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 해소 분할 결정”…삼성바이오로직스, 순수 CDMO로 정체성 강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을 의결하며,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이해상충 해소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번 분할은 기존 CDMO 사업을 맡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 각기 다른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다. 업계는 이번 의사결정을 글로벌 제약사 고객사의 신뢰 확보 및 수주 경쟁력 강화의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이번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분할 신설회사(삼성에피스홀딩스)의 주식을 비례적으로 교부받는 방식이다. 로직스 주주들은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주식을 65대 35 비율로 배정받게 된다. 분할 신설회사 창립일은 7월 1일, 재상장 예정일은 7월 24일로 공지됐다.

기존에는 위탁생산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판매하는 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 간 사업 영역에서 이해관계 충돌 우려가 지적돼왔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들은 CDMO 파트너의 자회사가 경쟁사를 겨냥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판매할 경우 신약 레시피 등 민감 정보가 새어 나갈 위험을 부담으로 인식했다. 이번 지배구조 분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 글로벌 시장 내 신뢰도와 수주 확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향후 바이오시밀러 업체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 별도의 바이오텍 플랫폼 기반 신약개발회사 설립도 추진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연간 1조5000억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하며, 한국 바이오시밀러 산업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신설 자회사는 확장성이 높은 항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할 계획으로, 구체적으로는 ADC(항체-약물 접합체)에 사용되는 이중항체 구조 설계 플랫폼을 검토 중이다.
이번 지주사 체제 전환과 함께, 시장에서는 삼성의 바이오 사업 각 축이 자율성과 전문성을 갖춘 개별 전략 노선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 및 유럽 대형 CDMO 기업도 유사한 방식으로 바이오시밀러와 위탁생산 사업을 분리해 고객 신뢰를 확보한 선례가 있다.
규제 측면에서도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신설회사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점에서 물적분할과 달리 법적·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향후 식약처 등 규제기관과의 신약개발 허가 과정에서 독립적 회사 지위가 시너지를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바이오 CDMO 시장에서 고객 신뢰가 최우선 경쟁 요인으로 부상한다며, 이번 분할을 한국 바이오 산업 기업지배구조 변혁의 신호탄으로 분석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분할 결정이 글로벌 시장 수주 확대와 기술 혁신이라는 두 축 모두에서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