속적인 냉각 수요를 동반한다. 전통 제조업 설비와 달리 24시간 연속 가동 비중이 높아 기저 부하를 키우는 데다,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확산으로 이용량 변동도 커 부하 관리 난도가 높다. 특히 이번에 확보한 26만 장 규모 GPU는 단일 투자 건만으로도 중소 도시 하나에 해당하는 추가 전력 수요를 유발할 수 있어, 전력 인프라 계획과 연동한 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부처는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국빈 방문을 계기로 추진된 UAE 스타게이트 참여, 글로벌 자산 운용사 블랙록과의 업무협약 등 기존 AI 에너지 국제 협력 성과도 함께 점검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해외 자본, 해외 에너지 프로젝트와 결합해 추진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단순 기술 협력을 넘어 에너지 투자와 AI 인프라를 묶은 종합 패키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책 방향 논의에서는 AI를 활용한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인식이 강조됐다. 기후 데이터 분석, 전력 수요 예측, 재생에너지 출력 최적화 등에서 AI 활용을 늘려 에너지 효율을 높이되, AI 산업 자체가 초과 전력 소비 요인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확산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사용량, 온실가스 배출, 냉각 방식 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 필요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전력 인프라 측면에서는 AI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력 공급 안정성이 핵심 요소라는 점에 의견이 모였다. 양 부처는 AI 데이터센터의 비수도권 이전을 촉진해 수도권 전력 부하를 분산하는 방안을 주요 과제로 올렸다. 데이터센터는 전력뿐 아니라 용수, 부지, 통신망 등 인프라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설인 만큼, 지방 대도시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네트워크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력 공급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입지가 정책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분산에너지 특구 활성화도 논의에 포함됐다. 분산에너지 특구는 지역 내 재생에너지와 소규모 발전원을 묶어 전력 자립도를 높이는 제도적 틀로, 향후 AI 데이터센터를 이런 특구와 연계하는 모델이 검토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저장장치와 인근 데이터센터를 통합 운영해 피크 전력 수요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중앙 계통망 부담을 줄이면서도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성을 확보하는 구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점검 체계와 전력 관련 규제 개선 방향도 함께 논의했다. AI 데이터센터 신규 설립이나 증설 때 전력망 접속 절차, 송전 설비 구축, 부하 예측 기준 등이 사업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동시에 전력 다소비 산업에 대한 규제와 탄소중립 목표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신규 AI 인프라를 고효율 설계와 재생에너지 연계, 수요 관리 프로그램 참여 조건과 연동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글로벌 협력 측면에서는 AI 인프라와 에너지 프로젝트의 동시 추진 흐름이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과 전력 회사가 장기 전력 구매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데이터센터를 한 묶음으로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UAE와의 에너지 협력, 블랙록과의 협업을 계기로 해외에서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그린 전력 공급망 구축, 탄소중립 금융 조달을 연계하는 모델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 부처는 앞으로 AI, 전력, 탄소중립을 다루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긴밀하게 소통하기로 했다. 특히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AI 에너지 태스크포스를 빠른 시일 내에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태스크포스에는 AI 반도체, 클라우드 서비스,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과 전력회사, 에너지 솔루션 기업 등이 폭넓게 참여해 실제 수요와 규제 환경을 동시에 반영하는 실행 방안을 설계할 것으로 전망된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AI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인프라를 제때 구축하는 것이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과기정통부와 기후부가 한 팀처럼 움직여 AI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전력 시스템과 탄소중립 목표를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AI가 탄소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 개발과 실증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이호현 기후부 2차관은 세계적인 탄소 전원 감축 흐름에 맞춰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도,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 정책 과제라고 짚었다. 양 부처 협업을 통해 전력 인프라 투자와 수요 관리 방안을 정교화해, 전력 수급 불안 없이 AI 산업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산업계는 AI 에너지 태스크포스 구성이 실제 제도 개선과 인프라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