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교유착 이번에 뿌리 뽑자"…이재명 대통령, 통일교 정치권 후원 의혹 전면 수사 지시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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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특정 종교단체의 얽힌 의혹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야권, 그리고 수사기관을 향한 비판이 맞붙었다. 통일교의 정치권 후원 의혹이 여야 전반으로 번지며 정국이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통일교가 정치권 여야 인사들에게 부적절한 후원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전면 수사를 지시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기자단에 보낸 공지 메시지를 통해 이 대통령이 "여야 관계 없이,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정국의 시선은 여권뿐 아니라 야권 인사들까지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접촉 의혹에 휩싸인 시점에 이 발언이 나왔다는 데 쏠리고 있다.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의 진술을 둘러싸고 야권만 수사했다는 논란이 거세진 상황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교유착에 대해서는 이번에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며 "그만큼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종교와 부적절한 접촉을 하거나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수사하는 데 있어 여야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2일 국무회의에서도 정교분리 원칙 위반 문제를 직접 꺼냈다. 그는 당시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 헌법위반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유사한 사례에 대해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했다는데, 이에 대해서 검토해달라"고 말해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이후 9일 국무회의에서도 관련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법적 조치를 재차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조원철 법제처장을 향해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단체의 해산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검토해봤느냐"고 질의한 뒤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속된 발언에서 정교분리 위반 행위에 대해 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기조가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통일교와 정치권의 연루 의혹은 2022년 대선을 전후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가 2022년 대선 전후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조직적으로 후원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특검 수사 대상은 주로 야권 인사들이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됐다. 최근 윤영호 씨가 조사 과정에서 국민의힘 인사들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인사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여권 인사들에 대해서는 별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됐다.

 

대통령실은 이런 논란의 확산과 맞물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 배경을 강조하는 데 공을 들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교유착 의혹은 어느 한쪽 진영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라며 "여야를 떠나 불법이 있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한쪽 진영에 대한 표적 수사가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대한 수사 확대를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재수사 또는 수사 범위 재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통일교 문제를 매개로 정치권 전반의 불투명한 후원 관행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명단과 혐의가 추가로 드러날 경우 여야 모두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과 종교계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은 이미 장기 과제로 굳어진 상태다. 그러나 통일교 의혹이 여야 전반을 겨냥한 수사 문제와 맞물리면서, 정교분리 원칙을 둘러싼 헌법적 논쟁까지 다시 부상하는 분위기다. 일본에서 통일교 관련 단체에 대한 해산 명령이 내려진 사례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만큼, 향후 유사한 법제 정비 논의가 국내에서도 촉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치권은 통일교 의혹 수사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실은 정교유착 문제를 뿌리까지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고, 여야는 특검 수사 범위와 추가 조사 대상 선정 문제를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수사 진행 상황과 별개로 종교단체와 정치권의 불법 연루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며, 국회는 관련 입법 과제를 두고 다음 회기에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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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통일교#민중기특별검사팀